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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프와 드림주는 동료 관계라는 설정입니다.

 

 

 

 

 

모두의 축하 속에 부끄러운지 조심스레 꺼낸 감사한다는 메모지를 들고 있던 그에게로 모두가 다가온다. 한 잔씩 주는 축하주를 마시고 축하 멘트에 고마워 고개를 숙이기를 반복하면서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사람인데 어째서 웃는 얼굴이 슬퍼 보일까 하고 레오나르도는 생각했다. 분위기가 싸해질까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았다. 생일파티를 망칠 수는 없으니까. 이상하게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은 상황을 쫓다 보니 어느새 그는 크라우스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 있었다. 메모지와 펜을 들고 대화를 주고받다 옆에서 제게 다가오는 K.K에게 안긴다. 저를 좋아해 주는 K.K의 포옹을 받으며 기뻐하는 얼굴을 보다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술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오랜만의 파티가 좋고 잠깐의 평화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이 파티의 주인공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시선이 집중이 되고 그 집중이 당황스러웠는지 어색하게 웃은 뒤 무언가를 적은 메모지를 든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전 다른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메모지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드는 그의 표정이 밝진 않았다. 그가 적은 메모지의 글을 본 몇몇 동료도 그렇고. 듣지 못했을까 텔레파시로도 한 번 더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보다 늦게 들어온 몇 명만 상황 파악을 못한 체 고개를 저으며 다시 한번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을 전한다. 다른 사람들의 생일 때도 이렇게 파티가 빨리 끝났던가? 작게 중얼이는 목소리에 재프는 들고 있던 맥주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고 귀찮다는 듯 중얼거리는 눈앞에 보이는 수세미 머리가 음료 잔에 닿는 순간에 맞춰 머리를 밀어낸다.

 

“으악!”

“무슨 짓입니까?”

“뭐가.”

“방금 전 행동 말입니다.”

“내가 뭘 했다고?”

 

그러면서 허리 숙여 레오나르도를 빤히 쳐다보던 재프에게 제드는 한껏 째려보더니 동료가 주는 수건에 일단 음료를 옷에 쏟은 레오의 옷을 닦아낸다. 레오나르도는 괜찮다며 수건을 받아 옷을 닦아낸다. 빤히 저를 쳐다보는 재프에겐 됐다고 한마디 하며.

 

“내가 바쁜 몸이라 말이야.”

“아. 그러세요?”

 

레오나르도의 반응에 또 한 번 팔로 툭 등일 밀어내며 재프는 파티장 밖을 나간다. 정말 바쁜지 평소라면 바로 반응했을 레오나르도의 짜증에도 대답 않고 빠르게.

 

 

 

안 그래도 우중충했던 날씨였다. HL이 되고 나선 하늘이 맑고 안개가 걷어진 걸 본 적이 없으니 비가 온다 해도 모를 만큼 안 좋은 날씨. 파티장을 나서자 보이는 이런 환경이 익숙해지지 않는 것은 아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를 축하해 주는 파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파티장 밖으로 나와 약속 장소로 향하던 그는 평소처럼 꽃집에 들려 평소와는 다른 하얀 꽃으로만 구매해 나온다. 뒤에서 저를 따라오는 누군가를 알아차리지 못 한체. 앞으로 걸으며 부딪친 사람에게 사과를 하고 갈림길에도 망설이지 않고 가야 할 방향으로 걸으며. 앞으로. 점점 거리를 다니는 사람의 수는 줄어들고 주변 건물도 온전치 못해 부서진 건물이 있음에도 신경을 쓰지 않고 걸어가니 먼저 온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속도를 내어 빠르게 걷는다. 피어오르는 두 곳의 연기. 이미 시들어버린 꽃 앞에 세워진 담배에서 한줄기. 그리고 그 옆에서 입 밖으로 숨을 내쉼과 동시에 연기를 뿜어내던 재프가 한 손을 들어 보인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차 타고 온 거 아니었어요?”

‘오늘은 그냥 걷고 싶었어요.’

 

텔레파시로 대답을 하며 시든 꽃을 챙기고 그 자리에 새로운 꽃을 놔둔 뒤 주머니에서 메모지와 펜을 꺼낸다.

 

[그런데 재프는 여기에 어쩐 일로 왔어요?]

“누님이 여기 있을 것 같다고 얘가 말해줘서요.”

 

재프가 가리키는 곳엔 조금 전 그가 놓은 꽃이 있었고 잠깐 바람이 분 건지 꽃잎이 흔들리자 그는 꽃을 보며 웃는다. 그가 적은 메모장의 마지막은 고마다는 말뿐이었다. 가만히 메모장을 쥐고 있던 재프는 대답도 않고 느릿하게 타들어가는 자신이 놓은 담배만이 볼 뿐이었다. 바람이 불자 세워져있던 담배는 힘없이 옆으로 쓰러지지만 꺼지진 않은 체 연기는 그대로 피어오른다. 무슨 말이라도 꺼내야 할 텐데. 생각은 하고 있지만 뭐라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자 괜히 제 머리카락을 빠르게 흩트리며 머리카락과 손끝으로 두피를 괴롭히다 저를 저지하는 손에 의해 멈춘다. 이어 걱정하는 얼굴을 보다 다시 고개를 돌린다. 쓰러진 담배 뒤로 보이는 하얀 꽃에 재프는 입을 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생일 축하해요.”

‘고마워요.’

“그리고 너도 생일 축하한다.”

 

곧게 피어오르던 연기가 살짝 흔들리다 꽃 위로 물방울이 한두 방울 툭 튀어 오르더니 재프의 어깨에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늘이 평소보다 안 좋더니 비가 오려 그랬구나 싶어 재프는 고개를 들어 내리는 비를 본 뒤 제 옆을 돌아본다. 어느새 그의 뒤로 한 남자가 나타나 그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죽은 동생의 친구이자 부하인 남자가 저를 보며 인사하며 새 우산을 주려 하지만 재프는 됐다며 남자에게 쓰라 하며 남자가 쥐고 있던 우산을 빼앗아 들어 그와 함께 우산을 쓴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프에게 주려 했던 우산을 펼치고선 사라진다.

 

‘알고 있었어요?’

“걔가 맨날 누님이랑 생일이 같다고 생일 때마다 캐나다로 간다고 했으니까요.”

‘매년 같이 생일파티를 하거나 식당을 예약해서 음식을 먹으러 갔었어요.’

 

점점 작아지는 소리에 이미 비로 인해 젖어 흐르는 고인 물 때문에 아래로 흘러가는 담배를 집어 든다. 이미 눅눅해져 집은 부분으로 꺾여 너덜너덜해진 담배를 손으로 구겨 쥔다. 손안에서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년엔 저랑 같이 와요. 혼자 와서 이러지 말고.”

‘어떻게 그래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걔도 누님이 혼자서 이러는 거 바라지 않을걸요.”

 

재프의 대답에 그는 여전히 시선을 마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분명 우산 아래인 땅인데. 바람이 불어 빗방울이 튀는 걸까. 한두 방울 발앞에 물방울이 떨어지다 멈춘다. 제 얼굴을 감싸며 어깨를 들썩이는 그를 보고도 안 본 척 정면을 응시한다. 망할 놈. 속으로 그의 남동생을, 제 동료였던 남자를 욕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올라간 손을 도로 내리려다 한숨을 푹 쉬며 등위로 두어 번 툭툭 토닥인다. 우산 아래에서 들리는 울음소리는 주변으로 내리는 빗소리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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