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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 거짓은 없었다.


아니,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에리코는 알고 있었다. 그녀 자신이 그 사소한 거짓말들을 쌓아올렸으니까.

 

함께 다니던 회사가 도산한 이후, 그와 그녀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계속 붙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직장이 어느 순간 사라진다는 것은 무척이나 정신적인 부담을 주는 일이라 남을 신경쓸 수 없었다. 아니, 그것은 제 마음 편하게 하기 위한 변명일 뿐이다. 분명 그녀도 그와 같이 허망함과 당혹감은 느꼈지만, 그와는 직장의 무게가 달랐으니까.

시미즈 에리코에게는 돌아갈 곳이 있었다.


후지무라 마모루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에리코는 가볍게 생각했다. 미처 누군가에겐 그 직장의 존재 여부가 바로 다음 날의 잠자리와 직결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어차피 나이도 입사 시기도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으니 편하게 친구처럼 생각해!" 잘만 떠들어 놓고는 정말 그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는 모른 체 하였다. 통신 대학의 학사 과정을 완전히 이수하고, 운 좋게 새 직업을 가지고. 어느 날 들린 시디 가게에서 마모루의 얼굴을 보게 될 때까지 시미즈 에리코는 그를 추억 한 조각으로만 생각했다. 그도 새 직장에서 잘 지낼 거라 멋대로 생각했다. 그것이 마음 편했으니까.

가수가 되어버린, 전 직장 후배의 사진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때와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으나 그래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좋아하는 후배였으니까. 추가근무라도 하는 날에는 둘이서 저녁 먹으며 한탄하던 그런 사이였으니까. 몇 번 가지지 못했던 회식 자리에서 풋콩을 좋아했었지. 문득, 그에게 짧은 문자로나마 안부 인사를 건네보고 싶었다.

"후지무라, 잘 지내?"

몇 번을 썼다 지웠을까, 시미즈가 적어 보낸 문자는 딱 한 줄 이었다. 너무나도 간결하고, 의미없으며 황당한 그런 문자. 그런 문자에도 늦게나마 마모루는 답변을 주었다. "새로운 일을 하고 있어요. 선배는 잘 지내는 거에요?" 그녀가 알고 있던 그 후지무라 마모루가 남아있는 답변이었다. 괜시리 올라가는 입가를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물론이야. 이래뵈도 이제 국가의 세금으로 지낸다고?"
"공무원은 무슨. 사서야, 사서."
"새로운 일이라면, 기술직이라도 가지게 된 거야?"

시미즈 에리코는 처음으로 의도적인 거짓말을 하였다. 일부러, 제 지인인 '후지무라 마모루'가 연예인 중 일부라는 내용을 모르는 척, 그렇게 이야기를 진행한 것이었다.


대화하기 편했으니까.

 

 

처음 시작이 어렵지, 두번째는 쉽다는 것처럼. 에리코의 작은 거짓은 점점 더 불어났다. 해가 되는 거짓은 없었으나, 점차 바쁠 마모루의 스케줄에 최대한 맞추려 애쓰는 것을 우연스레 한가한 것처럼 스케줄을 조정하였다. 후지무라 마모루의 소속 유닛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마다 관심 없는 듯 다른 주제로 넘기기 일수였다. 두 사람의 공동지인이자, 의지가 많이 되던 선배의 결혼이 정해지고, 그의 결혼식 때 마모루가 축가를 작사하여 부를 때까지. 에리코는 꾸준히도 거짓 속에 "후지무라 마모루의 새 직업"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그가 만드는 곡들"을 가능한 차근차근 모아 듣고 있다는 사실도 숨겼다. 그렇기에 마모루가 웃으며 많이 놀랐냐며 저에게 물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새로운 일이라는 것이 사실 연예인이 되었단 이야기였는데, 놀랐어요?"

그 물음에 에리코는 느꼈다. 어쩌면, 어색하지 않게 몇 년간 차곡차곡 쌓은 제 거짓을 털어놓고 다시 거짓 없이 편안 사이가 될 기회라고. 그렇기에 답하였다.


"사실 처음 연락할 때부터 알고 있었어. 후지무라, 작사도 정말 잘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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