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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원하

 

 

 

*勝生 勇利X桜野 花日

*사쿠라노 하나비=원하 동일인물입니다.(설정 상, 카츠키 유리만이 ‘원하’라고 부릅니다.)

 

 

 

 

우리 사이에 거짓은 없었다. 카츠키 유리는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그녀의 눈을 보고 어느 누가 거짓을 떠올릴까,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카츠키 유리에게 하세츠의 벚꽃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니까, 가장 그립고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던, 그곳. 거기서 만났던 둘은 서로를 사랑했고 사랑 때문에 두 번을 울었고 다시 사랑했다. 그때, 앞으로도 변치 않을거라고 서로의 눈동자에 상대의 눈동자를 새기며 둘은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

 

 

 

 

 

사쿠라노 하나비는 손에 들고있던 샴페인을 마시지는 않고 들고만 다녔다. 카츠키 유리가 혹시나, 떨어트릴 위험을 생각해 마시지 않을거라면 내려놓는게 어떻냐고 상냥하게 물어왔지만 그녀는 고개를 양쪽으로 가볍게 저었다. 그녀는 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고 술을 들고 서 있던 그곳이 불편하지도 않았다. 둘은 친한 이들을 기다리며 파티장의 끝쪽에서 둘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오랜만에 만난 연인이었기에, 주고받을 말은 충분히 많았다. 한참 둘이서 이야기를 했지만 확실히 그 해의 금메달을 목에 건 유리는 주목받을 수 밖에 없었다. 다른 나라의 국가대표 선수들부터, 모두가 알 법한 회사의 임원이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거의 반강제 정도의 느낌으로 유리가 인사를 주고받으며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을 때, 하나비와는 자연스레 떨어졌다.

 

“갔다와요, 저는 여기서 기다릴게요.”

 

 

하나비는 여전히 샴페인 잔을 놓지 않았다. 안에서 부글거리는 작은 기포가 터지는 것을 바라보며, 간간히 인사를 건네오는 이들의 인사를 받으며 카츠키 유리를 기다렸다. 생각보다 유리를 데려간 사람들이 유리를 쉽게 풀어주지 않아서 하나비는 친한 선수들과 먼저 인사를 나눴다. 하나비는 즐거웠지만 여전히 이런 자리는 익숙하지 못했다. 몸에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유리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듯 보여서, 하나비는 직접 나설까도 했지만 혹시나 그의 인상에 스크래치를 남길까 싶어 그런 생각은 고이 접어두었다. 사라와 밀라와 나누는 대화는 즐거웠고, 크리스와 피치트가 해주는 배려는 마음 한 쪽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유리오와도 이전보다 더 친해진 기분이 들어서 참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는?”

“아, 인사 중이에요. 금방 올거라고 했는데…, 영 벗어나지를 못해서.”

“뭐, 카츠동은 느려터졌으니까.”

 

유리오의 말에 하나비는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말해도, 유리오 날 걱정해서 해준 말이지? 하나비가 살짝 눈꼬리를 휘며 유리오에게 말하자, 크게 짜증을 냈다. 하나비는 나중에 유리가 유리오에게 또 잔뜩 잔소리를 들어올 것을 상상했다. 저번에 유리와 작게 다퉜을 때도 유리오는 하나비의 편이었다. 카츠키 유리와의 만남 이후 생긴 인연들은 하나비에게는 모두 소중했다. 따쓰하고 하나비, 자신을 자신 그 자체로 바라봐주었다. 마시지는 않았지만, 들고 있는 샴폐인으로 밀라와 사라와 함께 가볍게 건배를 했다. 하나비가 들고있던 샴페인이 반짝였다. 파티장의 조명은 여전히 밝았고, 사람들의 고급스러운 옷차림새가 분위기를 더 반짝이게 했다.

