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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사이로 네가 보였다.
나의 손으로 직접 덮어낸.
나만의 어둠 속에서 새어 나오는 그 빛은 오로지 당신이었다.
빛으로 둘러 쌓인 그대는. 그렇게 말하곤 했었다.
빛을 향해 한걸음이라도 내딛으려고 하는 한 인간의 영혼이 진정으로 패배할 일은 결코 없다.
그 한마디가 당신을, 당신의 의지를 오롯이 담고 있었다.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당신의 조직은 언제나 그렇게 빛을 향했다.
어둠에 어울릴 것 같은 부관과 아래의 쓰레기 조차도 세계 평화를 위해 싸우지 않던가, 분명 제 목숨 다 바쳐서 라도 세상을 지켜낼 자들이었다.
손가락을 덮어도 끊어지지 않는 빛에 눈을 감았다.
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
자신은 언제나 이러한 사람이었다.
자신은 언제나 이러할 사람이었다.
제 과거를 인정하는 것이 두려워 자신이 생각하기에 편한 쪽으로 기억을 왜곡하고, 비겁한 변명과 다른 이의 감정을 제 멋대로 주무르며 스스로의 감정을 컨트롤 하는 사람.
자신은 어둠의 사람이었다.
빛으로 이루어져 있는 당신이었기에 그 과거조차 빛났을 꺼라 멋대로 판단하고 자신도 그러했다면 지금 이렇게 탁하지 않았을 꺼라 우기는 비굴하고 한심한 패배자.
나는 어둠이었다.
허니 이렇게 내가 당신을 훔쳐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손가락 사이로, 시야의 끝으로, 그를 훔쳐보는 것은 3년의 짝사랑으로 이미 충분하게 익숙해진 방법이었다.
이것이 괴롭다 투덜거린 적은 맹세코 없으니
그것은 감히 빛을 훔쳐보는 어둠의 마지막 양심일 것이다.
아아, 크라우스.
크라우스씨. 내가 감히 당신을
감히 내가.
엔양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
부른 물음에 답하지 않는 침묵이 심심할 법한데, 그는 말없이 한참을 기다랄 뿐이었다.
그는 원래 참을성이 많았고, 단 한 순간도 제 꽃이 꽃망울에서 자라지 않는다 투덜댄 적도 없었다.
그저 햇살 같은 눈으로 따뜻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는 것은 언제나 자신이었다.
“…네”
“울고 계신 것일까 걱정했습니다.”
얼굴을 감싼 채 한참 있던 자신을 울고 있다 생각한 것인지 울음기 없는 목소리에 조금 안심한듯 그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똑바로 바라보지 않고 얼굴을 가리고 있는 상대에게 걱정했다고 말하며 미소 지어주는 나의 빛.
“엔양, 손을 주시겠습니까?”
이어지는 침묵에 크라우스는 조심스럽게 두 손을 내밀었다.
슬며시 눈을 떠보았다.
크라우스는 제 앞에서 주저 앉은 채 눈을 마주치려 올려다보고 있었다.
더는 손가락 틈으로 다 볼 수조차 없었다.
마주친 눈동자에 그는 살며시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엔양,”
“손을 주시겠습니까?”
엔양께서 손을 잡아주셨으면 합니다.
크라우스는 그렇게 그녀에게 속삭였다.
당신의 얼굴이 보고싶어요.
그리 말하는 듯한 내밀어진 손에 엔은 천천히 자신의 얼굴에서 손을 떼었다.
엔은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가 그것을 알고 그랬는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엔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더는 틈새로 자신을 보지 않았고,
그것은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고슴도치처럼 잔뜩 움크린 채 조심스럽게 마주잡은 그 손을
나의 엔양을,
이 손을 다시는 놓치지 않겠노라, 그렇게 하늘에 맹세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