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16.png

  손가락 사이로 네 모습이 보였다. 나를 보고 있지 않은 그 눈은 여전히 진지하고 예뻐 보였다. 과장을 조금 섞어서, 눈은 지금까지 본 눈 중에서 제일 빛나는 눈동자였다.

  분홍빛을 머금은 눈동자는 맑고 투명했다. 사계절 내내 눈동자는 벚꽃을 품고 있는 셈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계속 바라보고싶었다.

  이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인걸까? 그런 거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너에게 더 가까이 다가 갈 수가 있어? 나는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어.

곧 너의 눈은 나를 보고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카미야..."

 

 

"야! 카미야~!!!!!"

"응? 나 불렀어?"

"그쪽 아니고 반대편으로 걸어가야지."

  아차, 제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역시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사무실로 가는 길은 나름 익숙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유키노 아니 프로듀서(지금은 일하는 중이니까.)의 얼굴은 잔뜩 화를 품고 있었다.

"아하하... 그래도 저번보단 꽤 나아지지 않았어?"

"음... 아주 조금..?"

  진지하게 생각하며 말하는 모습은 꽤나 귀여워 보였다. 본인에게 말을 해줄 수 없는 게 조금 아쉬운 점이었다.

  언제나 나의 말에 진지하게 반응해주는 모습은 학창 시절과 똑같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이 좋아지고 있는 거겠지?

"이렇게 같이 일 끝나고 사무소로 가고 있으니까 옛날 생각이 나는걸."

  문뜩 그 시절의 모습이 겹쳐 보여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되었다.

"그러게 그때도 널 제대로 집으로 데려다 주는데 힘들었지 응, 그렇고말고."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조금 부끄러운데... 그리고 데려다주지 않아도 집까진 제대로 찾아갔을 거야."

"……알았어 네가 그렇다면……."

"잠깐, 무슨 뜻이야?"

"후후후... 글쎄 아무튼 빨리 돌아가자, 소이치로가 케이크 준비해뒀댔어!"

  오랜만에 보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는 새롭게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어쩌면 예전보다 더 내 앞의 프로듀서... 유키노를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몰랐다.

  다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야할 일이겠지만 나는 의외로 욕심쟁이였다. 그렇기에 좀 더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카미야! 무슨 일 있어? 갑자기 멍하게 서서는..."

"...아, 아무것도 아니야. 어서 가자. 동료를 기다리게 하면 안 되니까."

  네 모습이 항상 내 눈에 비쳐보였으면 좋겠어.

 

 

"다들 뭐하고 있어?"

  조용한 사무실안, 평소보다 더 조용하기에 무슨 일이 있나싶어 유키노는 회의실 쪽으로 가보았다. 아까 대본이 어쩌고 하며 회의 하자는 이야기를 언뜻 들었기 때문이었다.

"유키노 쉿~! 카미야 대본을 읽는다고 하더니 금방 잠이 들더라구!"

"카미야 씨 신기하네요."

  마키오와 사키가 몰래 지켜보고 있는 곳을 유키노의 눈동자도 따라갔다. 대본을 베개 삼아 카미야는 아주 잘 자고있었다.

"쟤도 옛날이랑 바뀐 게 없구나..."

"미즈시마 씨, 마키오 씨 잠시 괜찮다면 이쪽으로 와주실수 있나요?"

  회의실의 문 너머로 시노노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키와 마키오가 알겠다고 대답하며 자리를 뜨게 되자,

"아! 유키노는 카미야가 일어날 때까지 같이 있어줘~ 그리고 일어나면 데리고 나와줘?"

"엥? 잠깐 내가 왜..."

  사키가 문을 닫고 나가자 회의실엔 찬바람이 불었다. 자고 있는 사람을 휑한 회의실에 혼자 두고 버리고 가기에도 미안하고 마침 한가하던 참이니 유키노는 자고 있는 그의 옆에 앉았다.

"이러니까 꼭 고등학교 시절 같아. 그때도 넌 내 옆에서 자고 있었는데... 어떻게 3분 안에 잠들 걸까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

  유키노는 가만히 카미야를 응시했다. 입 꼬리는 어느 샌가 올라가있었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너는 왜 항상 내 옆에 나타나는 걸까?

"아... 유.. 유키노……."

"응? 일어났니? 너 대본 읽다 잠들었……."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비몽사몽한 상태의 카미야는 제 큰 손을 뻗어 유키노에게 가져다대었다. 볼을 어루만지는 손은 따스했고 그리운 감촉이었다.

"...고마워, 내... 옆에 있어줘서……."

  아직 졸음이 서려있는 얼굴로 중얼거리며 카미야는 미소를 지어보았다. 그 얼굴을 바라보는 유키노는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들듯 두근거렸다.

"너... 너..! 어, 얼굴도 잘생긴 게 그렇게.. 그렇게 웃지 마!!"

  유키노는 제법 큰 소리로 소리쳤다.

"……하하... 그게 뭐야. 그러는 유키노도 예쁜 눈동자로 항상 날 바라보고 있잖아. 내 눈에 비치는 네가 얼마나 예쁜지 알고 있어?"

  카미야는 이제 완전히 잠에서 깨어났다. 몸을 일으켜 제대로 유키노를 응시하였다. 얼굴이 붉어져 상기된 유키노의 얼굴 때문인지 투명한 분홍빛의 눈동자가 더욱더 강조되어보였다.

"그, 그러니까 나... 나는... 미, 미안한데 못 보고... 있겠어..."

  얼굴은 앞을 똑바로 응시하지 못하고 밑으로만 향했다. 단 둘 뿐이어서 그런 걸까? 카미야의 행동은, 언행은 평소보다도 더 대담해보였다.

"장난이 조금 심했을까? 미안해. 하지만 그런 반응을 보는 건 꽤나 재밌으니까 나도 모르게... 이제 그만 나갈까?"

"으어어응.나가자!!"

"하지만 그전에……."

"뭐…… 응?!"

  유키노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나가려고 하였지만 카미야는 그런 유키노의 손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서로의 숨소리가 닿을 정도로 두 사람은 가까워졌고 이내 열기가 덮쳐왔다.

 

  항상 내 눈이 널 볼 수 있는 곳에 있어줘.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