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드림주가 정대만의 팬이며 정대만은 드림주를 관심있어 한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오랜만의 부 활동이 쉬는 날. 대만은 하교를 하고 시내에 나와 여기저길 돌아다닌다. 키 때문인지 인상 때문인지. 무슨 이유인지 저를 향한 시선이 썩 좋지 않아 그만 돌아갈까 하고 몸을 획 돌렸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꽃다발에 놀라 뒷걸음질을 치지만 너무 가까운 탓에 몸이 부딪치고 만다. 자신은 괜찮지만 상대가 몸이 밀리는 바람에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지고 만다. 들고 있던 꽃다발 몇 개가 풀석이며 떨어지고 들고 있던 쇼핑백이 요란하게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다. 상대가 당황해 제 물건을 챙기는 걸 우선적으로 하고 어느 정도 챙기고 나서야 뒤늦게 사과를 하는데 대만은 상대가 아는 사람이란 걸 알아차린다.
“넌…”
“안녕하세요… 아! 정말 죄송해요!”
“나야말로 미안. 내 뒤에 있는 줄 몰랐어.”
“아니에요. 제가 잘못 한 거죠. 꽃다발이 커서 앞에 사람이 있는 줄 몰랐어요. 안 보였거든요.”
제 짐을 마저 챙겨들다 많아 떨어뜨리려는 걸 대만이 대신 들어준다. 놀란 그가 손을 내밀었지만 대만은 오히려 힘들게 안고 있는 다른 꽃다발까지 대신 가져간다.
“죄송… 감사합니다.”
“어디 들를 곳 있어?”
“아뇨. 집으로 가던 중이었어요.”
“이렇게 짐이 많으면 택시라도 타고 가야 하는 거 아냐?”
“그래도 덕분에 정대만 선수를 만날 수 있어서 좋은걸요. 가장 큰 생일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대만은 걷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뭔가 잘못 들은 걸까. 제 얘기를 하며 앞서 걷다 옆에 대만이 보이지 않자 주변을 둘러보다 저를 향해 뒤돌아보며 웃는 그를 보다 급히 걸어 옆에 붙어선다.
“생일… 이었어?”
“네. 이거 전부 다 부원들이 준 선물이에요.”
“그… 생일 축하한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기뻐요!”
해남대부속고 매니저. 저와 같은 학년에 첫 만남부터 자신에게 팬이었다며 기뻐했었다. 가끔 만나면 먼저 인사를 해줬고 뭐라도 챙겨주려 했고 실제로 챙겨주기까지 했었다. 항상 받기만 했는데 막상 그의 생일인데 항 행동이라곤 그저 들고 있는 짐을 들어주는 것뿐이었다. 그것마저 부딪친 탓에 미안함에 들어다 준 것이고. 평소 그를 떠올리면 그의 특별한 날에 주변에서 이렇게까지 해주는 건 당연했다. 본인은 아무것도 해준 거 없이 말로만 축하를 해줬을 뿐인데 저렇게도 기뻐할 일인가 싶어 약간의 부담을 느끼고 시선을 슬쩍 다른 곳으로 옮긴다.
주변에 사람이 줄고 밝았던 하늘도 붉게 물들고 있을 때였다.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난 걸까 싶어 조금은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오랜만에 부 활동이 없는 날이었는데. 하지만 저와 함께하는 것 자체를 기뻐하는 그를 보면 아쉬운 마음이 어떤 이유 때문에 아쉬운 걸까 하는 의문이 들다 고개를 빠르게 가로젓는다. 빨리 집으로 가자며 빠르게 걷는데 옆이 아닌 뒤쪽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대만은 지나친 것을 알아차려 급히 몸을 돌려 되돌아간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집까지 데려다주셨잖아요. 그리고 제가 받은 건데 정대만 선수가 들어주셨고…”
“별로 무거운 것도 아니었고. 자 받아. 아까도 말했지만… 그… 생일 축하한다. ”
자신이 내민 꽃다발을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기에 왜 안 받냐며 한마디 덧붙이자 그제야 얼굴이 확 빨개지며 사과와 감사를 하며 꽃다발을 받아든다. 왜 또 얼굴은 빨개진 건지 알 수 없지만 먼저 들어가라고 말하니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대문을 거쳐 문 앞에 서서 고개를 든다. 여전히 빨개진 얼굴이 보인다.
“그… 조심해서 가세요.”
그러곤 빠르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집으로 향한다. 왜 갑자기 저런 반응을 한 걸까. 자신이 뭔가 잘못을 한 걸까 싶어 생각을 하지만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대신 들고 있던 꽃다발을 건네준 것 밖에 없었다. 꽃다발을 받는 게 그렇게 부끄러운 일인가? 자기가 준비한 것도 아니고 본인이 받은 꽃다발을 다시 준 것뿐인데. 뭔가 떠올리려 했지만 알 수가 없으니 그만두기로 한다. 이번엔 생일 선물을 못 챙겨줬으니 나중에라도 만나면 뭐라도 챙겨줘야 할까. 뭘 좋아하는지 물어나 볼 걸 그랬나.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쳐다보며 숨을 길게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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