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혹
written by. 나찰
Fate Grand Order 카르나x에코 문 드롭x아르주나
우리 사이에 거짓은 없었다. 아르주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사실은 그것 이외의 선택지는 그에게 주어져 있지 않았다. 그가 고를 수 있는 길이란 언제나 마스터이자 연인인 그녀를 믿고 사랑하는 것뿐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란, 마스터, 카르나, 그리고 아르주나를 뜻했다. 그들은 흔히 말하는 연인사이였다. 세 명이 연인인 것이 어딘가 이상한가? 그들은 그렇지 않다고 여겼다. 애초에 더 이상은 이상하고 말고를 정할 인류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당사자인 자신들이 납득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르주나가 그녀를 카르나와 함께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완전히 받아들였냐고 하면, 그것도 조금 애매했다. 그 생각은 요즘 들어 더욱 부풀려진 참이었다.
가령, 일이 있어 아르주나 혼자서 잠시 떨어져 있다가 왔을 때라든가.
"카르나, 그만. 나 이것 좀 보고."
"보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
"네가 자꾸 붙어 있으니까 불편하잖아."
"싫은가?"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됐다."
"하나도 된 게 없는데... 그래, 뭐. 키스는 좀 참아. 금방 다 보니까."
"너를 혼자 차지할 때가 적으니 이 정도는 허락해줘야지."
"우리 카르나는 욕심도 많지."
"너에게 있어서는."
그녀와 카르나가 찰싹 달라붙어 다정하게 이야길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러다 막 돌아온 아르주나를 그녀가 발견하면, 마치 못할 일을 한 것처럼 카르나를 쭉 밀어내고 인사를 건넨다. 그저 평범하게, 이쪽으로 와서 같이 껴안고 있어도 된다고 말해주면 될 뿐인데.
"아. 아르주나 왔어?"
"... 예, 마스터. 지금 왔습니다."
"빨리 왔네. 일은 잘 했고?"
"이 아르주나가 제대로 하지 못했을 리 없지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무얼 하고 계셨나요?"
"다음 레이시프트 자료를 보고 있었어. 카르나가 자꾸 방해를 했지만."
"그런 적 없다."
"카르나, 마스터께 시도 때도 없이 귀찮게 굴지 말아라. 네놈 때문이 아니어도 충분히 바쁘시니."
"마스터와 함께 있지 못한 서운함을 화풀이하다니 유치하군, 아르주나."
"지금 뭐라고,"
"자, 그만해. 아르주나, 다녀왔으면 인사를 해줘야겠지?"
턱을 당겨 들고 키스를 조르는 그녀의 당당하고 오만한 표정을 아르주나는 사랑했다. 치미는 불신도 그 얼굴을 보고 있으면 속에서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이렇게 자신을 사랑해주는 그녀를 어떻게 감히 의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러나 아르주나는 속내에서 들끓는 시커먼 것을 어떻게 해야 뿌리뽑을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가 카르나와 둘이서만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자신이 다른 볼일이 있을 때 그녀와 카르나 단 둘만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제 것을 빼앗긴 것처럼 어찌할 바 모르는 의심과 불안에 떨었다. 그것은 그녀가 카르나와 있는 것을 제게 죄스럽게 생각하는 양 굴 때 더욱 강해졌다. 우리는 서로가 합의하여 셋이서 사랑하기로 한 것이 아니었던가. 아르주나는 확신할 수 없었다.
분명 카르나도 혼자서 일을 나갈 때가 있었는데 왜 이렇게 자신만 유난히 그녀와 떨어질 때가 많은지, 그런 생각을 불만스레 삼키던 어떤 날이었다. 의심 반, 그리움 반으로 그녀를 보기 위해 마이룸으로 바삐 돌아갔을 때였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왜 그래, 카르나?"
"가끔씩 이럴 때가 있다."
"그게 무슨 뜻인데?"
그녀는 카르나를 마주안고 다정하게 물었다. 카르나는 멀어서 잘 안 보이긴 했지만, 어쩐지 굳은 표정인 것 같았다.
"너를 아르주나와 함께 가져야 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드는 때가 있다고."
"지금 이대로는 싫다는 말이야?"
"네가 좋다면 상관없지만... 그래, 역시 너를 누구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아."
"카르나, 알잖아. 이미 끝난 주제야."
"안다. 말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
"이쪽 봐."
"..."
"내가 널 사랑한다는 사실을 의심해?"
"그럴 리가. 문제는 나에게 있는 것이겠지."
"그럴 수 있는 거 알아. 하지만 내가 누구 한 명을 더 특별히 여기진 않는다고. 오히려..."
카르나의 입술이, 그녀가 그 다음 말을 하는 것을 막았다. 아르주나는 저도 모르게 이를 꽉 사려물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벽을 짚은 손에 아플 만큼 힘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가 해야 하는 말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똑같이, 두 명을 공평히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어야 했다.
아르주나는 가슴 속까지 깊이 들어찬 시커먼 물을 어찌하지 못했다. 그녀를 여전히 사랑했다. 그녀가 자신보다 카르나를 더 사랑한다고 한들 그녀의 곁을 떠날 수는 없었다. 옆에 있게만 해 준다면 그 정도로도 족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 있을까. 아르주나는 이제, 그녀 주변의 모든 이를 배제하고 세상에 그녀와 그 둘만이 남는 광경을 만들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야 했다.
왠지 저 안으로 들어설 수가 없어서, 아르주나는 걸음을 조용히 돌렸다.
우리 사이에 거짓은 없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