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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묘사와 상대의 신체적 폭력 묘사가 있습니다.

*정신적인 압박감의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정신적 묘사에 민감하시거나 거부감 있으신 분들은 읽어보시기 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서주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학살에 대한 직/간접적 묘사가 있습니다.

*글쓴이는 범죄나 학살을 절대 옹호하지 않습니다.

 


  손가락 사이로 네 모습이 보였다. 내 시선은 손가락 사이로 보이던 네 뒷모습을 갈망하듯 바라보았지만 너는 야속하게 마지막까지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이 곳에서 도망갈 것 처럼 멀어지는 네 모습에 다급해진 나는 손을 뻗어 잡으려했지만 바닥에 무거운 진득한 핏자국들이 서로 엉켜 발을 잡아 떨어지지 않았다. 점점 멀어지고 나는 겨우 눈을 떴다.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 시계를 확인했다. 3이라는 정갈한 숫자가 보였다. 시간은 새벽 세시. 이 시간에 일어나는 건 너무 오랜만이라 커튼을 걷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어둠 사이에 별빛만 은은하게 속삭이는 고요함. 이 고요는 새벽이 맞다는 걸 알리고 옆에 있는 상대방에게 시선으로 다가갔다. 아무도 없다. 다급함에 조심스레 상대의 첫 단어를 입에 담아 내 뱉지만 이내 깨달은 듯 침대에 턱 하고 앉았다.

아.... 없지.

  원래부터 없던 사람이란 걸 이내 깨달았지만 침대를 살짝 쓸어 남은 온기를 찾곤 했다. 있을리 없다. 차가운 감촉에 다시 깨닫곤 한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쓸었다.

 

 

  "제정신 아니네.."

 

 

  눈을 천천히 깜빡거리다 긴장과 함께 오는 고질적인 두통에 조조는 인상을 찌푸리곤 다시 누워버렸다. 기분나쁜 꿈을 꾸면 매번 이런식의 두통이 계속된다.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 통증과 함께 매번 바짝 소름이 돋는데, 어느 순간부터 시작한 꿈에 계속 시달리며 더해진 병이다. 누군가 머릿속에서 그 부분만 구간 반복을 누르는 듯 똑같은 꿈. 전 후 이야기 없이 그저 조조는 발목을 붙잡힌 채 멀어진 ‘그’를 다급히 잡으려 하고, 상대는 그저 멀어지는 그 꿈 말이다.
  시간을 다시 확인 한 후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을 조용히 켜 통화버튼을 눌렀다. 늘어지는 통화음조차 긴장되서 놓지 못하고 전화를 받지 않아 라는 안내 음성이 나오자 다시 통화버튼을 눌러 지겨운 통화음을 반복했다. 이래선 자신이 꾸는 꿈과 똑같다. 그저 뒷모습만 보는 것에도 정도가 있지 한계에 다다랐다. 꿈처럼 다급해지기 시작해진 조조는 옷도 채 갈아입지 않고 윗옷만 걸친 채 자신의 집을 떠나기 시작했다. 어떻게 출발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종착점이 가까워 질 수록 두통이 심해져 꾸역꾸역 발을 옮길 뿐이었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고, 고통이 가장 심할 때 쯤 발길이 멈춘 것은 어느 문 앞이였다.

 

 

*

 

  조조는 진평과 더이상 대화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진평이 서주에서 애걸복걸 매달린 이후다. 조조는 그딴식이면 연주로 다시 돌아가라 했고, 그게 당연한 처사라 생각했다. 연주에 돌아와서도 할 수 있으면 최대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해서 스스로 진정이 된다면 놔두는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진궁이 배신하고 자신을 살해하려 하기 전 까진 말이다. 죽기 직전까지 떨어졌다 다시 치고 올라오겠다는 조조의 집념과 달리 배신이라는 그 심리적 압박감이 불안을 가져와 진평에게까지 의심으로 번졌고, 의심은 조조의 머릿속까지 죄다 갉아먹는 것 처럼 통증을 일으켰다.

