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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키 유이

TXT -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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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VRAINS

후지키 유사쿠X후지키 유이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리는.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그 별들이 잘보이는 언덕에서 한 쌍둥이가 별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 있잖아. "

 


쌍둥이 누나로 보이는 소녀가 쌍둥이 동생에게 말을 걸었다.

 


" 우리 두사람. 언제나 함께있는거다? "

" ..... 응. "

" 말로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약속하자! "

" 응. 약속. 새끼손가락 걸고. "

 


밤하늘에 새겨진 쌍둥이의 약속.

아직 어렸던 그들은 약속이라는 것을 잘 몰랐다.

그저 서로 약속하는 것만으로 지켜지는 것으로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만족했다. 그것만으로도 쌍둥이는 행복했다.

언제까지나 같이 있기를 바라면서, 둘은 손을 꼭 잡은채 서로를 보며 웃었다.

쌍둥이 동생은 그런 누나를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무슨일이 있어도 꼭 자신의 혈육, 쌍둥이 누나를 지켜보이겠다고.

 


.......

 

 


" 괴로워.. 아파... "

" 싫어... 왜 이런 일을 겪어야되는거야..? "

" .... 구해줘... "

" 유사쿠... 거기있어...? 대답해줘... "

" 왜 오지 않는거야..? 왜...? "

" .... 유사쿠.. 부탁이야.. 왜.. "

 


울부짖는 목소리.

목소리는 너무나도 애처롭고 위태롭게 들려온다.

유사쿠는 그 목소리를 알고 있다.

그건.... 분명 자신의 누나인 유이의 목소리다.

아프다고 괴롭다고 울부짖는 그녀에게 손을 뻗고 싶었지만, 어째선지 다가갈수가 없다.

여기있다고 외쳐보지만 그녀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등을 돌린채 자신을 찾는 혈육에게 외쳤다.

하지만.. 역시 그녀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그 순간, 그녀는 등을 돌렸다.

어릴적 모습 그대로, 피눈물을 흘린채.

 


" 네가 원망스러워. 후지키 유사쿠. "

 


......

 

 


" .... 유사쿠! "

 


갑자기 부르는 소리에 그는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어느덧 아침은 찾아와 있었다.

자신의 눈 앞에는 익숙한 모습이 서있다.

쌍둥이 누나인 후지키 유이다.

 


" 괜찮은거야? 또 악몽꿨어? "

" ... 괜찮아. "

 


괜찮다고는 말했지만, 그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날씨도 흐려 마치 지금이라도 비를 흩뿌릴것만 같다.

회색빛의 칙칙한 분위기가, 유사쿠의 마음을 더 짓누르는 듯 했다.

 


" 유사쿠. 멍하니 있다가 또 지각한다? "

" 어...? 어.. 갈게. "

 


교복을 챙겨입으며, 그는 악몽을 곱씹었다.

꿈에 나온 유이는 6살.. 로스트 사건을 겪을 당시의 유이였다.

로스트 사건.

어린 아이들을 납치해서, 실험이라는 명목으로 듀얼에서 패배한다면 전기충격에 식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가혹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 후지키 쌍둥이도 휘말려, 괴로운 과거를 보내야 했다.

처음 유사쿠가 구출되었을 때 유이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충격에 휩싸였다.

눈을 감고 있던 붕대가 헐렁하게 풀려있었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원래 있었던 자신과 같은 녹안이 아닌, 분홍색과 회색의 눈으로 바뀌어져있던 것이다.

그녀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초점없는 눈이었지만, 분명 유사쿠를 바라보고 있었다.

 


" ...... 유사쿠... "

" .........!! "

 


눈물이 나왔다.

어째서 나와 유이는 이런 일을 겪어야하는거지?

유사쿠는 유이를 꼭 끌어안았다.

울음이 터져나와, 감정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만약 자신이 강했다면.. 유이를 지킬수 있었을텐데.

 


"..... 미안해... 미안해... 내가 구해줬어야 하는건데... "

 


공식적으로 피해자는 6명으로 집계되었다.

어째서인지 후지키 유이는 공식적인 피해자로 집계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무의미하게, 사건도 금새 잊혀지고 말았다.

유사쿠는 악몽을 꾸었다.

과거, 로스트 사건의 악몽과 아침에 꾸었던 악몽.

후지키 유이가 자신을 원망하며 멸시하는 꿈을.

 

 


...............

 

 


수업을 듣는 와중, 유이는 유사쿠를 살짝 바라보았다.

유사쿠의 표정이 안좋다는걸 눈치채고 나서, 점심시간이 되어 그를 벤치로 데려갔다.

 


" 너 괜찮은거 맞아? 아침부터 쭉 그 모습이잖아. "

" ............ "

" 이야기 안해줄거야? "

 


그는 머뭇거렸다. 

꿈에서 어린 자신이 나와 유사쿠를 원망했다고 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분명히 그렇지 않다고 반박할 것이다.

그건 유사쿠도 잘 알고있다.

꿈에서 나온 유이는 자신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것.

잘 알고 있지만...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 ....... 꿈을 꿨어. "

" 악몽.. 말이야? "

" 꿈에서 유이 네가 나왔어. 로스트 사건을 겪었을때 유이 네가. "

" ........... "

" 나를 원망했어. 왜 여기있는데 날 보지 못하냐고. 아무리 외쳐도 오지 않았다고.. "

 


그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 나도 유이 너를 보고 있었어. 여기있다고 아무리 외쳐도, 목소리는 닿지 않았어. 서로가 보이지 못했던거야..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널 구하고 싶었어. "

" ........... "

" 아무것도 못하는 내가 원망스러웠어. 유이 네가 그 모습이 될때까지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난.. 너무 나약해. "

 


유이는 아무말 없이 유사쿠를 꼭 안아주었다.

 


" ...... 우리 동생이 많이 힘들었구나. 미안해. 사실은 나도 마찬가지였어. 나도 너를 구하고 싶었던건 마찬가지야. 나약한 쪽은 오히려 나야. "

" 무슨 소리야..! 내 쪽이 더.. "

 


유이는 생긋 웃으며 검지 손가락을 쌍둥이 동생 입술에 가져다대었다.

 


"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어. 서로 어쩔수 없었던거잖아. 그치? "

" ........... "

" 만약에 나 대신 네가 그 사건에 휘말렸다고 하면, 나는 내 몸을 불사르면서도 막았을거야. "

" 그건.... "

" 너도 마찬가지지? "

 


그녀의 말에, 유사쿠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이는 그 모습을 보고 활짝 웃었다.

 


" 봐봐~ 서로 이렇다니까? "

 


그녀가 환하게 웃자, 유사쿠도 그제서야 얕은 미소를 지었다.

 


" 이제야 웃었네. 아침부터 어둑어둑해서 이 누나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

" ... 미안해. 걱정 끼쳐서. "

" 걱정 끼친다고 생각하면 나한테 다 털어놔. 우린 쌍둥이잖아. 해결이 어렵더라도 서로 힘든건 나눌수 있잖아? "

"

그렇게 할게. "


두 쌍둥이는 손을 꼭 잡았다.

옥상에서 바라보는 바깥의 전경은, 마치 어릴적을 떠오르게 했다.

별이 가득한 하늘과 언덕에서 이야기하던 어린 쌍둥이.

이젠 그 때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쌍둥이는 이걸로라도 됬다고 생각했다.

서로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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