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다른 이를 더욱 나쁘게,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 싸매게는 할 수 있어도, 사람이 사람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다고, 강아라는 굳게 믿고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낫고, 근사한 이로 만들 수는 없다고. 그 믿음을 가진 채로, 그녀는 다른 이들을 대하고는 했다. 그녀가 하는 관계 속에, 깊은 믿음이나, 약간의 정 (情) 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 아라에게 다른 이들은, 언제나 그렇듯 적으로나 생각될 정도였다. 그저 그녀가 살기 위해 뚫어야 하는 활활 타는 불이기도 하고, 엄청난 폭우로, 살을 때리듯 내리는 필요 없는 비와 같은 이들이었다. 자신의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그녀는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아라 자신도 모르게 그 헛된 믿음이 간파되기를 간절히 원했었던 것 같았다. 애시당초 그녀의 믿음은 그렇게 굳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얇게 덮은, 계란 속에 들어 있는 얇디 얇은 막과 같은 비뚤어진 자기 주관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리고, 신은 그녀의 헛된 주관을 산산히 깨뜨려 주었다.
어느 날, 어떤 남자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정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이런 사람은 처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상하게, 정말 묘하게 두 사람은 불협화음을 이루어 내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불협화음도 화음의 종류요, 음계의 종류였다. 어느 순간부터, 아라는 지금과 항상 같을 수만 있다면,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고 생각할 정도의 마음이 들었다. 그와 함께 같은 공기를 마신다는 것이 너무나도 다행이고,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라는 결국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사람으로 인해 나는 참 많이 나은 이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아라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알게 모르게, 서로를 점점 변화시켜 가기 시작했다. 꽃이 자연스럽게, 햇살을 만나 점점 꽃잎을 펼치는 것처럼 느리디 느린 속도였다. 하지만 속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각자의 이야기였던, STORY OF MINE 이 STORY OF US, 1인칭 복수형으로 변해 가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모두 거칠었다. 길럼의 인생 속에 걸어온 불과 비를 뚫고 걸었던 그 순간들도, 아라의 인생 속에 있었던 상처 입고 다친 그 마음들도, 모두 그들에게는 그저 상처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상처들은 어느새 두 사람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걸어온 길들의 끝에는, 서로가 보상처럼 서 있었다.
아라는 바랬다. 지금 이 순간, 서로의 손을 잡고, 그 해, 함께 보았던 여름 밤하늘을 수놓는 반딧불이처럼 함께, 반짝이는 이 순간 가운데에서 춤을 추고, 자신이 죽는 그 날까지, 자신의 곁에 평생 있어 달라고. 시작을 함께 할 수는 없었으니까, 이제 제발 끝을, 이 모든 이야기가 끝나는 그 순간에, 서로가 함께 있기를, 그리고 그 순간까지 서로의 손을 잡고 달려갈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래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처럼만 같기를. 그리고, 그 생각은 단지 그녀만 하는 생각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