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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의 특별별지기인 메로스는, 지나치게 수상한 이방인이었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메로스를 신전에 들인 퍼디난드도 ‘그는 수도 바깥의 먼 곳에서 왔습니다’라고만 말할 뿐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고, 당사자는 고향에 관한 이야기는 의식적으로 거의 하지 않으려 했었다.

 

‘역시 이스델라 귀족의 사생아인 건 아닐까?’

‘어쩌면 밖으로 도망친 귀족의 후손일지도 모르지.’

‘어찌 되었든 수상하다는 건 변하지 않지만.’

‘대별지기는 어째서 이런 신원불명의 인물을….’

 

신전 안팎의 모두는 낯선 이방인을 두려워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메로스의 성실함과 당당함은 매력이 되어 가디언 안에서 많은 아군을 만들었지만, 그래도 질 나쁜 소문은 금방 사라지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건, 당사자는 제게 어떤 소문이 붙던 신경 쓰지 않고 이스델라를 위해 일하는 것에만 전념했다는 사실이었지. 저 자신의 신변보다도 이 세계를 더 중요시 여길 정도로 말이다.

 

“메로스여, 아직 저녁 식사하러 가지 않은 게냐?”

 

점심 식사 이후 곧장 집무실에 틀어박혔던 메로스는 해가 지고 나서도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제이드는 두문불출하는 그가 걱정되어 도무지 퇴근할 수 없었고, 결국 집무실로 직접 쳐들어가 묻기까지 했다.

 

“제이드, 아직 퇴근 안 했어?”

“조금 있다가 하면 되느니라. 그래서, 언제 식사하러 갈 생각이냐?”

“글쎄다. 아직 일이 안 끝나서….”

 

저런 식이라면 오늘 안에 식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쌓여있는 서류의 양을 보고 그리 확신한 제이드는 항의하듯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

 

“일도 배가 고프면 하기 힘들 텐데, 역시 밥은 먹고 하여라!”

“아, 알았어. 화내지 마, 제이드.”

“음? 화내는 건 아니었다만…, 그리 보였다면 미안하구나.”

 

자신은 그저 메로스가 걱정될 뿐이다. 화를 낼 생각은 조금도 없다. 제이드는 제가 평소보다 큰 소리를 냈다는 걸 깨닫고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흠, 그럼 뭘 먹을까.”

 

다행스럽게도 제이드의 의도를 의심치 않은 메로스는 일하던 것을 정리하고 일어났다. 제이드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얼른 상대를 따라가 곁을 지켰다.

 

“뭔가 먹고 싶은 건 없느냐? 내가 사줄 테니, 편히 말해 보아라!”

“응? 그래도 돼?”

“물론이니라!”

 

이스델라를 위해, 가디언을 위해 이렇게나 노력하는 그를 위해서라면 저녁 한 끼 정도는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재력만큼은 그 어느 귀족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 제이드는 당당하게 그리 선언했고, 이내 메로스에게 원하는 답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음…. 그럼 케이크.”

“응? 케이크? 그건 밥이 아니라 디저트이지 않으냐.”

“그런가? 하하….”

 

어색하게 웃은 메로스는 점점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노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혼잣말을 흘렸다.

 

“안 먹어도 딱히 상관없지만.”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겠지만, 한 번 들은 이상 신경이 쓰이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묘하게 허무하게 들리는 그 말투를 무시할 수 없었던 제이드는 슬쩍 그에게 물었다.

 

“그렇게 먹고 싶으냐? 그러면 먹으러 가자꾸나. 한 번 정도는 저녁으로 케이크를 먹는 것도 괜찮겠지.”

“으음, 아냐. 밥 먹고 따로 챙겨 먹어도 될 거 같고.”

“정말 괜찮겠느냐?”

 

순진하게 추궁하는 그 시선에는 이길 수 없었던 걸까. 메로스는 잠깐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살포시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 그냥 내 생일이라서 먹고 싶었어.”

“응?”

“왜, 생일엔 역시 케이크를 먹어야 한다고 하잖아? 그래서 먹을까, 했던 것뿐이니까.”

 

메로스가 말하는 내용은 얼핏 들으면 별로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저 말은 모두 상식선에선 맞는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제이드는 그에게 제대로 대꾸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오늘이 자네 생일이라고?”

“응.”

“그걸 왜 이제 말하는 건가?!”

“어, 그거야… 굳이 자랑 할 것도 없다 싶기도 해서?”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평소 다른 이들의 생일엔 크고 작은 선물을 준비하면서, 제 생일은 대충 때우려 하다니.

황당함과 당황스러움이 뒤섞여 할 말을 잃은 제이드는 멍하니 메로스만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의 손을 잡고 뛰어나갔다.

 

“어? 자, 잠깐! 제이드, 어디 가?!”

“저녁, 내가 잘 아는 레스토랑이 있네! 거기서 먹도록 하지! 케이크도 사겠네!”

“뭐? 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있네!”

 

분명 오늘이 메로스의 생일인 걸 아는 건 자신 정도뿐이겠지. 그렇다면 가족도 친지도 없는 그의 생일을 누가 챙겨주겠나.

책임감과 애틋함의 경계에서 몸부터 움직인 그는, 아직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디디에가의 마차에 메로스와 함께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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