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짓
우리 사이에 거짓은 없었다. 모두가 말하는 완벽한 커플이라는 소문을 내는 것처럼 그와 나의 사이에는 아무런 거짓은 없었다. 누군가 그의 옆에서 애교를 떨면서 아무렇지 않게 여우 같은 동물이 나를 바라본다고 해서 내가 이마를 찌푸리거나 울지 않는다. 그 정도로 쉽게 마음이 꺠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하기 때문이다. 서로를 믿고, 서로의 사이에는 아무 거짓이 없다. 이것이 완벽하면서도 SS급 정도인 마피아 커플이었다.
우리 부모님이 마피아한테 내 눈앞에서 죽기 전까지는 말이다. 누구보다도 최강이 되기 위해서 처음에는 아무 조건 없이 마피아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무작정 사람을 죽이기만 했다. 죽이면 뭐든 될 줄 알고는 말이다. 사람을 죽이고, 고문하면서 죽이고, 어린아이도 죽이고, 돈을 받고 죽인다. 생활은 피를 보는 것이고 익숙해져 있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그는 매우 영리했고, 엄청나게 빨랐다. 사건이 터지면 곧바로 계획적으로 뒤처ㄹ도 깨끗하면서, 무엇보다 약점 따위가 없었다. 하얀 머리카락의 검은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적인지 더운 여름에도 쓰고 있는 것을 몇 번 본적이 있었다. 정장을 입은 채 절대로 무표정이 흐트러진 적이 없는 그한테 한눈에 반한 적이 언제였을까나? 어느샌가 나는 한눈에 반한 채 서 있었다.
과연 그를 좋아해도 되는 걸까? 생각하는 틈도 없이 그와 나는 커플이 되었다. 서로의 약점을 가지고 있는 채 사랑하면서 애틋하게 서로를 아끼고, 거짓 없는 사이를 유지하면서 값비싼 아파트에서 둘이서 살기에는 넓지는 무료로 기부해주신 보스님의 애정, 직원들의 값 비싼 선물도 잔득이 였다. 처음에는 행복했다. 그를 사랑하고, 첫사랑이 이루어진 나한테는 험난한 지옥 같은 땅에서 빛이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그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도망가자.”
“무슨 소리야..? 보스를 배신하고 어떻게 가자는 거야..?”
“더 이상 어둠으로 타락하게 만들 수 없다. 카치야”
마피아를 배신하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죽여달라는 것이나 똑같았다. 이해 할 수 없었다. 카카시가 얼른 가자면서 나의 손목을 잡아당기면서 나는 그 손을 뿌리치고서는 그의 표정을 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게 다 있는 곳에서 왜 나가자는 거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마피아한테 당해서 돌아가셨다. 처음에는 원망으로 스파이로 잔입했지만 따뜻했다. 어두운 세계에서도 빛나는 세계보다도 따뜻해서 계속 이곳에 있고 싶었다. 그래서 보스한테 사랑을 받기 위해 열심히 수련하고, 임무도 하고, 사람을 죽이고서는 여기 까지 왔다. 그리고는 내 옆에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까지 있는데 어떻게 도망가자는 생각을 할수 있는 걸까? 절대로 이해할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가기 싫다. 그래서 그의 손을 뿌리쳤다. 뿌리치고서는 알게 된 것이다. 그는 나한테 더욱더 좋은 곳에서 둘이서 더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 곳에서 살기 원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의 표정은 마음속 한곳에 깨지는 듯이 부셔져 나갈 정도로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애탓게 가길 바라는 표정인 그는 결국 나를 두고 갈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나를 버리고 간 그가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었다. 싫었는데.. 어떻게 마음을 접을 수 있을까? 나를 두고 가기전에 말했던 그의 단어가 귓가에 맴도는 듯이 들려온다.
‘사랑해.’
떠날 거면 말하지 말지. 애탓게 기다리는 나는 어느새 몇 년이나 지났다. 보스가 죽고서는 내가 보스가 되었다. 분홍머리카락에 별눈동자가 신비로우면서 표정이 없는 여자로 소문이 나는 마피아에서는 내가 유일한 후보였기 때문이었다. 보스가 되면 무엇부터 할까 고민했지만, 결론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었다.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가 보고 싶어진다. 항상 일이 끝나고 현관문을 열면 따뜻한 손길로 나를 안아주면서 상냥하게 눈웃음을 지어주는 그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야 알게 됐다. 이제야 네가 나를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매일 새벽에 왜 갔는지도 항상 보여줄 거라면서 기다리라고 했던 너의 미소도 말이다.
“많이 기다려지? 카치야”
“..!!카카..시..?”
어떻게 온 거지? 분명히 적을 쓰러트리고서는 입막음을 위해서 창고에 있었다. 아무도 없는 것을 알고서는..근대 주변에 있는 애들은 모두 쓰려져 있을 뿐이다. 전부다 기절한 채 온 것이다.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로. 카카시는 눈웃음을 지으면서 나의 뺨을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꼭 많이 기다려서 고생이 많았다는 듯이 말이다. 애틋하게 그를 보고 싶었다. 너무나 보고 싶어서 보고싶다는 말도 하고싶었는데 수없이 많은 말을 하고싶었지만 나오지 않았다. 멈춰버린 표정에 나는 아주 잠깐에 멍을 때릴수 밖에 없었다.
