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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사 키요오미는 남의 생일을 챙겨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애시당초 그렇게... 친밀한 친구를 만들지 않는 것도 이유겠고, 굳이 생일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희미했다. 챙긴다고 해봐야 가족들이나, 사촌인 코모리 정도였다. 그러니 막상 생일을 챙기려고 했을 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부터 든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사쿠사에게 있어 아리모토 카스미는 정말로 별난 애였다. 그가 어디 산에만 틀어박혀 오롯하게 홀로 사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 다니면서 팬이 있었던 적도, 고백을 받은 적도 당연히 있었다. 그 이유가 배구 실력이든, 얼굴이든, 자신에게 호의를 가진 여학생들에게 고백을 받은 적이 있었으니, 아리모토 역시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2학년의 첫날,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이 그 여학생들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랐다.

 

아직도 사쿠사는 그 말을 똑똑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사쿠사 군의 얼굴은 참 잘생겼다고 생각해! 가능하다면 가까이에서 보고 싶지만, 멀리서 계속 지켜보는 건 조금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내가 잘 하지도, 알지도 못하는 배구부 매니저가 되는 건 목적이 다르니 폐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부탁이 있는데, 일주일에 두 번, 사쿠사 군에게 도시락을 싸주거나, 이게 부담스럽다면 배구부 전체에게 스태미너를 채울 수 있는 간식을 제공해주도록 허락해줄 수 있을까? 물론 무언가 대가를 바라는 건 맞아. 사쿠사 군이 그 자리에 있기만 하면 돼. 보고 싶은 것 뿐이거든. 아, 물론 거절해도 좋아. 그 말들을 우다다 내뱉은 아리모토는 긴장이라도 했던 건지, 연분홍색 손수건을 꼭 쥐고 있었다. 그리고 사쿠사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아, 이 아이, 손수건을 쓰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나쁘지 않은 거래라고 생각했다. 말을 할 필요도, 친근하게 보일 필요도 없다. 그가 배구부 연습을 빼먹을 일은 없었으니까, 그저 그 자리에 있기만 하면 된다. 같은 반에 있으니, 그녀가 청결하고 꼼꼼하며 깔끔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 켠에 무언가 걸리는 것은, 그녀가 타인이라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걸리는 것을 끝까지 파고들면,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도달할 것 같아, 그저 그 정도에서 눈을 감았다. 그녀가 체육관에 오는 날은 주장인 이이즈나 선배와, 다른 선수들과 상의해서 월, 목으로 정해 전해주었다. 아리모토는 요리를 잘 했고, 선수들은 아주 만족했다. 그녀는 금세 선수들과 친해져서, 그녀가 오는 30분 동안은 암묵적으로 휴식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벌써 1년.

 

그래. 그저 그 뿐이다. 사쿠사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녀가 호의를 베풀고 있으니까. 매니저와 비슷하게 도움을 주고 있으니까. 그 도움에 답을 하는 것 뿐이다. 그는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에 답을 했다.

 

그러나 무엇이 좋은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음식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도. 그 외에는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얼굴을 본 지 1년이 되었어도, 그것이 그녀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 어쩌면, 코모리는 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쿠사는 코모리에게 연락하려다 말고 휴대전화를 침대 위로 던졌다. 그를 통해 아리모토에 대한 것을 알고 싶지 않았다. 그는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방금 자신이 던진 휴대전화를 다시 집어들었다. 이번에는 아까와 수신자가 달랐다. 무언가, 충동처럼, 그는 아리모토에게 생일 축하해, 이 짧은 말만을 송신하고 침대 위에 누워버렸다. 전등의 빛 때문에 얼굴이 더운 것이다. 켜지지도 않은 전등을 탓하며, 사쿠사는 손 안에서 울리는 작은 진동을 애써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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