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렌, 생일 축하해! "
아직 겨울의 추위가 다 가시지 않은 2월 중순, 친구의 생일을 기념해 여학생들이 그를 쫓아오지 않을 만한 학교 건물의 조용한 곳에서 우리는 조그만 축하 파티를 열었다. 물론 그는 많은 사람들의 함성과 온갖 고백이 난무하는 그 중심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하겠지만, 그럴 수록 이런 날 만큼은, 각별하게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축복해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의 파트너와 제 파트너, 두 사람의 계획이었지만, 그리곤 당연히 너희도 와야지, 라며 쇼와 나까지 끌어들였다. 싫은 건 아니었지만 스케쥴이 바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고집을 피우다니. 사람들 간의 교류에 일부러 참여 시켜주는 것은 고맙기도 했지만 동시에 조금 밉기도 한 건지. 며칠 동안 그리 내치더니, 다른 친구를 명목으로 말을 걸어오는구나, 라고 잠시 원망해 보았다.
" 이제 나이도 먹었으니까 좀 더 어른 다워 지는 게 어때? 내가 해줄 수 있는 덕담은 아야한테 잘해, 야. "
" 나도야. 아야메 한테 좀 잘해! "
" 지극히 동감입니다. 타치바나 씨를 눈물 보이게 했다가는 저희 손에 세 번 죽을 테니까 각오하세요. "
" 이게 축하 인사인지, 협박인지... "
" 우리 정말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 "
쓴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쉬는 오늘의 주인공과 얼굴이 조금 붉어져서는 그와의 관계성을 부인하는 타치바나 씨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기류는 9월 중순부터 계속 되어서, 옅어지기는 했지만 아직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도, 곧 다시 서로의 감정에 제대로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 자, 그리고 이건 발렌타인데이 선물이랑, 생일 선물까지 같이 줄게. 초콜릿은 안 좋아한다고 해서, 정석은 깨졌지만 캬라멜로 대체했어. "
" 생일 선물? ... 입욕제랑, 허브향 포푸리? "
" 전에 히지리카와 한테 네가 맨날 잘 때 다 벗... 아니, 아무것도 안 입고 잔다고 들어서. 몸을 덥힐 수 있는 입욕제랑, 잠이 잘 오는 허브향이야. 자자, 그리고 이건 이치노세랑, 아야랑, 쇼한테 주는 발렌타인데이 선물. "
너는 특별히, 설탕 없는 다크 초콜릿이야. 라며 건네받은 것은 정말 검정색에 가까운 어두운 빛을 띠고 있었다. 파트너 에다 서로 마음을 주고 있는, 조금 특별한 관계임에도 두 친구와 같은 대우인 것이 조금도 아니고 많이 씁쓸했지만 동시에 이해도 갔다. 그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투쟁이었다.
" 그럼 얼추 선물 증정식도 끝난 것 같고. 슬슬 돌아갈까? "
그 말에 전원 이의 없이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교실로 향했다. 잠시 축복을 하며 내려놓았던 일상으로 다시금 돌아가며 제 곁에서 나란히 걸으며 세 친구를 바라보는 제 파트너를, 나도 잠시 빤히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듣고 싶은 말도 많았다.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 마음을 전하는 날. 결국 크리스마스 파티 때도, 몇주 전에 처음 입을 맞추던 그 날도 그녀는 끝끝내 제 마음을 전해주지 않았다.
' 생각해보면, 저는 이렇게 될 걸 예상하고 있었던 건지도 몰라요. 당신을 좋아하고 있었고, 음악가로서도 평가하고 있었어요. '
' 난... '
입술을 꾹 깨물며 목 끝에서 걸리던 말을 겨우 삼켜내던 유네의 모습이 눈에 훤했다.
' 나라고 기대고 싶지 않겠어? 지금 너무 힘들고, 내가 왜 괜히 이런 꿈을 잡았을까 싶고, 다 그만둬 버리고 싶다고. 누구한테 얼굴이라도 묻고 펑펑 울고 싶어. 그런데 그럴 만한 상대가 지금 내 주변에 너 밖에 없는 걸 어떡해. 너한테 전부 털어버리고 놓아버리면 멀어져야 할 거리가 좁아질 거잖아, 그렇게 되면 결국 나는... 너한테... '
좋아한다고, 전해버릴 것 같아서 두렵다. 끝을 흐린 뒷 내용은 말하지 않아도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혼자 울고 있었다는 건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혼자 두고 돌아가는 게 아니었는데. 결국 그렇게 미래를 위해 버리겠다고 말했던 감정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채 가슴 속에서 응어리져 갔다.
