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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성(드림캐) X 아인트(드림주)
-기타 관계 : 드림주는 우렉 마지노의 딸이자 월하익송 간부
-글은 드림주의 독백으로 진행됩니다
손가락 사이로 네 모습이 보였다. 뻗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는 볼라이트가 반짝였다. 귓가에 들리는 시원한 바람 소리와 코를 스치고 지나가는 익숙한 커피 향, 아른거리는 사랑스러운 미소가 반짝였다.
이 탑에 살면서 단 한 번도 궁금했던 적이 없는 ‘별’이라는 것이 보고 싶어진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신념을 위해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고 고백하던 과거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 날 샛노란 눈동자에서 떨어지던 물방울은 별이 되어 내게 떨어졌다. 떨어진 별이 가슴에 남긴 흔적은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사라질 수 없었다. 신념을 위해서라면, 변하지 않고 탑에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제 신념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자신이기에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고백하던 그 날의 당신은 내게로 와 별이 되었다.
스물다섯번째 밤. 당신의 신이라던 그 꼬맹이가, 우렉과 유리가 눈여겨보던 그 비선별인원이 자신의 별을 위해 그토록 발버둥 치고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 꼬맹이는 결코 놓칠 수 없는 별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고, 당신은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당신도 나도 모두 그와 비슷한 것을 품고 살아가니까.
유한성, 나의 별. 당신은 별을 닮았다. 탑 밖에만 존재하기에 동화 속 이야기로만 치부되는 별을, 어둠 속에서만 볼 수 있다는 그 별을 닮았다.
우렉은 별이 아름답다고 하였다. 기계적인 볼라이트와는 달리 생생하게 빛나기 때문에 희망을 소원할 수 있다고 했다. 그 꼬맹이가 바라는 것처럼 탑 밖의 사람들은 별을 보며 기도한다고. 그러나 오래된 기억 속에서 꺼낸 케인의 공방의 자료들은 달랐다. 별이 빛나는 이유는 스스로를 태우며 살아가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보는 빛은 소망을 이루어주기 위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별이 타면서 내뿜는 생명의 빛이었다. 자신이 불타 없어진다 하더라도 끝까지 빛을 잃지 않는 당신처럼. 그 끝을 알면서도 스스로를 불태우며 살아가기에 더욱 사랑스러운 사람이라서, 차가운 나와는 달리 뜨겁게 들끓는 맹목적인 신념을 지니고 살아가기에 더욱 눈부신 사람이라서, 당신은 내게 별이었다.
목숨을 던져서까지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놓아주는 것이다. 이것은 당신의 싸움이고, 존재 이유이자, 인생 전부이기에, 매 순간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나도 당신도 모두 자신의 가치가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내게 ‘자유’가 그러하듯 당신에게 ‘신념’이 그러하니까. 내가 월하익송이어야 하는 것처럼 당신은 퍼그이어야만 하니까. 내 부단장이 우렉인 것처럼 당신의 신은 스물다섯번째 밤이니까. 우리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각자의 비선별인원을 버릴 수 없는 사람이니까. 우리는 서로 다른 비슷함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
당신이 내게 별인 것처럼 나는 당신에게 달이기에 우리에게 놓인 거리가 너무도 멀다. 그러니 우리는 모든 것이 무너지는 날에서야 비로소 만날 수밖에. 모든 것이 부서진 이후에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으니까. 그때에는 우렉이 말한 것처럼, 당신이 나의 소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