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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 드림입니다. 드림주가 드림캐보다 1세 연상.
손가락 사이로 네 모습이 보였다. 겨울 햇살은 찬바람과 다르게 따스한 느낌이 있어 나는 줄곧 그것을 사랑했는데 너는 그렇지 않았다. 눈이 부셔 제대로 눈뜨기 힘겹다는 말을 했었지. 그래서 너는 눈을 가늘게 뜨다 이내 양손으로 잠시 가리곤 했다.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워 나는 줄곧 네가 하는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카나데 씨, 카나데 씨!”
“왜 그러니, 사아야?”
“올해는 눈이 하나도 오지 않네요.”
“정말이네. 작년까지만 해도 꽤 내렸던 것 같은데.”
“카나데 씨는 눈 좋아해요?”
“어떨 것 같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제가 그렇거든요.”
“당신은 내가 당신과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아주 조금은?”
묘한 확신을 갖는 말투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너는 항상 매니저로 활약하면서 신데렐라 아이돌들과 웃으며 지내긴 하지만 속에는 누구보다 진지한 모습을 가진 존재이기도 했다. 종종 대화를 나누면 점점 그러한 생각은 확신이 되어갔다. 언젠가 너는 내게 그런 말을 했었다.
“나는 밝게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지금 내가 하는 것처럼 계속 누군가를 밝게 빛나도록 만들어주고 싶을 뿐이지.”
냉소도 조소도 아닌 웃음을 짓던 너는 조금 쓸쓸해 보였다. 이유는 알지 못했다. 나는 네가 이 말을 하기 전까지 널 잘 아는 사람이라 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뭔가 말을 하기보다 네게 손을 내밀었다.
“갈까?”
집으로 가는 길이었기에 네게 그리 물었는데 너는 내 손과 나를 번갈아보더니 울 듯 웃을 듯 모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손가락을 꼭 쥐었다. 그 일이 있어서였나. 나는 너를 길게 바라볼 필요를 느꼈다. 그것도 매우 절실하게.
너는 조금씩 그 날 이후 감정을 터트렸다. 이따금 나를 붙들고 우는 날도 있었고 사소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눈을 반짝이기도 했다. 무엇이 너로 하여금 표현하도록 이끌었는지 알지 못한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조금 편안하고 즐거워진 너를 좀 더 이끌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이유도 모르고 나는 네게 그런 호의를 베풀고 있었다.
후미카는 너를 두고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굉장히 연약해 보이지만 심지는 누구보다 강할지도 모른다고. 이유를 물었더니 그 애는 그렇게 말했다.
“사아야 씨는 카나데 씨를 좋아하니까요.”
“그게 이유야?”
“좋아하는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누구나 다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사랑에서 비롯되었든 우정에서 비롯되었든 간에요.”
사랑. 후미카는 사랑을 먼저 입에 올렸다. 후미카야 책을 많이 읽는 문학 마니아였으니 사랑을 쉽게 떠올린 거겠지. 후미카 역시 어리숙하고 귀여운 감정을 동경하는 걸까. 그런 결론을 나름대로 내고 있으려니 후미카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카나데 씨도 사아야 씨를 좋아하지 않나요?”
“사아야를 싫어하는 아이돌이 있어?”
“그런 의미가 아니라 다른 의미로요.”
“그럴 리가. 그 애는 호기심을 일으키긴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닌걸.”
“그 이하는 아니라는 거네요.”
“왜 그런 걸 묻니?”
“저기 사아야 씨를 좀 보세요.”
너는 그 때 니나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어린애마냥 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는 너를 보자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후미카가 말했다.
“카나데 씨가 사아야 씨를 바라보는 시선이 유난히 다정하다는 사실, 알고 있어요?”
나는 후미카가 한 말에 그제야 조금 놀랐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너를 다르게 보고 있다는 의미인가. 내 감정이 호기심을 뛰어넘는 것일까. 아무것도 결론 내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손가락 사이로 너를 보고 있었다. 아이돌들 사이에서 박수를 치며 즐겁게 웃는 네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멋쩍게 웃던 모습만 보다 행복해하고 만족해하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절로 내 입가에도 미소가 머물렀다. 한참 그렇게 있노라니 무언가 훅 하고 다가왔다. 검은 눈동자가 손가락 사이를 메우고 있었다.
“그만.”
“응?”
“그렇게 보지 말고 그냥 나를 봐요, 카나데 씨.”
당당하고 매혹이 넘치는 말이었다. 아, 그 말을 듣고 멍청히 있던 내게 가까이 온 네가 손을 내려 가만히 나를 응시하더니 웃었다. 웃는 얼굴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 손을 뻗은 줄도 모르고 나는 네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