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속
우리 사이에 거짓은 없었다. 분명히 우리 사이는 거짓 없이 행복했다. 당연히 행복이 온다며 불행도 같이 온다는 것을 까먹으면 안된다.
요즘들어 펴지고 있다는 수상한 병으로 경호하는 겸으로 같이 학교를 가게된 토시로의 말을 듣고서는 병따위는 이미 딴곳으로 잊어버린 채다. 시로가 온다는 데..무슨 요리를 하지? 저녁요리로 가득찬 머릿속에 신호동을 건너면서 집으로 향했다. 자주 현세에 오지 않는 토시로와 어떻게든 현세 데이트를 하려고 이노우에랑 작전을 많이 짠 적도 있었는데 이렇게 쉽게 올 줄 몰랐다. 원래라면 미리 말해주는데 엄청나게 바쁘기도 한지 마츠모토씨가 아닌 토시로가 직접 온다고 할 정도니까.
그러고 보니 수상한 병이라는 것은..저녁요리 생각에 까먹고 있었던 퍼지고 있는 병이 생각이 났다. 사실은 궁금하지 않지만, 얼마나 심각하면 소울 소사이어티에서도 비상사태인가..좋은 생각은 아니지만, 그 덕분에 토시로랑 더욱 가까이 있을수 있고,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이득이 있기도 하다.
“..저기 학생..?”
“내?”
어느새 골목길을 꺾고서는 보이는 토시로의 하얀머리카락에 시선을 향했지만, 곧 나한테 물어오는 아줌마한테 고개를 휙 돌렸다. 누가 봐도안색이 안 좋아보이는 아줌마표정에 모르게 자연스럽게 웃어보였다. 어디 아픈것인가..? 너무 창백하신데?
“저기..혹시 무슨일 있으세요?”
“저..한번만..한번만..”
엄청나게 창백하다. 꼭 금방 쓰려질 것 같은 표정에 어쩔 줄 몰라 한 채 주변만을 두리번 거렸다. 주변에 구급차로 신고하는게 좋다는 생각해서는 아줌마를 잠시 떨어트리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악취가 나는 냄새가 퍼져나갔을까? 언제부터 이런 ‘괴물’이 내 곁에 있었던 거지? 모르겠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멍해진채 귓가에는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생..한번..만..”
“아..아..!!”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악취가 나버린 아줌마는 사람이 아닌채 있었다. 입속 안은 더욱 악취가 난채 저 멀리서 도망가라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럴때마다 움직이지 않는 나 자신을 한 대라도 때리려고 손을 뻗고 싶었지만 온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게 내 몸이 아닌 것 처럼. ‘도망가!!카치!!’ 토시로가 외치는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오면서 그제야 내 신경이 깨어난 것 같았다.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전혀 몰랐다. 어떻게 온것일까? 저게 퍼져있었던 병이라는 것..? 어떻게 감연히 되면 ‘괴물’이 되는 거지?
무섭다. 아무것도 못하는 마 자신도 무서우면서 겁이 나는 지금 상황도 무섭다. 어디라도 들어가서 누군가 꿈이라고 말해붞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꿈은 무너지면서 눈앞에 보이는 또 다른 ‘괴물’의 뒷걸음질을 해버렸다. 나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봤다. 물어보지 않아도 알고있는데 말이다.
“저,저거..뭐야..?시로..?”
“쉿. 조용히.”
시로의 단호한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고개를 숙여서는 천천히 돌아다니는 ‘괴물’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걸으면서 인간인척 하다가 살아있는 생물은 잡아먹고 있다. 누구 진짜 사람일까? 혹시 나도 괴물이면? 내 옆에 있는 토시로는..괴물이 아닐까? 물어보다가 상처를 받으면 어떡하지? 아무 표정을 짓을수 없었다. 우리 사이에는 거짓이 없는데..이게 거짓이 없는 걸까?
토시로 와 잡은 손을 좀 더 힘을 주었지만, 그는 다른 곳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를 바라보는 걸까? 나를 볼 때는 괴물이 돼버려서 그런가? 의심하면 안되는 것을 알고있는데 무서웠다. 아무 상황도 생각없이 지금쯤이라면 토시로랑 이야기 하면서 저녁밥을 먹고 있을 때인데.. 꿈이다.
“카치, 학교로 뛰어가라.”
“시로는..?”
“잘들어라. 너가 알고있는 골목길로 들어가는 순간 달려라. 절대로 뒤를 보지말고 내가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아무 생각없이 달려라.”
“..어떡게 버리고 가..?”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버리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 눈썹을 찌푸리면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만약 이 손을 놓는다며..어떡게 되는 걸까? 아주 작게 떨리는 그의 동공은 어느새 멈춰 섰다. 또다시 무표정이 된 그는 이마를 찌푸렸다. 내가 말을 안들을때마다 짓는 표정이다. 진짜 나쁜 여친이겠지..나쁜 여친이여도 너를 두고 갈수는 없어.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말할게 없었다.
“그럼 뒤따라 갈거이니 먼저 가 있어라. 분명히 쿠로사키 이치고도 있을거다.”
둘이서 도망가는 방법도 있어.시로군..
“카치.사랑한다.”
“..사랑하면 다야..?”
“넌 ‘괴물’이 되면 안된다.알겠나? 가서 히나모리랑 같이 있는 거다. 어디에 있든 찾을 수 있으니까. 얼른 가!”
그의 큰 목소리가 귓가에 정확히 박혀다. 일어선 토시로는 등을 보인채 크게 달리라는 목소리와 나도 같이 등을 돌렸다. 골목길로 빠져나가면서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뺨에 흘러내린 눈물을 닦을 여유도 없이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멈출수 없었다. 여기서 달리는 것을 멈추면 다시 돌아갈 것 같으니까 말이다.
멈추지 말고 달려.
계속 속삭여지는 목소리, 끝없이 달렸다. 어느새 목소리에 울먹이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눈앞 보이는 학교 건물에 몇반인줄 모른채 교실안에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교실안에는 거친 숨소리만 들려왔다.
아니다..혼자 도망친게 아니야. 머리를 감싸서는 무릎에 파묻혔다. 온몸에 떨리는게 느껴졌다. 내가 울고 있다는게 느껴지면서 나를 뒤돌아본채 가라고 한 토시로의 모습이 떠올려지면서 눈물이 나왔다. 울면 안되는데..울면 꼭 토시로가 죽은거 같잖아..!
“좋아해..시로짱..!”
애써 말하는 너의 이름을 몇 번이나 불려본다.
언젠간 내 곁에 온다고, 계속 학교를 지켜내면서 말이다.
+ + +
“흐-으윽! 맑은 날씨네~”
그러네. 그녀의 옆에서 너 답다는 듯이 미소를 짓은 채 너를 바라보았다. 해맑게 웃으면서 높게 묶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는 전보다는 밝아보였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조금은 쓸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행복하면 괜찮지 않은가
“자!오늘은 식량 공구하려 가보자고~”
그녀가 그를 스쳐지나갔다. 밝은 미소로 들어오는 히나모리한테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너를 쓸쓸하게 바라보았다. 분명히 먼저가라는 것은 나였는데 말이다. 이제와서는 쓸쓸하다는 듯이 바보처럼 너를 바라보는게 왕바보라고 분명히 혼나겠지?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너는 나를 볼수가 없구나. 그래도 그걸로 만족한다.
「 약속 지켰지만, 늦게 오길 바란다. 카치 」
“응?”
“왜그래?카치짱?”
그녀는 잠시 고개를 돌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기분 탓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서는 작게 중얼거렸다.
“어서와.시로군”
우리 사이에 거짓 같은 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