 

종종 하나비도 무례한 말을 내뱉는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녀는 그 정도에는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나비는 남자의 정장 구두에 들고있던 잔의 샴폐인을 부어버렸다. 마치, 실수였다는 것처럼. 그건 실수가 아니었지만 그렇더라도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시비는 저쪽에서 걸었어. 손가락이 천천히 힘을 잃고 잔이 기울어져 모든 술이 남자의 고급 정장과 구두를 적셨다.

 

“T'es fou ?(미쳤구나?)”

“Je te préviens. Ne reviens pas près de moi.(경고하는거야. 다시는 내 근처로 오지마.)”

 

다행이었던 점이라면, 그 일을 하나비 근처의 선수들과 몇몇의 사람들만 알았다는 점이었다. 아주 조용하고 짧게 정리된 일이었지만 유리오와 밀라가 자신의 일처럼 화를 내주었고 크리스는 하나비에게 괜찮은지묻고 있었다. 이제 하나비가 든 잔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고급 카펫이 축축하게 젖었고, 남자는 얼굴을 찡그리며 순식간에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하나비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있어도 이런 일이 있으면 역시 혼자 있고 싶어졌다. 결국, 크리스에게 괜찮다며 웃어보이고는 테라스 쪽으로 나가는 것을 선택했다. 달빛이 잔잔하게 내려앉아 하얀 대리석으로 된 테라스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파티가 한창 무르익고 있었기에 테라스는 사람이 없었다. 달빛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오랜만에 보는 사람의 얼굴에 더 눈이 가는게 당연했다.

 

하나비는 이런 곳까지 와서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에 웃음이 나왔다. 파티가 분명 반짝이는 일만으로 채워진 곳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았지만, 그래도 늘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고질적인 외로움은 그녀의 대부분의 생활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 존재를 숨기고 있을 뿐이었지 사실은 늘 옆에 존재했다. 하나비는 빈 샴페인 잔을 기울이고 돌려가며 달빛을 담아 볼 생각을 했다. 좀, 특이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도 이상한 게 아니라고 반응하는 것은 이런 행동에서 나오는 답이었다. 그녀의 입꼬리는 순식간에 내려갔다. 마치 원래 없었다는 것처럼, 그건 원래 그런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되던 일 같았다. 그럼, 이렇게까지 된 이유는 뭐였더라.

 

카츠키 유리가 없어서? 파트너로 온 자신의 옆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둘러쌓여 웃는 중이라서?

 

아니었다. 사쿠라노 하나비는 카츠키 유리의 일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방해도, 질투도, 어느 부정적인 것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일을 깨트릴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결국, 하나비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의 문제로 단정지었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개운했다. 답을 찾았으니 됐다는 쪽이었다.

 

“흐응, 유리는 어디가고 혼자?”

“아, 빅토르. 유리는 안쪽에서 인사중이에요.”

 

 

하나비는 빅토르의 쪽으로 몸을 돌렸다. 확실히, 빅토르 니키포르프는 리빙 레전드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게 고귀해보였다. 카츠키 유리가 동경했던 사람, 하나비는 빅토르에게 그 어떤 부정적인 감정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이, 누군가는 질투할지 몰라도 하나비는 아니었다. 오히려 고마움을 느꼈다. 카츠키 유리를 행복하게 해줘서 그 사람은 당신을 바라보며 반짝거림을 키워왔기에.

 

하나비는 카츠키 유리가 어느 길을 걸었든 결국 빛날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건 감이었다. 그녀의 감은 대부분이 잘 맞아떨어졌고 하나비는 그것을 잘 사용할 줄 알았다. 내려간 입꼬리를 살짝 올려 빅토르를 향해 웃었다. 감사함의, 카츠키 유리의 빛을 붙잡아줘서…. 카츠키 유리의 빛이 되어줘서 고맙다는 인사였다. 하나비는 빅토르를 볼 때마다 그런 인사를 했고, 빅토르도 그 인사에 대해 답하듯 곱게 웃어보였다.

