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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아 스텔리어와 세미 하루하나는 동일 인물입니다. 
* 성인 AU
* 모브 有

 


우리 사이에 거짓은 없었다. 아니, 없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별했다. 

시작은 단순했다. 소소한 말다툼, 별 것 아닌 문제가 솜사탕처럼 부풀어져 높은 언성으로 상처를 입혔고 서로의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아무것도 말 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할 말을 잃었고 누군가는 눈물을 삼켰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받은 상태에서 담담하게, 하지만 거짓으로 내뱉은 말은, 

“우리, 헤어질까요?”

서로를 상처주는 말을 내뱉고서 돌아섰을 때, 스가와라 코시는 그녀를 잡지 않았고, 세미 하루하나는 그를 잡을 수 없었다. 

 

 


*


 두 사람의 이별은 그 두 사람을 아는 모든 이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사귀는 동안 단 한번도 싸우지 않았던 두 사람이기에 더더욱.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제일 먼저 달려온 사람은 세미 하루하나, 그녀의 사촌 오빠인 세미 에이타였다. 리아 스텔리어라는 이름 보다는 세미 하루하나라고 부르는 일이 더 많은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세미 에이타는 세미 하루하나를 친 동생처럼 여겼다. 그래서 막상 울고 있던 하나를 보았을 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불에 돌돌 말려 몸을 웅크리며 소리를 죽이고 울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을 때, 처음으로 세미 에이타가 느낀 건 당장이라도 스가와라를 쫓아가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그가 달래야 할 사람은 그의 앞에 있는 소중한 사촌 여동생이었다. 

 

“하나, 일어나봐.”

 

다정한 목소리 사이에서 들어 나는 선연한 분노를 다 갈무리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녀를 토닥이며 달래고 있던 에이타의 목소리가 다급해진 건 그가 방에 들어오지 않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세미 에이타가 오기 한참 전부터 울던 그녀의 체온이 오르는 건 어느새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몰랐다. 급하게 에이타의 등에 업혀 구급차에 태워진 그녀가 정신을 차린 건 그로부터 3일이 지난 후였고, 그 3일은 스가와라 코시가 수백, 수천번을 고민하다가 꺼져 있던 그녀의 핸드폰으로 연락을 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스가와라씨 요즘 피곤해 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
“아, 아닙니다.” 

 

스가와라는 걱정이 되고 있었다. 그가 한 행동을 후회하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기를 수십 번. 이제는 정말로 그녀가 한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아니면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첫 날은 이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아서, 둘째 날은 잡지 못한 그의 행동을 후회해서, 그리고 어제 밤은 용기내서 건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서, 피곤한 표정으로 회사로 출근했던 터라 평소에는 즐겨 마시지 않는 아메리카노를 들고 왔더니, 옆부서의 팀장인 하루카 나리나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같은 직급인 건 맞지만, 이상하리만큼 그녀에게 기시감이 드는 것 같아 괜히 피하게 되는 상대였기도 했다. 

“뭐야 여자친구랑 헤어진 거야?”

그래, 어쩌면 이렇게 붙어오며 말을 건네는 것이, 그리고 이렇게 아픈 구석을 찔러오는 것이 기분이 나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스가와라씨한테 지금 대시 해도 되는 건가?”

그래서 불편했다. 이렇게 멋대로 하는 것이 과거에 그의 하나뿐인 연인에게 멋대로 굴었던 누군가가 생각이 나서. 그래서 뭐라고 말을 하려 했다. 핸드폰이 울리지만 않았더라도. 

-세미 에이타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 핸드폰 화면에 떠올랐고, 몸을 일으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디야.
“우리가 이렇게 전화를 할 사인 줄 몰랐는데.”
-하나.  
“리아가 왜.”
-지금 하나가 어디 있는 지 알고 있기는 해?

그를 싫어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까지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스가와라의 목소리를 듣던 세미 에이타가 말한 주소는, 스가와라에게 있어 지금 어떤 순간보다 더 중요하고, 더 다급했던 순간이었다. 

-병원이야, 울다가 열이 올라서 쓰러졌다. 일단 너희 둘 일은 너가 해결해. 그 다음에 나랑 얘기 좀 하자. 

그래서 스가와라 코시는 뛰었다. 그가 했던 거짓말을 그만 하기 위해서. 아직 그녀를 사랑한다는 말을, 아니 정확히는 그녀를 아마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는 말을 해 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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