 

  다급하게 두드리는 문을 열고, 진평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조조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여전히 서로는 대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조조의 몰골에 심각함을 느꼈는지 문을 반쯤 닫다 팔을 어깨에 둘러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대로 두면 진짜로 죽는다는 꼴이 정확한 것 같다. 진평의 방이 예전보다 좁아지면서 있는 거라곤 침대와 작은 테이블정도지만 죽기 직전의 조조를 혼자의 힘으로 옮기기엔 집이 좁은게 다행일정도였다. 없는 힘을 짜내 진평이 겨우 옮기자 침대베개에 머리가 닿았고 조조는 기절한 듯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가 닿자마자 그 꿈이 다시 재생되었다. 뒷모습이 멀어지기전에 달려갔다. 가장 전속력으로 발에 진득하게 붙은 피를 손으로 떼어내어 어떻게든 멀어지는 상대를 잡기 위해 달렸다. 손이 점점 피로 물드는 건 상관없다. 손톱이 빠질정도로 진득하게 발목을 잡고있는 것들을 떼어냈다. 떼어내면서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틈에 얼른 달려 멀어지는 상대를 잡았다.

  헉 헉 가까워질 수록 숨이 가빠지는 걸 겨우 참고 너의 어깨를 처음으로 잡았다. "진평" 이라고 외치는 순간 누구의 얼굴도 아닌 썩은채로 흘러 내리는 피부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았다. 살아있는 것이 아닌 이질적인 형체에 놀라는 것도 잠시 그 것은 조조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입은 없지만 살의가 느껴지는 힘에 바둥거리다 조조는 역으로 제압해 목을 졸랐다. 끈끈해진 주변들의 피가 다시 사람들이 되어 조조를 덮었고 마치 자신이 현실에서까지 사라질 것 같은 위기 까지 느껴졌다. 피는 조조를 계속 덮고 덮었고, 시야까지 점점 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어둠속에 갇혔다.

 

  정신 차려 눈을 뜨자 가쁜 숨을 몰아쉬는 자신의 소리만 새벽 속에 흘러 넘쳤다. 조조의 손에 잡힌 온기와 함께 자신의 몸 아래에 얼굴이 새하얗게 된 채로 겁먹은 진평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손의 형태를 보니 꿈속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 마냥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목에 있던 손을 다급히 떼어내니 쥔 자국은 남아있지 않은 걸 확인했다. 꿈 속의 행동을 그대로 담았으면 자국이 남아있을텐데, 손바닥을 자신에게로 보인 채 손가락에 살짝 힘을 줬다.

다행이다. 순간 안도하는 사이 진평의 눈과 마주쳤다. 조조는 이 눈을 기억한다. 죽음이 다가온 사람의 눈. 수 많은 인간들에게서 보았던 그 눈. 그 눈을 보자 확신을 했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패를 버릴 생각을 했다니. 그 꿈 때문에 단단히 미쳐버린 듯 했다.

  눈물이 맺히다 넘쳐 옆으로 자꾸 흐르지만 진평은 최대한 소리를 줄이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진평의 눈의 너머로 보이는 조조의 살의가 조금씩 가라 앉았다. 진평이 말 없이 바라만 보니 조조는 진정 되었지만 조금이라도 늦게 그 악몽을 빠져나왔다면 그 생각에 다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온 몸이 젖어버린 탓인지 소름이 돋았다. 조조는 덜덜 떠는 손을 어디로 둬야할지 모른 채 허우적대다 자신의 얼굴을...살의를 띄던 눈을 한껏 가렸다.

 

 

  "미안. 미안하다. 미안. 향아.....향......."

 

 

  두통이 다시 오기 시작하자 진평의 온기를 빌리기 위해 최대한 숙여 머리를 겨우 기댔다. 몇 배로 들어오는 아픔때문인지 방금의 믿을 수 없는 일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와 함께 오한이 시작됐다. 평소라면 뭐든 해보라며 짜증부터 낼 인간인데 형체가 느껴지지 않는 고통에 그저 떨기만하는 조조의 압박감이 진평에게까지 전달이 되었다. 배신의 고통, 악재, 가족의 부재 그리고 버려질 것이란 두려움. 그 많은 살육과 피 앞에서 꼼짝도 안하는 인간이 진평 앞에서 덜덜 떨었다. 대체 당신은 무엇을 두려워 하길래 이리도 떨고 있는 것 일까 진평의 눈에도 처음보는 생소한 그였다. 조심스레 조조의 머리를 감싸 품에 안는 일이 전부일 뿐 진평이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조조는 자기 중심적이며 똑똑하고 교활하다. 다른 누구보다 강하고 잔인한 족속이다. 그런 놈에게 어설픈 위로는 먹히지 않는 걸 알기에 그는 말 없이 자신의 속내를 보여주었다. 아직도 두려운 듯 불안정한 심장이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고, 조조는 좀 더 그 속내를 알아내기 위해 파고 들었다. 떨리는 팔을 겨우 들어 진평을 감싸 안으니 심장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쿵 쿵 하며 빠르게 울리는 소리가 커질수록 당장이라도 토 할 정도로 어지러운 듯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소리는 점점 고통을 빼앗아가 사람을 진정시켰다. 고통을 잡아먹는 소리는 한동안 지속되더니 점점 느리게 안정을 되찾는게 느껴졌다. 이대로 눈을 감는 것이 무서웠다. 이 꿈이 다시 반복하게 되면 모든 것을 잃을 것만 같았다. 아니, 잃을 것이라 확신했다.