 

빅토르의 은발의 머리나 파란 눈동자가 달빛에 더욱 신비로움을 가졌다. 그래서인지, 솔직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 변명일지 몰라도 안 그래도 서러움에 솔직해진 표정은 더욱 진해졌다. 빅토르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유리가 잘해주니, 빅토르의 질문은 끝내 하나비의 억지로 올라간 입꼬리를 내려가게 만들었다. 이제 하나비의 표정은 정말 숨김없이 ‘슬픔’을 정의내리는 것이었다. 슬픔안에는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섞여있었고 그건 카츠키 유리에게 향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쿠라노 하나비 자신에게 향하는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유리는, 유리는. 잘해줘요. 과분하다고 느낄 정도로…,”

“그래? 그럼 다행이네.”

 

왜, 이런 표정인지 묻고 싶은거죠. 하나비는 빅토르의 표정을 읽어냈다. 빅토르는 긴 속눈썹이 반짝거리도록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지만 그건 하나비에게 더욱 확신을 줄 뿐이었다. 하나비는 이제는 편하게 마음을 먹은 듯 분홍색 속눈썹을 내렸다. 가라앉은 눈과 비어버린 샴페인 잔, 그리고 달빛은 그녀를 더욱 솔직하게 보이도록 했다.

 

“카츠키 유리는, 저에게 과분한 사람이죠.”

“왜?”

“왜라니…, 당연하죠. 유리는 반짝거려요. 자기 자신은 몰라도.”

 

하나비의 표정은 이제 곧 울 것만 같아졌다. 하나비는 줄곧, 그러니까 카츠키 유리와 계약연애를 할 때부터 욕심을 부리면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계약도 솔직한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해서 만들어낸 변명이었다. 그렇게라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정말 꿈처럼, 사랑을 하게 되었는데 믿기지가 않는 일이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카츠키 유리가 눈 앞에서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다.

 

봄의 아름다운 벚꽃이 금방 떨어지는 것처럼. 한 순간, 그도 그렇게 사라질 것만 같았다. 하나비는 카츠키 유리와 자신과 둘이 서 있는 모든 세상을 의심했다. 그렇지만 당연하게도 그 어느것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흔들리는 것은 오직 하나비, 자신 뿐이었다. 카츠키 유리 앞에서는 너무나도 솔직해지는 자신에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동경하던, 반짝거리는 사람의 사랑은 유성우같았고 그래서 놓쳐버릴 것만 같아서…. 하나비는, 자신이 어쩌면 카츠키 유리를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 그리고 그건 아무리 합리화를 시켜보려고 노력해도 결론적으로 욕심이었다. 어딜 가는지 묻고싶고 어쩔때는 가지 말아달라고 옷깃을 붙잡고 싶었다. 그렇지만 사쿠라노 하나비는 카츠키 유리에게 욕심을 낼 수 없었다. 카츠키 유리에게 카츠키 유리에 대한 감정을 숨기는 것, 그건 매우 힘든 일이었지만 하나비는 살아오면서의 경험으로 매번 쉽게 그에게 그런 것들을 감췄다.

 

그래서, 차라리 카츠키 유리가 좀 더 냉정한 사람이기를 바라고 또 바란 적이 많았다. 그렇지만 카츠키 유리는 사쿠라노 하나비에게 여전히 다정하고 또 상냥했다. 나가기 전에는 늘 마주보고 웃으며 인사를 해줬고, 연락을 하면 꼭 받아주려고 노력했다. 누군가에게는 연인에게 당연한 것이라 말할지 몰라도 하나비에게는 아니었다. 익숙하지 않은 상냥함은 쉽게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욕심이라고 생각하는거니?”

“그거야…, 당연하죠.”

“그럼, 카츠키 유리가 하나비를 욕심낸다고 한다면?”

