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및 죽음 소재 주의
호시유키 유코에겐 편지가 하나 왔다.
아마구니 히토야에게서 온 것이었다. 주소도 적혀져 있지 않은 기이한 편지, 그저 아마구니 히토야, 라고만 적힌 그 편지를 유코는 아주 오래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그저 그의 흔적을 바라보는 것이 최선이어서. 유코는 그것을 아주 오래 바라볼 뿐이었다. 아마구니, 히토야. 간만에 불러보는 이름이었다. 아직도 부르면 두근거리는 그 이름은 분명히 유코가 바이올린을 킬 때와 비슷한 설렘을 느끼도록 해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다. 호시유키 유코는 아직 이 편지를 열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마구니 히토야는 죽었으니까.
사인은 교통사고, 히토야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의 잘못이었다고 해도 유코는 그의 잘못이라 하지 않을 것이었지만 이번엔 명백하게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음주운전이었다. 항상 집으로 돌아오던 그 길거리에서 아마구니 히토야는 죽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유코는 분명히 돌아왔는데, 집의 주인인 히토야는 돌아오지 못했다. 유서도 준비하지 않았다. 그의 죽음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것이어서 호시유키 유코는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고 화내지도 못하고……. 그저 아, 그렇군요. 할 뿐이었다.
삶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이정표를 잃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면 좋을지도 모르고, 유코는 그저 그대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었다. 길을 잃은 아이처럼, 그냥, 그렇게……. 유코가 정신 차릴 때 즈음에는 이미 그의 장례식이 끝나가고 있었다. 유코는 그 순간까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고 그저 히토야 씨의 애인 되는 사람입니다. 라는 형식적인 말만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잤다. 애인을 잃어버리지 않은 사람처럼 그 모든 것들을 잘 해냈고 그리하여 다들 그녀가 괜찮은 걸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호시유키 유코는 괜찮지 않았다.
늘 죽고 싶었다. 단 하루도 죽고 싶지 않았던 순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루하루 숨을 쉬어도 물속에서 숨을 쉬는 것 같았고 물을 마시는 것은 불을 마시는 것과 같았으며 결코, 단 하루도, 아마구니 히토야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던 적이 없어서…… 그리고 그것이 그 어떤 일들보다도 괴로웠어서……. 유코는 결심했다. 죽어버리자고.
어차피 무언가에 의미가 없는 건 당연한데, 당신이 없으니 이 삶에 의미는 없으며 이곳은 낙원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종말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갈 거면, 그렇게 사라질 거면…… 죽지를 말았어야지……. 유코는 매일을 울며 그런 생각을 했다. 증명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했다고, 곁에 남아달라고, 애당초 그렇게 다정하게, 외롭지 않게 만들지 말았어야했다고. 모든 것은 당신의 탓인데 이제 당신을 탓할 수도 없게 됐다고. 유코는 매일을 울며 히토야의 부재를 증오했다. 하지만 부재는 0과 같아, 결국은 없는 것이니 유코는 그 어떤 것도 그냥 제대로 증오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것이 다였다. 그리하여 죽자고 결심했다. 당신이 있던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편지가 왔다. 몇 번의 심호흡을 했다. 이 편지에는 어떤 것이 적혀져 있을지 감이 하나도 잡히지 않았기에 유코는 이 편지를 읽는 것에 대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몇 분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야 유코는 편지를 뜯을 수 있었다. 하지만 편지를 뜯는 순간조차 유코는 그 편지를 펼칠 수 없었고, 그리하여 총 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유코는 그 편지를 읽을 수 있었다.
사랑하는 너에게, 라는 말로 시작된 문장은 자신을 걱정하는 애정뿐이었다. 잘 지내지는 못하는 거 같지만, 이라는 말도 적혀져 있었고, 그곳은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것 같다는 말도 있었고, 하지만 너는 이런 상태여서 걱정이 된다고, 또 아직 그 집에 남아있는 네가 나를 그리워하는 게…… 마냥 좋지는 않다고.
유코는 그 편지를 다 읽고 나서야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그제야 모든 감정이 제대로 느껴졌고 당신의 부재는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으며 이곳이 다시 한 번 지옥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울면 안 돼, 이 편지가 눈물 젖은 편지가 되지 않도록 하자. 그런 생각을 한 유코가 손등으로 제 눈물을 닦았다. 이윽고 다시 편지를 읽자 맨 마지막에는 답을 남겨달라는 문장이 적혀져 있었다. 답장은 우편함으로 넣으면 가져가겠다는 말을 했다. 유령도 이런 걸 가져갈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유코는 그런 걸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아마구니 히토야의 편지다. 사랑하는 애인은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으며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고……. 아…… 그 모든 것은 너무나 비참해서 유코는 결국 편지를 적실 수밖에 없었다. 편지의 잉크가 지워지면 안 돼, 안 되는데……. 당신의 이런 것이라도 보존을 해야 하는데. 이 사람은 항상 나를 울게 만든다.
