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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솜

여자친구 - RAIN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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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길라라

옛날, 어느 책에 읽어 보면, 비는 소설이나 시에서 어두움을 상징하는 매개체라고 했다. 아무것도 밝아지지 않고, 그저 축축 처지기만 하는 우울한 매개체인 비. 하지만 지금 저 하늘을 바라보는 강아라는 그런 생각이 결코 들지 않았다. 

물론 어릴 적, 그녀도 비를 무서워한 적이 있었다. 소나기와 먹구름에 저도 모르게 축축 처지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고, 사람들이 전부 자신에게 비처럼 차갑게 구는 것 또한 그녀가 이 모든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였다. 지금처럼 당당하지 않았던 시절, 어렸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점점 저의 자존심도, 원래의 모습도 잊고, 잃어만 갔다. 이 상태에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질문은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져 가게 되었다. 여린 자신의 마음을 둘 그곳은 어디냐고. 만약 그곳이 존재한다면, 부디 한 번만 보고 싶다고. 

그날, 그를 처음 만난 그날도 신기하게 비가 왔었다. 필요한 책 몇 권이 있어 찾으려고 도서관에 들어갔다, 책을 가방에 둘러멘 채 우산을 들고 나온 그녀의 볼에는 어느새, 차가운 빗방울이 한 방울 데구르르, 떨어졌었다. 어릴 적, 억울하거나 화나는 일을 당했을 때 내리는 비는 유난히 저의 눈물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날의 비는 그렇지 않았다. 무언가 마음 속, 깊숙하게 퍼지는 빛깔들과 같이, 반짝이는 보석이 내리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짧은 만남이 끝나고, 그 비 역시 거짓말처럼 뚝, 하고 그쳤다. 하지만 비가 내렸던 자리에는 어느새 찬란한 햇살이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신기하게 점점 비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결국 징크스도 확률의 문제라고 하듯, 이것도 어느새 좋은 느낌이 드는 빛깔로 바뀌기 시작했다. 비에서 이제는 찬란한 빛깔이 이상하게도 느껴지는 듯 했다. 축 처진 듯한 우울한 감정은 커녕, 이제는 저도 모르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다른 이들에게도 해당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답답하게 싫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보다는 더욱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연결이 된다는 느낌이랄까. 자신을 오래 기다려 준 그에게 안겨, 닿은 그 순간에 마치 무지개처럼 찬란하게 빛이 나는 듯만 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평범했던 날이 특별한 하루로 변한 듯만 했다. 숨을 쉬듯이 하나로 만나는 듯한 기분이 이런 것일까. 비에 젖어 움직일 수 없을 때, 차라리 더 맞는 것도 괜찮다며 말해 준 그 사람이 너무나도 따뜻해 보였다. 용기를 내어 마주하고, 느껴지는 그 벅차오르는 기분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다정한 공간 속에 더울 머물고 싶을 정도로. 

가슴 속, 깊숙이 퍼지는 무지개의 빛깔들이 다가오는 듯 했다. 어느새 찬란한 무지개의 빛은 단지 고인 웅덩이 뿐만이 아닌, 그녀의 마음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비 너머의 무지개를 발견한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이 순간이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그리고 아라는 그날의 비를 회고하면서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그 비는 그 무엇보다 아름다웠던 비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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