그렇게 생각하니 단 맛 이라고는 거의 들어가지 않은 다크 초콜릿을 선물한 그녀의 행동의 진정한 의미도 단순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사랑 같은 건 내게 줄 수 없다는 암묵적인 표시. 하지만 나는 그 날 분명히 전했다. 더는 진실한 감정을 숨기고 부정하면 그리 원하던 진정한 노래는 부를 수 있을 리 만무하다고.
" ... 하나오카 씨. "
" ... 무슨 일이야? 이치노세. "
시선을 느낀 건지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을 보지 않고 걸음을 재촉해 앞서가던 그녀를 나즈 막히 불러 세웠다. 하지만 역시 제게 뒤돌아보는 일은 없었다. 우뚝 멈춰선 채 그녀는 중얼거리듯 작은 목소리로 내 부름에 대답했다.
" ... 할 말이 있는데, "
" 미안. 오늘 방과 후에는 안될까? 지금 수업 준비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서. "
여전히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더 어색함을 가져다 준다는 걸 알면서도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짧게 알겠다고 대답만 건넸다. 지금 유네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그게 너무 궁금했지만, 교실로 돌아가 옆자리에 나란히 앉을 즈음, 그녀는 이미 아야메 와의 대화를 이어가느라 평소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와 있어서, 그 때 유네가 내 말 속에 숨겨진 의미를 알아 챘는 지에 대한 것은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 Bitterweed Flower
Bitterweed : 맛이 쓴 종류의 식물을 일컫는 말.
방과 후, 진심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시간이 찾아왔다. 급용무가 생겼다고 얼버무리기엔 친구들도 이미 기숙사로 다 돌아간 데다 딱히 혼자 갈 데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작업을 핑계로 도망치자니 거들겠다며 따라올 게 뻔했다. 이럴 때 만큼은 그의 완벽주의에 조금 인상을 쓰게 된다.
아니, 방과 후로 미뤄둔 건 나인데, 이제와서 도망치려는 건 속이 뻔히 보이는 짓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든 급우들이 교실에서 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동안 책상도 정리하고, 다음 날 수업도 체크하고, 여러가지 확인하고 정리한 뒤에는 악보를 꺼내서 곡을 어레인지 해나갔다. 어색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는 게 그대로 드러나서, 이치노세도 항상 읽고 있던 문고본을 손에 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쇼와 렌이 인사를 해주고 교실을 나가자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았던 우리 두 사람의 침묵이 그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무거운 분위기를 누가 먼저 깰 것인가, 기다리다 못해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했다. 이럴 바엔 그냥 시원하게 인정하자.
" ... 할 말이라는 건? "
대화할 때는 상대방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는 게 예의고, 나도 그렇게 배우며 자라왔다. 하지만 지금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결국 내 시선은 악보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시원하게 끝내겠다고 다짐한 것 치고는 다 아는 말일 텐데도 긴장해서 목소리가 떨려왔다.
" ... 다 알고 있으면서. "
원망스러운 듯한 그의 목소리가 그대로 심장에 박혔다. 끄적이던 펜을 그저 꾹 쥐었다. 물론 알고 있다, 그래서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자신을 붙잡아서 라도 듣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발렌타인 데이, 보통은 여자아이 쪽에서 고백을 하는 날이지만, 내가 그럴 마음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는 나를 멈춰 세웠다.
" ... 듣고 싶은 말이 있는 거,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
" ... 그래서, 뭐? "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이쪽도 세게 나가는 수 밖에 없어.
일부러 차갑게 대꾸했다.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여지를 남긴다면 계속해서 서로 안일해 질 게 뻔했다. 여기서 확실하게 끊자. 나는 고개를 팩 꺾어 그를 돌아보고는 몇 마디 쏘아붙였다. 모든 말이 진심이었지만 상처 입을 그를 생각하니 입안이 씁쓸했다.