어느 정도 눈물을 그친 유코가 다시 고개를 올려 편지를 바라보았다. 편지는 당연하게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유코는 그 편지가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죽음도 그러했으니까. 결국 당신의 모든 것은 무無가 되었으니, 이 편지마저 허무한 게 되지는 않을지……. 하지만 히토야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느꼈었던 것처럼, 유코는 이 편지가 사라지지 않음에 미약한 희망을 느꼈다. 어쩌면 이 편지는 ‘무언가’의 증표일지도 모른다는 것, 하지만 그 증표가 어떠한 것인지는 아무것도 모르며 그저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는 것.
펜을 들어 보존하기 시작한다.
기록도 기억도 그 모든 것도. 어쩌면 10년이 지난 뒤에도 이 모든 것들이 영원히 남아있기를 바라며…….
그러니 이 편지의 시작은 우리의 추억으로 결정하자.
유코는 이 편지가 분명히, 몇 년이 지난 후에도 남아 있으리라 믿었다.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니까. 소중히 여기기로 결심한 것은 소중히 여겨서 결코 그 모든 것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사람. 유코는 히토야의 죽음 이후로 히토야의 행동을 자주 곱씹곤 했으므로 그것이 그 증거였다. 당신은 이런 행동을 했었고, 또 이런 행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며…….
히토야의 죽음 이후로 유코에겐 몇 가지의 변화가 생겼다. 그 중 첫 번째는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된 것. 조용해진 방을 견디는 것이 어려워 소리를 최대한으로 높이고 작곡을 한 결과였다. 29세의 나이에 보청기를 끼고 살아야만 하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괜찮아. 버틸 수 없는 것은 적막이었다. 조용해진다면 당신이 쉴 틈없이 생각났기에 유코는 더 이상 고요함을 원하지 않았고 시내 한 가운데에서 멍 때리고 있는 날이 잦았다.
다른 변화는 취향도 아닌 로커빌리 혹은 펑크풍의 CD를 사 듣곤 하는 것이었다. 히토야의 흔적이었다. 당신은 이런 곡을 좋아한다고 했었던가, 아니, 그것도 아니야……. 집에 쓸쓸하게 남겨진 CD를 어루만지며 유코는 생각했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도 이제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음을. 나는 당신을 상실했다. 몇 번이고 그것을 곱씹다 유코는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화장실로 냅다 뛰어 들어가 더 이상 게워낼 것도 없는 어떤 것을 게워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나오지 않았고 자신의 기분만이 더 불쾌해질 뿐이었다.
그 모든 것들을 지켜본 아마구니 히토야라면 알 것이다. 유코는 자신의 상태를 구태여 이 편지에 적지 않기로 했다. 비참하니까. 천국 지옥 혹은 연옥…… 그 어딘가에 있을 당신이, 자신의 편지를 보고 괴로워하는 것은 원하지 않아서. 유코는 굳이 그것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보청기를 몇 번 두드린 유코가 보청기를 착용한 뒤 로커빌리풍의 음악을 틀었다. 어느 사람의 노래고 어떤 제목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듣는다면 분명히 좋아할 노래였음이 분명하다고…… 유코는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다. 당신이 나를 잘 알았던 것처럼, 나또한 당신을 잘 알고 있으니까. 버릇도 행동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부, 전부…….
노래가 흘러가듯 펜 또한 흘러가기 시작한다.
* * *
그리고 편지를 보내고 또 받고 하는 식의 인연은 계속되었다. 편지를 우체통에 넣어놓으면 금세 또 답장은 삼 일을 넘지 않고 바로 돌아오는 날이 잦았고 히토야는 결코 자신의 사정을 말하지 않고 제 안위를 걱정하는 날이 잦았다. 이런 것 보다는 조금 더……. 라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질문을 했다간 분명히 지금의 관계가 무너질 것 같았기에 유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일을 쓰고는 했다. 유코가 전달된 편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죽어서도 자신의 사람을 사랑하고 또 챙기는 사람이다. 편지에는 자신이 밥을 먹었냐느니 오늘은 일찍 일어났고 또 나쁜 생각은 하지 않았냐느니 같은 말들이 한가득 있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나를 생각해주는 것은 당신이구나. 편지에서 이유 모를 사랑스러움이 느껴져 유코가 편지를 어루만졌다. 하지만 글자들이 전부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아 당신이 있는 곳에 갈 것 같아 그 행동도 금방 그만두었다.
