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이에 거짓은 없었다. 아니, 우리 사이에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내가 관계의 끈을 놓는 그 순간 끊어질 관계였다. 너의 행동은 우리의 관계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너는 우리 사이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까. 우리 사이는 내가 일방적으로 애정을 주고, 일방적으로 그만큼의 애정을 갈구하는 사이였다. 나는 밤마다 기도했다. 차라리 우리 사이에 거짓이라도 존재하면 좋겠다고.
“츠키, 나 오늘 일이 있어서 같이 못 갈 것 같아. 먼저 가.”
“아, 응. 내일 보자.”
“츠키, 나 오늘 좀 바빠서 먼저 가볼게. 미안.”
“아니야, 괜찮아. 내일 보자.”
“츠키, 너 오늘 일 있다고 하지 않았어? 가봐야 하지 않아?”
“아, 응. 미안. 먼저 갈게.”
너는 나를 배려한답시고 나를 항상 나를 붙잡지 않았다. 나는 네가 그러지 않기를 기대했지만, 너는 항상 그래 왔다. 너의 그 상냥한 배려는 늘 나에게 비참함을 느끼게 했다. 나는 이럴 때마다 네가 혼자임을 못 견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네가 좀 더 나를 필요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네가 나를 보내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면 항상 비참함이 몰려왔다. 너에게로 향하는 내 애정을 줄이고 싶었고, 없애고 싶었다. 너를 그만두고 싶었다.
나는 너를 볼 때마다 이기적이 되고 싶었다. 내가 너보다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 내가 나를 위해 너를 그만두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배려하는 너의 마음을 무시하고 나를 위해 너의 옆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를 위해 너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넌 항상 내 위에 자리했다. 나를 좋아하기 위해서는 나는 너를 향한 애정의 벽을 뛰어넘어야 했고, 난 늘 그럴 수 없음에 비참함을 느꼈다. 내가 너를 조금만 덜 좋아하고, 나를 조금만 더 좋아했더라면.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비참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느끼는 비참함은 항상 너에 대한 원망으로 향했다. 왜 너는 나를 좋아해주지 않는 거야. 왜 너는 나에게 진실만을 말하는 거야. 내가 필요하다고 해 줘. 내게 같이 가자고 해 줘. 나를- 나를 좋아해줘. 네가 나를 거짓으로라도 붙잡아주기를 바랐다. 네가 나를 의식하고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네가 거짓으로라도 나를 좋아해 주기를 원했다.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나를 좋아해 주지 않는 네가 너무 싫었고, 네가 너무 좋았다.
이러한 감정의 마지막은 결국 또 너를 향한 애정이었다. 나는 매일 너를 원망하며 너를 향한 마음을 키워가고 있었다. 나는 매일같이 너에게 닿지 않을 나의 마음을 고백하며 너도 나와 같기를 소망했다. 거짓이라도 좋으니 우리 사이가 지금과는 달라지기를 원했다.
예전에 너에게 누군가 우리 둘의 사이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너는 그 아이에게 우리는 친구야, 라며 웃었다. 나는 그 대답을 듣고 토할 것 같았다. 진실로 가득한 네가 너무 싫었고, 너의 웃음을 보며 두근거리던 내가 너무 싫어서, 나는 정말이지 토할 것만 같았다.
제발 나를 좋아해줘.
거짓으로라도 내가 좋다고, 내가 필요하다고 해 줘.
거짓이라도 좋아, 제발 우리 사이를 무언가로 채워 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