  죽음의 굴레 앞에 선 둘은 눈을 천천히 감으며 서로의 믿음 앞에 도박을 해야했다.

 

 

*

 

 

  커튼이 가려진 창 사이로 햇빛이 들어왔다. 간만의 따뜻한 햇볕을 만끽하다 버릇처럼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한 낮 임을 알아챘다. 망했네. 조맹덕 인생에서 이렇게나 늦게 일어난 적이 있나. 다가올 두통을 준비하려 미리 이마를 쓰다듬었다 머리가 개운해진 걸 느꼈다. 통증도 떨림도 악몽도 오지 않았다. 간만에 느끼는 기분에 어색한지 천장만보며 멍해져 있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누운 옆자리를 슥- 쓸어내니 따뜻한 온기와 감촉이 느껴졌다. 그 온기에 몸을 돌리니 진평이 가만히 조조를 바라보며 누워있다. 잘 잤어? 안녕 같은 인사도 없이 그저 조조를 바라보고만 있지만 조조는 그 모습자체가 자신에게 하는 간만의 인사란 걸 알고 있었다. 햇빛이 누워있는 진평을 포근히 감싸 반짝거리는 모습이 아주 얇은 금사로 짠 천을 살포시 덮은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조조는 시선을 떼지 않고 계속 진평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서로에게 인사말은 필요 없었지만 조조의 감정은 뒤섞여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천하평정의 운명을 가진자, 해에게 이리 넘칠 정도로 사랑받는데 천하의 모든 것이 너를 너무나 마음에 들어하는게 느껴진다. 불공평한데... 하늘은 내 옆에 천하를 평정할 사람을 옆에 두게 만들어놓고 천하를 주진 않는다. 무슨 꿍꿍이 속이냐.

  볼수록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저 사람을 가지면 천하는 내 것 이라며 본능이 재촉하는 듯 했지만 항상 그렇듯 능숙하게 숨겨 들키지 않게 했다.

 

 

  "출근 안했냐.."

  "아픈 어르신이 여기 있는데 어딜가겠어. 한 번은 봐주겠지."

  "....새끼 빠져가지곤..아픈 거 아냐."

 

 

  머리를 살짝 쥐어 박으려다 손을 펴서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이리도 좋았나. 잠깐의 기분좋은 촉감이 끝나고 자리에 일어난 조조는 욕실로 들어가 나머지 잠을 깨듯 씻고 나와 나갈 채비를 했다. 잠깐이나마의 온기였지만 전부 씻어내고 본래의 조조로 돌아가야 한다. 이 시간 이후 여전히 자신을 외면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어떻게든 나아가지 않으면 자신이 하던 일도, 나아갈 힘도, 쥐고 있던 모든 것들이 죄다 먹혀 사라져버린다.

 

 

  "옷 안 가지고 왔지?"

  "어...가서 옷 갈아입고 나와야지."

 

 

  머리도 다 말리지 않은 채 스마트폰을 챙기고 나가려 하는데 방금까지 옷장에 정갈하게 걸려 있듯 한 셔츠와 바지를 꺼내 조조에게 건냈다. 내 옷이 여기에도 있었나...예전에 했던 진평의 말이 문득 생각났다. 필요하면 직접 왔어야지 매번 부르니까 불공평하다, 왔다 가는게 얼마나 힘든데 하곤 잔뜩 투덜거리던 그때. 여벌옷과 일거리를 가지고 터덜 와선 여기 와서 살란 뜻이냐곤 장난으로 말했던 자신이 떠올랐다. 그 후로 서로의 옷장에 옷을 걸어놓기 시작했는데 낙양에 있던 일인지라 그 때의 일이 아득하다. 아마 이 옷 좀 크다 싶어 입을 일이 거의 없기때문에 가져 놓았을 뿐이다. 너를 좀 더 이용하기 위한 구실을 만들려고 했던 장치. 애초에 내가 입으려 했던 옷이 아니었다.