" 그래서 어떡하라고. 그건 네 희망 사항이지, 지극히. 괜한 희망 품지 말고 포기해, 이치노세. 나는 그 말을 앞으로 꺼낼 생각이 추호도 없어, 계속해서 너를 밀쳐낼 거고. 서로를 마음에 두고 있는 한 이게 최선의 선택이라며. 우리 이런 식으로 어색한 분위기 만들지 말고 좋게 평범한 파트너 사이로 돌아오자, 부탁이니까. "
그리 말을 마치고 한숨을 쉰 나를 이치노세가 얼굴을 살짝 찡그린 채 바라보았다. 힘들어 하고 있겠고, 나도 속으론 굉장히 내가 하는 말에 상처 받고 있지만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전부, 그를 위해서 니까.
" ... 싫어요. "
" 뭐...? "
" 분명히 말할게요, 싫습니다. 아니, 안됩니다. 전 그날 분명히 말했어요. 이런 중요한 감정을 그저 눌러 담고 서는... 진정한 노래는 부를 수 없다고. "
" 넌 진짜... "
생각보다 완고한 그의 대답에 조금씩 화가 밀려 들기 시작했다. 정말로 그에게 향한 분노일까, 그를 상처 입히고 있는 나 자신에게 향한 분노일까, 아이돌과 일반인이 사귀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규칙과 사회적 불문율을 향한 분노일까. 그건 나도 알 수 없었다.
" ... 적당히 좀 해! 사람이 막무가내인 것도 한계가 있지, 내 입장은 생각도 안 하는 거야? 넌 아이돌이라 조금 괜찮을 지 몰라도 만약 너와 교제하거나 하는 모습이 발각되면 난 그대로 연예계 에서의 생활은 끝이라고! 나한테도 꿈이 있어, 언젠가, 언젠가... 화해도 못한 채 헤어진 그 아이한테... 노래를... "
너무 큰 시련이다. 미래와 인간관계, 두 문제가 나를 끝까지 몰고 가서 도망치기 위해 사오토메 학원에 입학했고 너를 선택한 건데, 더 큰 아픔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난 어떻게 하면 좋은 걸까. 마지막 문장에서는 정말 그 아이를 떠올리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도, 눈가도 젖어 들어갔다. 결국 입술을 꾹 짓누르며 울음을 참느라 크리스마스 파티 때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 됐다. 하지만 그는 그런 내가 다시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뭐라고 말 좀 해봐.
" 너는 아이돌이 될거잖아, 모두에게 사랑 받는 사람이 될 거잖아... 나는 그 꿈을 이루게 해주기 위해서 너를 곁에서 도와주는 것 뿐이야. 정말 나 하나 때문에 그 미래를 포기해도 괜찮은 거야? 근데 난 그런 거 싫어,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절대 너와는 특별한 그 어떤 관계도 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제발... "
결국 참으려고 해도 참지 못한 눈물이 진심과 같이 터져 나왔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이 눈물과 함께 끝없이 밀고 나왔다. 이런 말까지 꺼내고 싶지 않았는데. 사실은 누구보다 널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지 않았는데. 말을 잇기 시작함과 동시에 터진 감정이 그 사실을 잘 알려주고 있었다. 눈물이 입 안으로 흘러 들어와 조금씩 입 안에는 쓴 맛이 아닌 짭짤한 맛이 감돌았다.
" 이제 뭐든 좋아. 우리가 서로 애틋한 감정을 품고 있는 사이만 아니면 돼. 다 왔어. 다 온거 잖아,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한 발자국만 딛으면 꿈을 이룰 수 있는데, 이룬다고 해도 그 발 밑은 굉장히 불안할텐데, 정말 너는 나까지 안고 그 다리를 건널 자신이 있어? "
" ... 그러는 당신은, "
울고 있는 내게, 그가 한 발 다가섰다. 바로 옆자리라 한 발자국 다가오면 거의 서로가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가 되었다. 여전히 훌쩍이는 나에게 그가 말을 이었다.