 

빅토르는 다시 웃어보이더니 밤바람이 차갑다며 파티장의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카츠키 유리가 말하던대로 특이한 사람이라는 생각 뿐이었다. 하나비는 잠시 멍하니 반짝이는 파티장을 바라보기만 했다. 여전히 손에는 빈 샴페인 잔이 들려있었다. 카츠키 유리가 욕심을 내는 사람이라면…,

 

“원하! 미안, 많이 기다렸지.”

“아, 아니예요. 그나저나 인사는 잘 했어요?”

“음…, 나름대로 잘 했다고는 생각하는데 여전히 이런 일에는 익숙하지가 않아서.”

 

카츠키 유리의 표정이 한층 편해졌다. 하나비는 뒤에서 껴안은 카츠키 유리의 뺨을 살살 쓰다듬다가 짧게 입을 맞춰주었다. 아. 자신도 모르게 나온 것이었다. 이것도 유리를 만난 뒤 생긴 것이었다. 유리의 상냥함은 하나비를 점점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자신조차도 모를 정도로, 예측할 수 없게 솔직해져버리고 말았다. 카츠키 유리도 놀랐는지 입술이 닿은 부분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하나비가 그러니까 이건…, 등의 말로 어떻게든 숨기려고 하기도 전에 카츠키 유리가 먼저 하나비의 입술 위로 입을 맞췄다. 하나비의 손에 들린 샴페인 잔은 가볍게 유리에게 넘어갔다. 하나비의 손은 이제 자유로웠다. 잔에 남아있던 한 두방울의 샴페인이 모두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제, 달빛은 빈 잔이 아니라 입술을 맞추고 있는 연인의 아래로 쏟아졌다.

 

하나비는 입술이 닿은 순간, 카츠키 유리에게 자신이 왜 좋냐고 물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카츠키 유리는 뭐라고 답을 했더라.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붉어진 자신을 보며 유리가 웃었던 것은 틀림없이 기억이 나는데….

 

아, 생각났다.

 

그때 카츠키 유리는 사쿠라노 하나비를 사쿠라노 하나비이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말했다. 너무나도 모범적이고 예상할 수 있는 답변이었지만, 또 그런 답을 들은 하나비는 볼을 붉혔고 솔직해지는 자신을 급하게 숨겼다.

 

뭐, 어디가 좋아. 이런게 아니야. 그냥…, 원하가 좋아. …미안! 너무 흐릿한 대답이지?

 

사쿠라노 하나비는 그때 울었는지, 환하게 웃었는 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냥 너무 기뻤던 것도, 카츠키 유리에게 자신도 유리가 너무 좋다고 대답했던 것도 기억이 나는데. 그런 부분만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입을 떼었을 때의 본 카츠키 유리의 얼굴은, 달빛에도 선명하게 붉었다. 사랑에 빠진 얼굴이었다.

 

***

 

 

 

“유리.”

“응?”

“우리, 한 평생 사랑만 할까요?”

 

 

후에 하나비가 이 말을 꺼냈던 것은 한여름에 휴가를 나왔던 때였다. 둘은 하세츠의 바닷가를 걷고 있었다. 얕은 파도와 젖은 모래가 둘의 발만은 더위에도 시원하게 해주었다. 한쪽 손에는 자신의 신발이 나머지에는 사랑하는 이의 손을 붙잡은 채 걷는 바다는, 내년 여름에도 또 여기서 지금 이렇게 있기를 바라게 만들었다. 하나비의 말은 조금 뜬금없었는데도 카츠키 유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러자, 하고 답했다.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그래서 하나비는 그의 대답에 여름인데도 봄처럼 웃었다. 그런 웃음을 보며 카츠키 유리는 맞잡은 손을 더 꼭 붙잡았다. 둘의 이어지는 행동은 꼭 영원을 맹세하는 것이었다. 하세츠의 여름은 뜨거웠고 파도가 둘의 발목을 적셨다. 그런 여름의 중심에서도 둘은 영원히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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