지금,
당신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호시유키 유코는 매일을 그런 생각에 보내곤 했다. 그저 무의미할지더라도 그것은 궁금한 것이었기에……. 그러나 물어볼 수는 없는 것. 당신이 그것을 알려줄 수도 없고 당신은 분명히 자신이 이것을 물어본다면 죽는 걸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내가 죽으려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러니 또 다시 그를 걱정시킬 수는 없다. 그것이 유코의 결론이었고 혼자만의 약속이었다. 제대로 살아가는 것, 히토야의 바람이자 자신의 약속. 허나 잘 살 수 있을까, 같은 의문……. 유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눈만 도륵 굴렸다. 생生에 관한 것은 역시 생각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 히토야 씨가 바라는 잘 살아가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런 것을 생각하다 보면 어느 샌가 생각의 끝은 그가 애정한 쿠코 군과 쥬시 군의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쿠코 군이나 쥬시 군에 관한 말은 하지 않았지. 그 둘에게도 편지를 준 걸까. 목숨을 건다고 하였으니 분명히 줬을 것이다. 주지 않았을 이유가 없어, 사랑했으니까. 그는 한 번 사랑한 것을 죽을 때까지 사랑한 사람이었으니까……. 이런 자신마저 사랑한 사람이 그 둘에게 편지를 보내지 않았을 이유가 없다. 유코가 기억하는 히토야는 사랑이 많았던 사람이었으니까. 쿠코 군과 쥬시 군에게도 편지를 쓰셨나요? 라는 말을 쓰기도 전에 유코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 시간이라면 분명히 공엄사에 있을 것이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 * *
히토야가 죽고 나서 한 번도 가지 않은 이곳은 여전히 히토야와 자신의 추억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가을의 벚꽃이 피어나 있던 것도 유코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으며 길고양이들이 자주 오던 곳이라는 곳을, 당신은 그 고양이들을 쓰다듬던 자신을 바라보았던 것을, 유코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까. 추억이 되어버린 아마구니 히토야를 회상하며 유코는 절 안으로 들어섰다.
“……유코 양.”
“아, 네……. ……저기, 쿠코 군과 쥬시 군을 보러 와서, ……있나요?”
샥쿠 또한 여전한 사람이었다. 유코는 그 여전함에 순간적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샥쿠 또한 그 여전함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전한 것이라는 건 괴로운 일이었구나. 샥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유코를 안으로 들여보내 잠시 기다리게 만들었다. 유코는 그 순간동안 히토야가 추억이 됐음을 다시 한 번 상기했고, 이제 이 모든 것이 추억이 됐다는 것을 생각했다. 이곳은 추억의 잔해로 가득한 곳이구나. 당신이 사랑했던 곳 중 하나이므로, 당신이 애정이자 추억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 곳. 결코 내가 끼어들 틈이 없으리라 생각한 곳……. 그리 생각하며 밖을 바라보자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의 주인을 단번에 누군지 알고 있었다.
“쿠코 군, 쥬시 군.”
“……유코 씨.”
둘 다 추억의 잔해를 끌어안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여전하구나, 둘도, 나도, 그 생각에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이 상황에서 구태여 웃고 싶지는 않았다. 그보다 웃을 힘조차 없었다. 쿠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유코의 앞에 앉았고 쥬시 또한 그 옆에 앉았다. 셋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추억의 잔해를 곱씹을 뿐이었다. 하지만 추억의 잔해는 낙엽과도 같아, 금방 바스라지고, 그 어떤 것보다도 금방 사라지는 것이므로……. 바람이 불어온다. 계절의 냄새라도 난다면 좋았을 텐데 야속하게도 계절의 냄새도 나지 않았고 그저, 바람은 바람일 뿐이었다. 아무것도 전달해주지 않아. 히토야의 부재를 다시 한 번 상기한 유코가 먼저 입을 열었다. 편지, 말인데. 그 말에 쥬시는 소스라치게 놀란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유코는 숨을 한 번 깊게 쉬고선 다시 한 번 말을 이어나갔다.
“……쿠코 군도 쥬시 군도 받았어?”
“……하?”
“에, 어, 그게, 유코 씨, 그…….”
반응이 극과 극이었기에 유코는 그 둘이 편지에 대해서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쥬시가 쿠코의 눈치를 보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이내 쿠코가 쥬시의 입을 막고선 한숨을 쉬었다. 죽은 사람이 편지를 쓸 리가 없잖아. 그 말에 유코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거, 쥬시가 쓴 거다.”
