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이봐, 듀스! 또 색 잘못 칠했잖아!”
아무것도 아닌 날의 파티가 있는 어느 오후. 장미 미로의 정원.
열심히 흰 장미를 붉은색으로 칠하고 있는 노동 현장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야, 왜 소리를 질러? 좋게 말하면 되잖아!”
“사감에게 목이 날아가고 싶어? 너 혼자 죽는 거면 몰라도, 난 사양이거든!”
‘아아, 또 너희들이냐.’ 같이 일하던 1학년 학생들은 언제나처럼 말싸움을 시작하는 에이스와 듀스를 보고 어깨를 으쓱였다.
하루가 멀다고 싸우는 저 두 사람은 가만히 내버려 두면 자연스럽게 화해하니, 괜히 끼어드는 게 손해다. 어차피 길게 가지 않을 다툼임을 아는 주변인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도로 작업에 몰두했지만, 이 장소의 유일한 외부인은 달랐다.
“와. 예쁘다.”
리들에게 전해 줄 것이 있어 잠깐 하츠라뷸에 들렸다가 1학년들에게 붙잡혀 노동 현장을 구경하고 있던 아이렌은, 듀스가 잘못 칠한 보라색 장미에 다가가 손을 뻗었다.
“저기, 이거 나 가져도 돼?”
“응?”
설마 실수한 결과물에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던 걸까. 듀스는 에이스에게 반박하려다 구겨진 표정을 펴고 아이렌에게 답했다.
“어…. 한 송이 정도는 괜찮을걸?”
“그래. 마침 색도 잘못 칠한 거고. 증거인멸 같긴 하지만, 가져가도 되지 않겠어?”
두 사람이 애매한 승낙을 하자, 세 사람을 지켜보던 다른 1학년 학생들도 부추기듯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까지 모두가 허락한다면, 역시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아이렌은 기쁘게 웃고 조심스럽게 보라색 장미를 꺾었다.
“고마워. 나, 보라색 좋아하거든.”
“그래? 그건 몰랐네.”
“뭐, 나는 대충 눈치채고 있었지만.”
‘약 올리냐, 에이스!’ 듀스는 예상치 못한 급습에 버럭 소리쳤지만, 그 일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에이스는 그 고함에 못 들은 척 시선을 돌렸고, 아이렌은 ‘오늘도 두 사람은 귀엽게 노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눈으로 웃으며 장미만 만지작거렸으니 말이다.
“이건 방에 꽂아둬야겠네. 예쁘게 말라서 보관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하며 웃는 아이렌은 정말로 기뻐 보였다. 마치 산타를 믿는 어린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을 때처럼, 순수하게 웃던 그 얼굴을 잊을 수가 없던 두 사람은…. 결국 선배들을 찾아가 그에게 장미를 더 선물해 주어도 괜찮으냐고 물어보고 말았다.
“과연.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거지.”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은 부사감, 트레이 클로버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스럽게도 부정적인 느낌은 아닌 반응에 에이스와 듀스가 안심한 사이, 옆에서 듣고만 있던 케이터가 불쑥 고개를 내밀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뭐, 잔뜩 꺾어가면 그거야 당연히 혼나겠지만~ 한 송이 두 송이 정도로는 리들도 화내지 않을걸?”
“게다가 아이렌에게 선물로 주는 거라면, 흔쾌히 허락할 거고 말이야.”
“마침 내일은 로즈데이이기도 하고!”
케이터의 입에서 나온 기념일에, 두 사람은 어째서인지 긴장하는 얼굴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오늘의 파티도 일부러 로즈데이인 내일과 겹치지 않게 준비 중인 것이었으니, 로즈데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분명 그날은, 의미 있는 사람들에게 장미를 선물하는 날이라 했을 터.
“그래서, 둘 다 보라색 장미로 줄 거야?”
침묵하는 후배들을 건든 것은 트레이였다. 그는 에이스와 듀스가 왜 긴장하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 다소 짓궂게 이죽거리며 후배들의 선택을 궁금해했다.
“네. 저는 역시 좋아하는 걸 줄까 해서….”
“저는 아녜요. 나름대로 사전 조사라는 걸 해서.”
과연 본인들 다운 선택이다. 트레이와 케이터는 속으로 그렇게 감탄하고 웃었다.
‘그럼 잘해봐.’ ‘렌이 좋아해 주면 좋겠네!’ 선배들은 그렇게 응원만 남겨두고 떠나고, 장미의 미로에 덩그러니 남은 두 사람은 서로를 힐끔 보더니, 아무 말도 없이 다른 방향으로 떠났다. 분명 각자 고른 ‘제일 좋은 장미’가 있는 곳으로 가는 거겠지,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서로 확신에 차서 준비한 장미를 확인하게 된 것은. 다음날, 아이렌이 1학년 A반 교실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아이렌, 이거!”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으며 제게 장미를 내미는 두 사람을 보며, 아이렌이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다소 황당한 깜짝 선물에 두 눈을 깜빡이던 그는, 에이스가 내민 분홍색 장미와 듀스가 내민 보라색 장미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장미…?”
“그, 오늘이 로즈데이라고 하더라고.”
“전에 보니까 장미를 좋아하는 거 같길래. 작은 성의랄까?”
확실히 장미꽃 한 송이는 거창한 선물이라곤 할 수 없었지만, 아이렌은 알고 있었다. 하츠라뷸에서 장미라는 건 단순히 꽃 한 송이가 아니라는 것을. 그것도 특히, 장미의 미로에서 자라는 장미꽃이라면 더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걸 말이다.
어느 쪽 장미에도 쉽게 손을 뻗지 못하고 가만히 있던 그는 잠깐 침묵하다가, 제 품속에 한가득 안고 있는 책을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웃었다.
“고마워. 그런데 나, 손이 비어있지 않아서 그런데 직접 꽂아줄래?”
“어??”
“여기. 귀에.”
아이렌이 말한 것처럼, 그가 들고 있는 교과서 양은 한쪽 팔로만 다 들기엔 지나치게 많아 보였다. 하지만 설마 저런 부탁을 해 올 줄은 몰랐기에, 에이스와 듀스는 잠깐 얼어서 ‘진심이냐’는 얼굴로 장미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안다. 이 대담하고 합리적인 홍일점은, 결코 시답잖은 농담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갑자기 조금은 부끄러워진 듀스는 조금 망설이다가 가시를 잘 정리한 장미를 아이렌의 오른쪽 귀에 꽂았고, 먼저 용기를 낸 상대를 본 에이스는 입을 삐죽이더니 질 수 없다는 듯 왼쪽 귀에 장미를 꽂아주었다.
“고마워, 두 사람 모두.”
양쪽 귀에 색이 다른 장미를 꽂고 웃는 아이렌은 정말 행복해 보여서, 두 사람은 우열을 가리는 것도 잊고 제 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물론, 속으로는 제가 준 장미가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 정도는 했지만…. 아이렌은 아마 그것조차도 귀엽게 생각할 테니,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누구도 상처받지 않은 5월 14일의 아침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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