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정날조 주의
*캐해석 주의
*급전개 급마무리 주의
“그러니까 난 분명 교도소에 있었다니까?”
“왜 10년 전의 이야기를 하는 거야. 정신 차려. 워커한테 물릴뻔하더니 정신이 나갔네.”
“그러니까… 네가 칼이고. 교도소에서 생활할 땐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라고?”
“일단 방으로 가서 쉬어. 며칠 잠도 제대로 못 자더니 얼빠져서는.”
“내 방…?”
“주디스가 안내해줄 거야.”
익숙한 이름을 가진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제 손을 잡자 놀라서 손을 뺐다. 하지만 다시 주디스가 먼저 손을 잡아 방이라고 말한 공간으로 함께 갔다.
천장엔 큰 모빌과 방바닥엔 아이들 장난감으로 가득한 반으로 들어서자 그가 죽기 전 자신에게 남겨줬다는 모자를 벗어 근처 책상 위에 올려놓고 제 공간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이제는 더는 눈물도 나지 않았다. 부정하고 싶어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어도 늙어 죽던 워커에게 물려 죽던 워커가 되든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워커에게 잡아먹히려던 것을 보고 자신에게로 뛰어오던 사람이 정신을 차리니 이미 이 세상엔, 자신의 옆에 없다고 하니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 앞에 있었던 자신을 칼 그라임스라고 소개하는 성인의 남자가 아이를 보고도 교도소에서의 생활은 10년 전이었다고 말을 들었음에도. 누나가 남겨준 검으로 직접 워커를 죽이고 많은 사람을 살렸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자신의 침대 옆에서 자신에게 말을 거는 주디스도 진짜 주디스인지 아닌지 혼란이 왔다. 갓난아기여서 품에 안고 다녔었는데 걸어 다니며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니 칼의 말대로 정말 지금은 익숙한 얼굴이 아닌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 많은 미래인 걸까. 10년 후인 걸까.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 않았다.
“글렌…….”
자신이 상위에 올려놓은 모자를 보았다. 얼룩덜룩한 모자는 오래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자신이 아무것도 못 하고 있으면 옆에 다가와서 그것도 못하냐며 핀잔을 주거나 도와주거나 하면서 곁에 있어 주었던 자신이 위험할 때마다 구해줬던 자신에게 있어 형과 같은 존재였다. 친형제는 아니었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은 친형제라고 생각할 만큼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도 많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기뻐했다.
그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던 사람이 지금, 10년 후엔 없었다고 생각하니 점점 먹먹해졌다.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눈물이 점점 차올랐다. 입술을 깨물고 코를 훌쩍였다. 침대 위로 올라와 괜찮냐고 묻는 주디스를 보고 급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바닥이 점점 축축해져 짠맛이 입안에 돌아도 멈추지 않았다. 옆에서 말을 거는 주디스의 목소리가 물결 타는 듯 일렁거리기 시작했자. 스피커 소리를 낮추듯 작아지는 목소리와 주변은 눈앞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10년 후의 자신은 어떤지 몰라도 자신은 10년 전의 사람이라도 이건 꿈이라고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점점 가득해져 갔다.
갑자기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비명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어째서인지 옆에 있던 주디스는 어느새 바닥에 쓰러져있고 제 눈앞에 있는 워커를 보고 손이 떨려왔다. 어째서? 이것 또한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이미 죽었다는 사람인데 어째서인지 워커가 되어 다가왔다. 몸이 덜덜 떨렸다. 자신과 늘 함께했던 형과 같은 사람을 제 손으로 죽일 수 없었다. 침대 안쪽으로 무릎을 끌어안아 몸을 둥글게 만들었다. 거친 숨소리와 죽어가는 목소리가 섞여 기분 나빴다. 이것은 꿈이다. 꿈이다. 믿을 수 없어. 자신에게 형과 같았던 그의 이름을 계속 중얼거렸다.
“괜찮아.”
생생하게 들리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놀라 어깨가 움찔하며 눈을 뜨고 빠르게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오래된 교도소는 낡고 오래되어 부서진 벽과 녹슨 쇠파이프가 보인다.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와 퀴퀴한 냄새가 난다. 한낮인데도 어두운 그곳엔 밝은 빛을 등지고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얼굴과 손을 주변에 있는 무언가를 잡아 내려치려는 순간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툭툭 내뱉은 냉정한 말투와는 다른 다정한 목소리. 자신에게 다가오는 손은 제 뺨을 감싸 흐르는 땀을 닦아 주었다.
“괜찮아.”
“글렌…?”
“그래. 기절하기 전 그런 일이 있었으니 악몽을 꿀만 하지.”
“매기는요?”
“나도 여기 있어.”
매기는 자신을 찾는 목소리에 손을 내밀어 잡아주었다. 손과 뺨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 자신이 원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현실에. 이곳에 살아있다고 깨닫게 해줬다. 뺨을 감싸던 글렌 손등 위로 물방울이 타고 흘렀다. 물방울은 점점 하나의 물줄기를 만들었다.
“저는…….”
“괜찮아.”
“그래, 이리와.”
매기의 말에 상체를 일으켜 빠르게 팔을 뻗어 매기를 끌어안고 울었다. 미래에서 보았던 그들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따스한 온기는 점점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따뜻해졌다.
저를 붙잡고 우는 덩치만 큰 아이를 매기는 괜찮다며 등을 토닥여주고 그럴수록 점점 더 커지는 울음소리에 글렌은 워커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며 나무라다 짧게 숨을 뱉어내며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더 헝클어놓고는 괜찮다고 말하며 둘을 끌어안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셋이서, 여기 있는 모두와 함께하면 괜찮아.”
글렌의 목소리는 주변에 있는 모두가 공감한 듯 몇 명은 고개를 끄덕이고 몇 명은 웃으면서 괜히 장난을 걸기도 했다. 어느 건물 안, 셋을 포함한 모두는 같은 생각을 하면서 제 시야로 들어오는 빛과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를 놓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