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이에 거짓은 없었다. 그러니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에 나는 들어가지 않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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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은 비가 잦은 지역은 아니었지만 종종 비가 온다면 땅을 모조리 집어삼킬 듯이 오고는 했다. 또 가이오가의 짓일까나. 완전 큰일일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말하며 미유키가 웃어 보이면 미쿠리는 가만히 어깨를 으쓱하고 창 밖을 내다볼 뿐이었다. 닫힌 창문의 위로 드리워져 있던 커튼은 이미 걷힌 지 오래였는데, 밖이 보이지 않으면 답답하다는 미유키의 취향 때문이었다.
사방이 바다였으므로 루네시티에는 자욱히 물안개가 끼어 있었다. 미쿠릿치, 밖 좀 봐봐. 아무도 없어. 원래도 사람이 적은 곳이었으니까. 마치 둘만 남겨진 것 같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다. 어두운 하늘을 그저 가만히 올려다본다. 세계가 끝나는 줄 알았을 때 호연이 이랬었는데. 그러면, 담아두었던 그 말은 하지 못 하고 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몸이 차가워지니까. 그 비슷한 말만을 하며 미유키의 어깨 위로 얇은 담요를 덮어 줄 뿐이다. 아마 밤에는 아무 것도 안 보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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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끝난 이후라는 말은 묘한 매력이 있다. 마지막 장이 끝나고 막이 내렸으니 그 전의 일들은 모조리 과거에 묻어두고 나아가버려도 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잊어버리고. 없던 일로 해버리고. 없던 일로 하지 않는대도 사람이 나아가는 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니까 망설임도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너는.
츠와부키 다이고는 호연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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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리는 것은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다.
"미쿠릿치는 알고 있었지."
다이고 씨가 호연을 떠날 거란 걸. 나란히 누운 침대 위에서 조곤조곤 말이 흘렀다. 품 안에 웅크리고 누운 미유키의 얼굴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걷어내 정리해주며 미쿠리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무슨 답을 해도 지금은 빗소리에 묻혀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리고 미유키는 잠시 숨을 삼켰다. 흉곽이 잠시 열렸다가 닫히는 과정 속에서 모호함은 이 자리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확신이 된다.
"말릴 생각은 없었던 거네."
말리기는커녕 맡겨달라는 말을 했겠지. 너는 때때로 속내를 전부 읽어낸 것만 같은 말을 했다. 뒤척이는 몸을 따라 팔을 감싸던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불이 꺼진 방 안이었음에도 그 붉은색은 선명하게 보였다. 어두운 방 안에서 마주치는 금색 눈동자는, 울고 있었다. 미유는 나랑 있으면 자주 우는구나. 그러므로 거짓만은 고하지 못 하는 채로.
"아마 말렸더라도 떠났을 거라고 생각해."
그런 사람이라서 좋아했던 거잖아. 최소한의 교열도 거치지 않은 채 답을 꺼냈다. 미쿠릿치, 가만 보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단 말야. 그러면 너는 웃었는데 고여 있는 눈물을 닦아내지는 않았으므로 안겨있는 품은 천천히 젖어들어갔다. 눈물을 닦아 줄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다이고 씨, 다시 호연에 돌아올까."
"미유도 계속 여행을 할 거잖아."
"... ...그렇지."
"그런 거야."
그러니 오늘 밤에는 창밖을 내다보아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그러면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갈래."
제멋대로 팔다리를 뻗으며 어린아이처럼 구는 미유키를 바라본다. 그래도 너는 기다릴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