“잠시만요. 쿠코 씨!”
“더 상처받지 말라고 미리 말하는 거야. ……넌 히토야의 죽음을 괴로워했으니까. 간다.”
그렇게 말하고선 쿠코는 방을 떠났다. 방금 전에 불어온 바람 같은 것이었고 유코는 아직도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현실을 벗어나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쓴 진실보다는 달콤한 거짓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더욱 쿠코의 말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유코 스스로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쥬시는 그 표정을 매우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유코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유코 씨, 그, 죽을 것만 같아서, 히토야 씨가 떠난 것처럼, 그래서……. ……죄송합니다.
유코가 꺼낸 말은 그저 괜찮다는 말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유코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넋 나간 사람처럼 소파에 얌전히 앉을 뿐이었다.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괜찮나? 정말로? 그것을 자신에게 몇 번이고 물어보았지만 역시 나오는 답은 괜찮아, 라는 답뿐이었고, 유코는 지금 이 자리에서 미쳐버릴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희망을 준 거야, 어째서 돌아올 것 같다는 말을 한 거야. 왜 내 마음을 그런 환상에 사로잡히게 한 거야, 왜, 그 사람의 흔적을 뒤쫓도록…….
집에 있는 편지를 모두 버리고선 유코는 생각했다. 죽자고, 더 이상의 미련은 존재하지 않을 거야. 살고 싶지 않아, 현실이 너무 써, 나는, 나는, 달콤한 거짓이 좋아……. 숨을 쉴 수 없을 것만 같은 감정에서 겨우 벗어난 유코는 겨우 큰 한숨을 쉬었다. 죽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자…….
그리고 그날 호시유키 유코는 꿈을 하나 꿨다. 히토야가 죽기 전의 꿈이었다. 그날도 여전히 히토야는 사고가 났고 유코는 그저 그것을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의 한계였기에 유코는 멍하게 그 장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아마구니 히토야가 차에 치인다. 날아간다. 그 장면을 남의 일처럼 바라본 유코가 그제야 몸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그에게 다가간다. 히토야의 핸드폰에는 제게 보내려는 라인이 존재했다.
『부디 건강해야 돼.』
이윽고 꿈에서 깨어난다.
* * *
며칠이 지나서야 움직일 힘이 생긴 유코는 유명 자살명소에 도착했다. 파도가 깎아내린 절벽, 이곳에서 이유는 모르나 죽는 사람이 많다고 한 곳이었다. 파도가 추억의 잔해를 전부 쓸어가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시체조차 찾을 수 없도록, 찾을 수 없게 된 내 시체는 분명히 당신에게 돌아갈 것이다. 당신을 위한 사람이니까, 나는. 유코가 바다를 바라보았다. 유독 파도가 거칠게 치고 있었다. 죽어도 괜찮아, 라고 말하는 것 같았는데, 유코는 이유 모르게 죽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최근에 꾼 꿈 때문일 거야. 유코는 그 파도를 아주 오래 바라보았다. 왜 나는, 안 죽는 거지. 죽어야 하는데 유코는 거짓된 편지도 그날의 꿈도 계속 떠올랐다. 히토야 씨, 히토야 씨, 히토야 씨……. 이름을 세 번 부르자 그제야 유코는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깨달았다.
죽고 싶지 않다. 정확하게는, 그것이 당신이 바라는 것임을 알고 있다. 당신은 나를 언제나 바보 같은 여자라고 했으니까, 나는 바보가 맞고, 그래서 당신을 따라가려고 했으니까. 하지만 알고 있어요. 히토야 씨는 그걸 안 원하고 있죠. 그래서 내가 당신에게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았던 것도, 내 꿈에 나와 건강하길 바란 것도……. 당신이 전부 원하지 않아서야. 당신은 나를 여전히 바보 같은 여자로 알고 있으니까. 히토야 씨, 나는 언젠가 당신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어 의심하지 않았어요. 그게 지금이리라 생각했고요. 그렇지만, 살아야 된다는 걸 아니까.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또 보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이니까…….
당신의 추억이 돼야 할 사람은 나인 걸…….
너무나 미련해서 계속해서 과거에만 머무른 것도 아직 작별을 고하지 않은 것도 자신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제,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죽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든 그게 당신의 바람 때문이든, 달콤한 편지든 꿈이든……. 모두 죽지 말라고 말하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유코는 죽지 못할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시간이었다. 그저 추억이 되기 위해서, 추억이 되기 위해서…….
다음에 만날 때에는, 그가 늘 제게 준 꽃다발을 함께 들고 가기로 결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