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이에 거짓은 없었다
적어도 긴토키는 의심 없이 그리 대답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헤집어 올라가면 긴토키의 곁에는 시즈카가 있었다. 때로는 시즈카로 인해 더욱 괴로웠지만, 그것 이상으로 긴토키에게 시즈카는 필요한 존재였다.
달이 보이지 않아도 별들로 인해 빛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바로 앞을 밝혀줄 정도라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휘청거리기도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달이 뜨면 달은 밤하늘을 그 무엇보다도 환하게 밝혀준다. 길을 비추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마치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려주듯이 곁에서 함께한다.
긴토키에게 시즈카는 그런 존재였다.
"…시즈카?"
칠흑 같던 머리칼은 온데간데없이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와 달은 연상시키던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체 허공을 향했다. 왜 시즈카가 이런 모습이 된 것인지 긴토키는 이미 원인을 눈치채고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일은 전부 쓸모없었던 일이었나?
마지막으로 본 시즈카의 모습과는 괴리감이 느껴져 더욱 치가 떨렸다. 모든 건 자신의 탓이었다. 자신이 시즈카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절망감과 죄책감이 가시덩굴처럼 몸을 감쌌다.
자신이 시즈카를 죽일 것이다.
자신의 목숨 하나로 끝날 수 있다고 생각했건만, 무슨 잘못을 했다고 시즈카의 목숨마저 앗아가려는 걸까. 사랑하는 사람을, 어째서 자기 자신의 손으로 망가트려야 하는 걸까. 하늘을 끝없이 원망하면서도 이내 실낱같은 희망을 걸 곳이 하늘밖에 없다는 사실에 긴토키는 지금까지 걸어온 자신의 인생을 끝없이 원망했다.
지금까지의, 헤아리자면 수없이 많은 고통스러운 나날에도 시즈카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견딜 수 있었다. 시즈카가 자신의 곁에서 사라진다면, 견딜 수 없었다. 시즈카를 잃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도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고 머릿속 한구석이 차갑게 식어갔다.
자신을 부르지 않았음에도 발걸음은 자연스레 시즈카를 향하고 있었다. 한 발 한발 다가갈수록 숨통이 조여오고 주먹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덜덜 떨리는 손이 시즈카에게 닿자, 이루 못할 죄책감이 들었다. 하얗다 못해 창백해진, 차가운 손은 평소와 같았다. 그 사실에 더욱 견딜 수 없어 시즈카의 손을 붙잡고 고개를 숙였다. 젠장맞을 목소리가 떨려와 몸에 열이 다 빠져나가는듯한 감각을 느끼면서도 뜨거운 기운이 얼굴로 몰리는 게 느껴졌다.
사죄의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시즈카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연이어 들어 입이 열리지 않았다. 이를 악물어도 쉽사리 가시지 않는 감각에 눈앞이 흐릿해지고, 시즈카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싶어 고개를 드는 순간 뚝하고 시즈카의 손에 떨어지는 물방울에 긴토키는 그제야 자신이 울고 있다고 자각했다.
시즈카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조심스레 올라간 손이 머리카락을 스치고 눈가를 지나 이내 볼을 쓰다듬었다.
"긴토키, 같이 죽자."
양손으로 나의 뺨을 감싸고는 시즈카는 그리 말했다. 분명 앞이 보이지 않을 터인데 한 쌍의 눈동자가 자신을 분명하게 마주 봐 긴토키는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마치 안부를 묻는듯한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에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올 거 같았다.
고민할 필요 없이 자신만을 따라오면 된다고 말하는듯한 목소리는 언제나 자신의 팔을 이끌어 길을 열어줬다. 자책하는 자신을 나무라듯한 시즈카의 말을 듣자 지금까지의 모든 생각들이 의미 없게 느껴졌다.
눈물을 닦아주려는 듯한 손길에 시즈카의 손목을 당겨 끌어안았다. 손안에서 얽히는 머리카락도, 익숙한 품의 감촉도, 자신을 끌어안는 손길도, 그 무엇 하나 달라진 게 없는듯해 긴토키는 시즈카가 부서질 듯이 끌어안는 거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너는 마지막까지도 나를 사랑해주는구나.
우리는 마지막까지도 서로를 사랑했고 그 사실은 긴토키에게 끝없는 절망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