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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나와 드림주는 친구관계며 드림주가 다나를 좋아한다는 설정입니다.

 

 

 

 

“널 좋아해.”

“뭐?”

 

매미 우는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리던 계절. 뜨거운 햇살이 내려도 친구와 함께 한다는 것이 중요할 나이지만 교실엔 친구보다 뜨거운 햇살이 싫어하는 두 사람밖에 없었다. 마시던 물을 급하게 벌컥벌컥 다 마시고선 물병을 쥔 체 책상 위에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왔다. 어이없어하는 표정이 맞이하자 웃음이 났다. 또 장난하는 줄 알겠지. 너는 늘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진심이었다. 장난으로 받아들여도 괜찮았다. 내 진심만 전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플라스틱 물병이 구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입을 열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둘 사이를 방해하려는 커튼이 바람을 불러 사이를 가로막아 펄럭였다. 짜증을 내며 커튼을 밀어내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이어 벌칙으로 음료수를 사 온 친구들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흐지부지하게 끝난 어느 여름날. 이날은 누군가에겐 최악의 장난으로 기억되겠지만 적어도 본인에겐 소중한 날이기도 했다.

 

 

 

“응. 난 괜찮아. 오수야. 그래 다음 주말에 놀러갈게.”

 

전화 통화를 마치고 휴대전화를 끊자 옆에서의 시선이 느껴져 그가 고개를 돌리니 유다의 알 수 없는 웃는 얼굴이 보여 무슨 짓이냐며 손으로 얼굴을 밀어낸다. 그렇게 서로 툭툭 장난을 치던 중 저를 쳐다보는 다른 시선을 보고선 활짝 웃는다. 쌍둥이도 아닌데 닮은 얼굴이라고 하면서 어째서 이리도 반응이 다른 걸까. 유다는 투닥거림을 그만두자 그는 웃으면서 유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삐졌어?”

“당연하지. 왜 맨날 쟤랑 닮았다면서 나랑 다른 반응이냐고. 내가 너무 잘나서 접근하기 힘든 건가?”

“이러니까 애들이 다나를 좋아하지.”

 

그의 말에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니 유다가 버럭 소릴 지른다. 다시 시작되는 장난. 다나는 그런 그를 가만히 쳐다본다. 평소라면 같이 비웃거나 했을 텐데. 가만히 있자 다나 옆에 있던 듄이 조심스레 묻는다.

 

“쟤가 너한테 무슨 잘못했어?”

 

잘못? 했지. 매일 자신에게 하고 있다. 그 장난은 지겹지도 않은지 매일 하고 있었다. 그것이 받아들인 본인의 기분을 알면서도 하는 행동이었기에 더 화가 났다. 그래서 가능하면 무시하고 침착한 척 넘어갔다. 그런 매일을 보내고 나니 지겨워질 정도였다.

나는 다나 네가 좋아.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쟤가 나한테 잘못한 게 하루 이틀이야?”

“그렇긴 한데.”

“내가 뭐?”

“아무것도.”

“다나 내가 유다한테 잘해줘서 질투하는 거야? 내가 유다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

 

그의 말에 시선이 확 집중되고 그가 쓰고 있는 파란 나뭇잎 가면이 도끼눈을 하고 있자 다들 안 본척 고개를 획 돌린다. 싱긋 웃으며 뺨을 간지럽히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긴다. 조용해진 교실이 누군가의 헛기침으로 자기들끼리 대화를 시작한다. 곧 시작될 수업에 대화를 하면서 수업 준비를 시작하고 다나는 앞에 앉은 그를 빤히 쳐다본다.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들어온 선생님을 향해 반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다. 수업이 시작되는 동안 옆에 있던 유다와 공책을 가운데 두고 공부하는 척 대화를 나누고 선생님 몰래 웃기도 한다.

 

저를 힘들게 하면서도 잘 대해주는 그를 보며 다나는 한숨을 푹 쉬며 멍하니 칠판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얼마 전 있었던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여름임에도 선선해진 바람이 반쯤 열린 창문으로 통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춘추복을 입을까 말까 고민되는 지금과 다르게 그때는 하복을 입었음에도 너무나 더웠다.

 

“널 좋아해.”

“뭐?”

 

매미 우는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리던 계절. 뜨거운 햇살이 내려도 친구와 함께 한다는 것이 중요할 나이지만 교실엔 친구보다 뜨거운 햇살이 싫어하는 두 사람밖에 없었다. 마시던 물을 급하게 벌컥벌컥 다 마시고선 물병을 쥔 체 책상 위에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 그와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나뭇잎 모양의 파란 가면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저에겐 항상 웃는 얼굴만 보였다. 평소와 같이 장난하는 줄 알았다. 너는 늘 그랬으니까.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건 본인만의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손에 힘이 들어가자 쥐고 있던 물병이 구겨지면서 소리를 낸다. 대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자마자 방해하려는 커튼이 바람을 불러 사이를 가로막아 펄럭였다. 짜증을 내며 커튼을 밀어내고 다시 진지하게 말하려 하자 이번엔 벌칙으로 음료수를 사 온 친구들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대화를 이을 수 없어 그만두기로 했다. 그렇게 흐지부지하게 끝난 어느 여름날. 이날은 누군가에겐 그저 평소와 같은 즐거운 장난의 날로 기억되겠지만 적어도 본인에겐 언젠가 대답을 할 수 있을 기회의 날이 되기도 했다.

 

 

 

그가 머리카락을 넘기다 슬쩍 뒤로 고개를 돌렸다. 저와 눈이 마주치자 유다가 보지 못하고 자신에게만 보이게 입을 가린 뒤 중얼거린다. 곤란하다. 그때의 일을 막 떠올렸던 지금, 그가 하는 말은 무척이나

 

“진짜 짜증 나게…”

“뭐가?”

“아무것도.”

 

조금 전에 한 말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만 말한 거였지만 머릿속엔 늘 하던 말이었기에 목소리가 자동 재생이 되어 귓가에 속삭여지는 것 같아 급히 제 귀를 문지른다. 분명 조금 전까지 선선하다고 느껴진 바람이 뜨겁게 느껴진다. 그때와 같은 더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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