" 제가 어떤 큰 실례를 끼칠 지도 모른다고 했을 때, 그럼에도 따라와 주겠다고 한 건 당신이잖아요. 그건 거짓말이었어요? "
" 그건 왜 여기서 들먹여! 내가 따라가겠다고 맹세한 건 어디 까지나 하야토와 관련된 일이야! "
" 저도, 하야토만을 단정 지어서 말한 기억은 없습니다만. "
맞는 말이긴 한데, 정말 맞는 말인데. 반박할 순 없지만 그래도 내 결심을 꺾을 순 없어서 그저 그를 가만 노려보았다. 지지 않고 젖은 내 두 눈을 바라보던 그가, 조금 있으니 곧 쓴 웃음으로 돌아오며 내 눈가에 남아있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쳐주며 말을 이었다. 서글퍼 보이는 표정. 나는 거기서 또 다시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 ... 좋아하는 걸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해준 것도 당신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제 더 기다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대로 제 마음과 마주하고, 당신 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아요. 처음 느껴보는 이 감정을... 그런 식으로 끝내고 싶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한계잖아. "
" 그래도 싫어... 나는... "
그런 말로는 날 설득하기엔 부족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야, 제대로 말해줘.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렇게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그가 내 생각을 읽었는 지, 정말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내게 말을 걸었다.
" 저는 이제, 당신이 없으면 안돼요. 유네, 당신이 아니면 안된다고. "
" ...! "
" 더는 규칙과 시선에 묶이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니까... "
부탁할게요, 함께 해주세요. 그걸로 말을 마친 그는 팔을 뻗어 내 어깨를 감싸며 나를 끌어 안았다. 몇 주 전 만났던 그 온기가 하나도 변한 것 없이 여전히 다정하고 따뜻해서, 잠시 멈췄던 눈물이 다시 훌러 내렸다.
" 토키야... "
무의식적으로, 항상 속으로만 불러왔던, 성 씨가 아닌 이름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잠시 놀란 듯 보였던 그는 곧 다시 나를 세게 끌어안았다. 키 차이 때문에 얼굴에 닿는 그의 어깨에 이마를 조심스럽게 갖다 대고 그동안 참아왔던 오열을 터뜨렸다.
• Briny and Sweet-Sugar
Briny: 짠, 염분이 많은.
" 이제 좀 진정이 됐어요? "
" 응... "
한참을 흐느끼다 몸의 기능이 운다는 것을 멈췄는 지, 표정은 찡그리고 있지만 가볍게 훌쩍이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제 시선을 피하고 대답하는 것이 별안간 귀여워서, 픽 한번 웃음을 흘리고는 다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대화하고 우느라 시간을 많이 보내서, 수업이 끝날 즈음 노을이 지고 있던 바깥 풍경은 어느 새 밤의 색을 띠고 있었죠. 교실 안도 그저 어두컴컴해져 있었다.
" 지금 기분은, 어때요? 저는... 그저 좋아요. "
" 모르겠어, 난... 그냥 복잡해... "
복잡한 표정을 짓는 유네의 기분도 모르는 건 아니었다만, 이 순간 만큼은 전부 잊고 집중해줬으면 하는데. 뭔가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차에, 그 날 처음으로 키스를 했던 게 떠올랐다. 놀라서 바닥에 주저 앉았던가. 장난스럽게 미소를 띄운 채 나는 그녀를 나즈 막히 불러 보았다.
" 유네. "
" ... 으, 응? "
" ... 지금, 키스. 해도 되는 거죠? "
" 어? 아니, 잠깐만. 이런 타이밍에 하는 게 맞긴 한데, 그래도 마음의 준비는..! "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곧 감정에 취해서 스르륵 눈을 감는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좋아할 거면서 대체 왜 그랬담. 나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 정도 설득을 했으면 넘어와 주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정말 굳은 의지를 갖고 있었나 보다 싶었지만 결국 그녀는 마지막에 당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내 말에 그대로 모든 것을 맡겨 주었다.
아직 서로 제대로 전하지 못했지만, 말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아이돌로 향하는 꿈과 사랑을 전부 떠안고 달려갈 거라고 맹세하면서, 졸업 오디션에서 우승하게 되면 그 때는 반드시 전부 전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밤이 더 깊어질 때까지 그녀를 계속 끌어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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