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해석, 설정 날조 주의
*급전개 급마무리주의
우리 사이에 거짓은 없었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처음부터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서로에게 할 말 다 하는 사이라 남들이 보기엔 친해 보일지 몰라도 함께 지낸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둘만 있을 땐 어색했다. 한참을 전철에서 졸고 있는 그를 보던 아라키타는 그렇게 생각한다. 차라리 이게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고.
일이 있어서 기숙사가 아닌 집으로 가던중 똑같이 집으로 가던 매니저인 그를 만났다. 이쪽 방향이었나. 아라키타는 고민을 하다 그에게 접근하던 모르는 남자를 보고 그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것까진 좋았는데. 막상 둘만 되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의 말에 대답이나 하면서 전철이 빨리 오길 기다렸다. 불어오는 바람이 조금은 매섭다고 느껴져 다가오는 바람을 맞서 고개와 몸을 돌리면서 들어오는 전철을 탈 준비를 한다. 이미 한차례 지나간 후라서 그런지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안에도 사람이 별로 없고 그는 빨리 들어가자며 아라키타의 손을 잡고선 자리에 앉았다. 제 손을 잡혀 당황해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손을 뺀다. 저를 어색해하는 걸 모르는 눈치인지 이어 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었다.
시선을 돌리며 네네 하고 있던 사이에 조용해졌기에 이야기가 끝난 건가 했는데 졸고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고3임에도 공부도 하고 매니저 일도 하느라 힘들긴 하겠지. 3학년이면 후배들한테 지시만 해도 되는데도 매일 열심히 했다.
“자?”
자는 걸 알면서 굳이 물으며 고개를 숙여 확인한다. 눈을 감은 채로 꾸벅이며 자고 있던 그가 갑자기 고개를 획 꺾자 놀라 등을 등받이에 붙인다. 꺾인 고개가 점점 옆으로 기울더니 고개가 획하고 넘어간 뒤 눈을 뜬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목을 움직여 목운동을 하는 척 이리저리 움직이지만 이미 상황을 전부 지켜본 아라키타는 웃음을 참으려 고개를 획 돌리고 그런 행동에 웃지 말라고 화낸다.
알겠다면서 화내는 목소리에 결국 아라키타는 웃었고 그는 그런 아라키타를 보면서 따라 웃었다.
“야스토모, 내 얼굴 보고 웃는 거 처음인 것 같아.”
“뭐가.”
“나랑 둘이서 있으면 어색해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가 봐?”
알고 있었던 건가. 웃다가 시선을 획 돌리니 반대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뭘 그러냐며 팔꿈치로 툭 치면서 장난을 걸기까지 한다.
대화가 끊기고 둘은 움직이고 멈추고를 반복하는 전철 밖으로 보이는 해가 지는 걸 보면서 동시에 하품을 한다. 내릴 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시간이 좀 더 빨리 갔으면 좋겠다 싶었다. 전철은 또다시 멈추고 몇 명의 학생이 들어온다. 제일 먼저 들어온 다른 학교 남학생은 주변을 둘러보다 다른 넓은 자리를 두고 굳이 그의 옆으로 와 앉았다. 뭔가 싶어 쳐다보니 모른 척 뒤따라와 제 앞에 선 친구와 대화를 한다.
멍하게 창밖을 쳐다보던 그가 피곤함이 덜 풀렸는지 어깨가 축 처진다. 주변에서 말하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는지 눈이 점점 감기고 고개를 숙인다. 고개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 옆에 있던 다른 학교 남학생 쪽으로 고개와 상체가 눕혀진다. 남학생의 시선이 순간 그를 향했다. 살짝 웃는 것도 같았다. 어깨끼리 닿으려는 순간, 아라키타는 그의 어깨 위로 손을 얹었다. 두 어깨 사이에 손이 하나가 들어오자 남학생의 표정이 싹 바뀐다.
[이번에 내리실 역은…]
안내 방송에 아라키타는 고개를 들었다.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한 것을 알아채고 제 품에 기대어 잠든 그를 보던 아라키타는 숨을 길게 내쉰다.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는 그를 보며 아라키타는 다른 손을 들었다. 졸고 있는 그의 이마를 탁 소리 나게 친다. 아픔에 놀라 눈을 뜨고 제 이마를 부여잡는 그는 얼울한 표정을 짓는다.
“나 간다. 잘 가라. 자지 말고.”
“무슨 짓이야!”
“하도 졸고 있길래 깨라고.”
“말로 깨웠어야지!”
아라키타에게 화를 내지만 전철이 멈추자마자 빠르게 밖으로 나간다. 본인이 가버렸으니 화를 계속 낼 수도 없고, 제 이마를 손으로 문지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주변을 둘러보다 제 옆에 있던 다른 학교 학생이 앞에 서있는 학생과 이야기를 하자 그는 이마에서 손을 떼며 아라키타가 있던 자리로 옮겼다. 빈자리를 보고 학생이 제 옆에 앉자 그는 손등으로 두어번 문지른다.
문이 닫히고 떠나는 전철을 보던 아라키타는 제 품에 기대고 잠든 그를 떠올리곤 쳇 하고 혀를 찬다.
“어색해서 죽을뻔했네.”
잠시 서있다가 다른 전철이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에 몸을 획 돌려 출구 쪽으로 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