SS급이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는 엄청나게 조합이 좋았다. 사귀지 않더라도 눈만 마주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우리는 사귀면서 거짓이 없는 사이가 되었다. 누구나 알 정도로 거짓말 따위 없는 사이에서 언제부터 카카시는 도망칠 계획을 짜고 있었을까? 지금 이렇게 부정하는 나 자신도 바보 같았다. 진짜..바보에서도 왕바보인거 같아..
“카치야.”
“..카카시, 왜 왔어?”
나의 첫 말은 그의 이름이었다. 두 번째는 그가 왜 왔는지의 물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답이 아닌 질문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화났니?카치야’ 상냥하게 물어보는 그한테 이끌려가고 싶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보스따위도 포기하고서는 행복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뒤로는..? 그 뒤로 과연 우리가 행복하게 살수 있을까? 오히려 맨날 쫓겨다니면서 행복을 느낄 시간도 없지 않을까? 모든 것은 부정으로 가게 된다.
난 고개를 살짝 들어서는 그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그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사랑하고, 소중하고, 멋져 보이는 그를 아무한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난 보스 자리를 떠날 수 없어..”
“하아..하타케 카치. 너는 누구의 애인이지?”
“카카시의 애인이지만 그전에 나는 보스야.”
명백하다. 내가 하타케 카카시의 애인이어도 마피아의 보스라면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지금의 내 자리가 얼마나 무겁고, 두 번 다시는 갈 수 없는 곳인지 소름 끼칠 정도로 바로 알수 있게. 카카시의 표정은 어느새 무표정으로 변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웃고 있는 사람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만 나도 모르게 풉 웃음이 터져나올뻔 했다. 분명히 진지한 상황인데 죽음을 앞두고 있는데도 웃음이 나와버리는 나 자신이 잠깐은 미친 사람인가 생각했다.
결론은 똑같았지만, 내가 한 벌짝 뒤로 빠지면서 카카시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점점 그한테 벽을 쌓여놓는 행동을 하면 할수록 그는 점점 다가오려는 손을 뻗지 못한다. 망설인채 서 있을뿐이다. 과연 자신이 행복을 해줄 수 있는지 말이다.
그러면 안 되는데..속으로 엄마처럼 애를 다루는 듯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타케 카카시.”
“..응.”
“나는 너의 애인이면서 보스야. 네가 떠나고서는 나는 아래로 점점 내려갔어.”
카카시가 대꾸하려고 했지만 내가 말을 가로 질렀다. 그가 지금 뭐라고 한마디라고 하면 나는 끌려갈 것 처럼 말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몇 년이나 기다려주는 데 날 잊지 않고 와줬다. 누구나 좋아서 따라갈 것이다. 누구나 말이다. 그 ‘누구나’의 나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감정을 접어놓고 접어놓아서는 구겨져도 그한테 상처주는 말을 해라된다. 우리 둘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나 너의 목숨이라도 지키기 위해서는 말이다.
“그니까..이제는 힘들어. 카카시를 기다린 것도 도망치는 것도 너무 힘들어. 그럴 바에는 죽는게 나아.”
“죽는다는 말, 쉽게 하는게 아니다. 카치야”
누구나 알고 있을거다. 자신이 왠지 헤어질 것 같은 느낌이랑 헤어지라 될 것 같은 느낌이 올 때는 서로의 눈을 마주보지 못한 채 애탓게 손만 잡는거 밖에 되지 못한다.
“..그만하자.이 이야기는”
“많이 좋아했어. 카카시군. 네가 매일 아침에 타주는 달달한 핫초코부터 어서오라고 눈웃음을 짓고서는 따뜻한 밥을 준비해주는 카카시가 너무 좋았어. 엄청 행복했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의 눈동자가 서서히 동공이 떨려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예상했던 결말이었다.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될만큼.
“잘있어.카카시군”
“카치야!가지마..제발..”
그의 큰 손, 절대로 뿌리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랑하고 사랑하니까.
그러니까 나는 그런 손을 뿌리치고 앞을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사이에는 거짓 따위 없으니까.
+ + +
그녀를 잡지 못한게 나의 죄인가. 그녀가 떠나가면서 생각했다.
“이미 생각해도 늦었다..하하,참 바보같네..”
두눈에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절대로 두눈에 나오지 않을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뺨을 매만져보니까 그제야 나는 깨달아버린거다. 그녀를 그때 잡지 않아서 울면서 매달고 싶었다고 말이다.
“..사랑해.카치야.”
지금 내 눈앞에 회색 묘비 밖에 보이지 않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이름이 적혀 있는 사실을. ‘하하, 이미 늦었네’ 몇 번이라도 되돌아 혼잣말 해도 그녀가 잊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도 이제야. 우리 사이에 거짓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