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이에 거짓은 없었다. 에이사카 요루미가 항상 생각하는 것이었다. 애정의 관계에서는, 무한한 신뢰가 기본이라는 생각으로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간단한 거짓말이나 선의의 거짓말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어쨌든, 큰 거짓말(?)은 하지 않으니 이 관계에서는 늘 원만하고 갈등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두 달 전, 어느 주말에 사무소의 로비였나. 휴게실에서 쿠르스 쇼와 잇토키 오토야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오토야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계속해서 알람이 울리는 휴대전화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오토야였고, 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상하네. 지금은 너도 여기에 있는데.....”
“나? 내가 뭐?”
“최근 들어서, 오토야가 휴대전화를 보는 일이 많아졌거든. 그래서 난 너랑 연락하는 걸로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인가....?”
“다른 사람? 그럼 숨겨둔 애인 막 그런 건가?”
“야, 너는..... 생각을 해도..... 그보다, 오토야가 그럴 것 같진 않은데....”
“그거야 그렇긴 하지....”
오토야의 휴대전화를 조심조심 가져와 알림창만 보던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추리(?)를 시작했다.
⌜나, 심심해⌟
⌜잇토키 군, 저녁에 시간 있어?⌟
⌜우리 사무소 주변에 괜찮은 카레 가게가 있는데 같이 갈래? 같이 먹으면 더 맛있을 거야 ( ´艸`)⌟
“이건 물구나무서서 봐도 작업 거는 거 같은데..... 여자앤가?”
“아..... 으음....”
“나의 아이큐 50, 너의 아이큐 50, 합쳐서 총 아이큐 100의 머리로 뭐라도 좀 생각해봐봐.”
쇼는 요루미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이름은 쇼가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얼마 전 컴백한 아이돌 멤버의 한 명이었다. 오토야와의 접점이 있었나? 쇼가 곰곰이 생각하는 사이 요루미는 포털 사이트에서 그 아이돌을 검색했다. 청순하고 깨끗한 외모와 우수한 예능감으로 떠오르는 사람이었다.
“헐..... 진짜 이쁘다.....”
“ .....? ”
“쇼, 너 이 사람 실제로 본 적이 있어?”
“있기야 있었지.”
“어땠어? 진짜 이쁘지??
요루미는 검색 해 찾은 사진을 보며 사랑에 빠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진짜 그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얘는, 자기 애인에게 다른 여자가 찝적거려도 별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그게 아니면 대체 무슨 생각일까. 쇼가 심각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오토야가 품에 음료수 3개를 안고 돌아왔다. 휴대전화가 요루미의 손에 있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는 오토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쿠루스 쇼는 갑자기 흥미진진해졌다. 팝콘이라도 가져와야하나. 친구의 고통을 즐기는 건 미안한 일이지만 지금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과연, 저 불쌍한 잇토키 오토야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 그.....”
“너 이 친구 어떻게 할 거야? 그, 이름이 뭐였지..... 히요리쨩?”
“ !! 내가 설명할게! 그 애가...”
“알아, 알아. 그 친구가 연락처를 달라고 했는데 차마 거절은 못 해서 준 거고, 적당히 치고 빠지려고 했는데 계속 연락이 오는 거지?”
요루미는 말을 안 해도 다 안다는 듯이 말했다. 오토야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였다. 표정도 억울한 강아지 표정에서 기쁜 강아지 표정으로 변했다. 음료수 하나를 따며 요루미가 말했다.
“그럼 그렇지.... 얘 성격상 그런 건 잘 못하잖아. .... 근데 이 친구 얼굴이 오토야 취향은 아니야.”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 취향이 아냐....?”
달달한 포도맛 음료를 한 모금 마신 후, 요루미가 화사하게 웃었다.
“오토야 취향은 그냥 ‘나’ 거든. 그래서 이 친구가 아무리 호감이 있다고 어필해도 오토야는 쳐다도 안 볼걸?”
“허........ 근데 일리가 있어.”
“맞지 맞지? 그래서 난 믿고 있다니까.”
낯부끄러운 말—일 지도 모른다.—이 쉽게 납득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쿠루스 쇼는 두 사람의 관계를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지켜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딸기우유를 마시며 눈 앞의 두 사람과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귀까지 빨개져 얼굴을 제 손으로 가린 잇토키 오토야와는 조금 후에 대화가 가능하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