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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솜

어반자카파 - 그대 고운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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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길라라

봄의 햇살은 정말 따뜻했다. 사방에서는 꽃이 자유롭게 제 색들을 보여 주고, 땅에서는 겨우내 사라져 있던 작은  소동물들과 새들이 꼬물꼬물 나오기 시작했다. 완연한 봄이 도래한 것을, 온 세상이 모든 이들에게 큰 소리로 외쳐 주고 있었다. 세상은 온통 단단하고 검은 나무들로, 잠시 잠을 자고 있던 겨울에서 벗어난 듯 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세상에만 온 것이 아니었다. 온 세상이 아름답게 되어도, 영원히 가시나무로 가득한 겨울과도 같았던 그의 마음에도 봄이 천천히 찾아왔다. 비록 조금 늦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정말 확실하게. 그렇게 찾아온 봄은 그의 마음 안에 전부 가두어져 있었던 검은 가시나무들을 걷어내게 만들었다. 그의 마음에 들이고 싶은 사람이 생기었던 것이었다. 

 

강아라. 처음 보았을 때는 조금 어둡고, 약간은 냉철한 사람처럼 보였던 사람이었다. 정말 사무적이고, 말도 없고, 정말 다가가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기 전에, 부러 거리를 두었다. 어떤 사람인지는 궁금하기는 했으나, 그녀에게 다가가기까지는 거리와 간격이 약간은 필요했다. 애초에 처음부터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이는 그다지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그의 기다림에 응답하듯, 그녀는 천천히 문을 열어주기 시작했다. 마음의 일부분을 비추어 주었고, 그 다음에는 약간씩 녹아 가는 듯 했고, 그 이후로는 마치, 얼음이 햇살에 살짝 녹았다 그 전부가 어느 한 순간, 물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녹기 시작했다. 강아라는 생각보다 훨씬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가 예상했던 것과는 비교조차 되지도 않을 정도로, 더욱. 그리고, 그런 따뜻한 그녀의 모습에, 그는 결국 저도 모르게 함께 녹아 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그 따뜻함은, 충분히 한 사람을 녹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꽃이, 겨우 피어났을 때의 그 아름다운 풍경처럼. 

그리고, 결국 그녀와 함께 하면서, 서로를 그리며 사는 날들은 마치 꿈만 같았다. 서로 세상에 어느새 지쳐가던 마음이, 이제 더 이상 비는 내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쩍쩍 갈라져버린 마음 속에, 그들은 조용히 단비를 한 가닥, 서로에게 천천히 내려 주었다. 어느새 그들의 마음에는 꽃이 피고, 잊어버렸던, 아름다운 노래가 새록새록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지금의 아라를 만든 그 아픔까지 알게 된 후, 길럼은 가시나무 숲이 서걱이던 자신의 마음 속에, 그 날카로운 가시들을 전부 치우고, 그녀를 쉬게 해 주고 싶었다. 잊었던 그 희망의 노래를, 두 사람이 함께 들으며,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그는 그렇게 그녀를 쉬게 해 주었고,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 주며, 두 사람은 이제 서로를 생각하는 일이 점점 잦아지기 시작했다. 

아라를 기다리며, 내일 또 만날 것을 그리며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는 길럼의 두 눈에 한 줄기 다정함이 어렸다. 고운 내 사랑이라는 말이, 두 사람 모두에게 적용되는 순간이었다. 그에게는 저 단비마저 정말 곱고, 다정해 보였다. 

 

두 사람의 마음속에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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