그 옷이 눈앞에 있어 조조는 눈을 깜빡거렸다. 6년의 세월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새옷의 느낌이 났지만 셔츠를 입어보니 어깨도 바짓단 허리까지 딱 맞았다. 나를 위해 딱 맞춰놓은 듯한 기분 생각이 많아지는 듯 소매를 만지작 거리는 조조 앞에 진평이 조심스레 옷매무새를 바로 잡았다.

 

 

  "이 옷 가지고 있었네."

  "....연주 올때 옷장에 걸려있던 옷 챙기다가 같이 딸려 왔었나 봐. 꺼내서 걸어 놓을 땐 좀 클까 싶었는데 딱 맞네."

  "......그땐 안 맞는 옷이었어."

  "...어째 한 번도 안 입더라."

 

 

  숨은 의도를 알아챈 진평이 하하 웃었다. 예전 같았으면 온갖 단어가 나왔을텐데 지나간 시간에 포장되어 있던 건지 따로 불만은 내뱉지 않았다.

 

 

  "진짜 조맹덕 나 부려먹으려고 작정했었구나."

  "지금은 아닌 줄 알고?"

  "그래......지독하지."

  "알고 있었잖아."

 

 

  뒤돌아 출근하려 옷을 갈아입는 진평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상해졌다. 믿음 소망 사랑과 어울리지 않는 자는 진평이라는 사람에게 믿음을 요구했고 자신 곁에 항상 있길 소망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사랑해주길 원했다. 자격이 있든없든 무슨 상관인가. 어떤 형태든 지금은 이 사람이 필요했다.

 

 

  "밥 먹고가. 같이가야 사람들이 어르신이 잡아서 늦은거라 생각 할 거 아냐."

 

 

  언제 해놓은 건지 소소하게 차려진 밥상 앞에 앉은 조조는 조심스레 젓가락을 들었다. 평소의 연주자사의 이름 앞에선 한없이 초라한 밥상이지만 식량난인지라 이정도의 밥상도 호화상이였다. 따뜻한 밥을 한 가득 입안에 집어 넣자 긴장이 확 풀렸다. 진평이 직접 해주는 밥을 언제 먹었더라,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가끔 시간이 남는 주말이면 이렇게 해주곤 했다. 낙양의 둘에겐 가끔씩 일어나는 익숙한 상황이었다. 밥을 먹을 수록 낙양에 있던 일이 하나 둘씩 떠올랐다. 난세의 삶에서 주어진 평범한 시간은 조조를 위한 상 같았다.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시간.

진평도 다시 끝이 보이지 않을 난세에 뛰어들 것이고 분명 주군인 조조보다 자신을 챙겨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위험하면 버리고 가라. 살아남아 있으면 어디든 끈질기게 쫓아가서 내 눈앞에 나타나게 만드는 것이 진평을 대하는 그의 신조였다. 너는 내 첫번째 사. 내 패다. 오로지 너를 위하면 내가 알아서 쫓아간다고 장안에서 비실거리던 진평에게 하던 말이었다. 가슴이 시릴 정도로 깨닫다 건너에 앉아 밥을 먹는 진평의 미소를 보자 목이 막히기 시작했다. 얼마만의 미소인가. 이 미소를 1년 가까이 잊은 듯 했다. 조조는 예전부터 고양이 같이 유연한 저 미소에 약했다. 이 미소만 보면 괜히 대인이라고 부르며 쫓아다니던 햇병아리 진평이 생각났다. 너만 과거를 안고 살아가는 게 아니었다. 서로는 과거에 사로잡혀 서로를 놓지 못한다. 그래 그거면 충분히 네가 떠날 거라는 자신의 의심을 풀어줄 답이 되었지만 좀 더 큰 확신이 필요했다.

  조조는 한 구석에 처박아둔 것 같은 감정을 조심스레 꺼내었다. 처박아둔 이유를 새삼 되새기니 저절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내가 이 패까지 쓸 줄이야. 네가 내 악질적인 것 까지 받아 준 이유. 진평이 조조에게 망설임 없이 달려간 이유. 진평이 가장 싫어 하던 것. 조조는 젓가락을 놓고 최대한 덤덤하게 그 단어를 입에 담았다.

 

 

  "진평. 나랑 결혼하자."

 

 

  진평의 거짓 없는 눈은 말 없이 조조만 바라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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