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애하는 Monsieur ad921d60486366258809553a3db49a4a.
인사말을 먼저 쓰고 싶지만, 저와 당신에게는 아침↗↙밤도 없으며 봄←겨울도 없으니 무어라 써야 좋을지 몰라 생략하겠습니다. 인간들처럼, 잘 지냈느냐는 말도 필요 없겠지요. 대신에 비올레뜨와 오르탕씨아에게 안부를 전해주세요. 당신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는 소녀들이니까요.
오늘 이렇게 당신의 지평에 접속한 것은 당신의 【편의상 남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아직도 당신의 생각에 긍정=동의=찬성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편의상 남동생】은 당신의 모습을 본떠 만든 인간. 당신이 태어날 《로망物語》을 위한 껍데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살육의 여왕도 갖고 있지 않고 말이에요. 사실, 당신이 그토록 아끼는 존재가 궁금했기에 제9의 세계에서 【편의상 남동생】과 우연을 가장하여 만난 적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그 정도의 자유행동은 묵인해주세요. 어쨌든 【편의상 남동생】은 당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그를 보고 당장에라도 당신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었답니다. 「Mein Herr, 이게 정녕 당신이 지키고 싶었던 것인가요?」라고요. 당신과 닮은 것이라고는 은회색에 질끈 묶은 머리카락과 밤처럼 짙은 남색 코트가 전부였습니다. 눈매는 굉장히 사납고 말투도 거칠어 입을 열면 욕이 쏟아졌습니다. 아마 그는 자신이 욕을 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Monsieur, 저는 순환하는 이야기에 따라 당신에게 거스르지 못합니다. 겨울이 없으면 봄이 없으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해왔으나 그날엔 자아가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그 사실이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제가 독립된 개체였다면 그 순간 바로 제 검으로 당신의 ad921d60486366258809553a3db49a4a 인자를 잘라냈을 것입니다. 【편의상 남동생】따위는 제가 알 바가 아닙니다. 《das Ruhrendes, Evolutionares und Vorzugliches Optikgerat》 = 차광안경형정보단말이나 프로듀서 Revo 씨가 없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인생을 흘려보냈을 인간 따위, 동정할 가치도 없었습니다.
이런, 그만 쓸데없이 【편의상 남동생】에 대한 원망을 늘어놓고 말았습니다. 이 정도는 넘어가 주세요. 오로지 당신을 위해 원하지도 않는 인간의 일을 처리한 저를 가엾게 여겨주세요.
어쨌든 당신이 ad921d60486366258809553a3db49a4a의 부정을 부정하는 바람에 【편의상 남동생】은 태어났습니다. 당신은 그의 이름을 짓는 역할을 저에게 맡겼죠. 그것은 연쇄적으로 태어나기 전에 죽어버린 저에 대한 위로였나요? 당시에는 「이런 인간의 이름 따위!」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름을 【젠장】이라고 지을까 생각도 했습니다만, 당신도 Revo 님도 반대했겠죠. 어찌 되었든 Revo 님이 진격의 궤적에 올랐는데 제가 놀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맡겨진 사명은 최선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우선 편의상 R.E.V.O.가 엿본 이야기를 제5의 서고와 연결하였습니다. 당신의 【편의상 남동생】이니 당신의 지평과 관련이 있는 이름인 편이 좋겠다는 이유였습니다.
먼저 저는 『불꽃』에 접속했습니다…. 얼마간의 평화라 불리는 빛, 끝이 없는 장례 행렬, 비에 맞으면서도 걷는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 참담한 상황에서도 사랑은 태어났습니다. 목이 멜 정도로 강한 반짝임, 그것은 마치 → 불꽃. 그렇습니다, 저는 불꽃이야말로 당신의 【편의상 남동생】에 걸맞은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단 하나. 당신이 사랑하는 자. 《불꽃》 외에 어울리는 이름은 없다고 생각하며 지평을 뛰어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팔』은 건너뛰고 『저주받은 보석』에서는 당신의 【편의상 남동생】의 아버지가 될 사람의 이름을 찾았습니다. 그의 이름은 Pierre Laurant. 사실 『저주받은 보석』은 제가 꺼리는 이야기이기도 하며 모든 등장인물이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므로 이곳에서는 그의 이름을 찾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별가루의 가죽끈』이었습니다만, 그곳의 이름은 이미 지평 너머 황야를 달리고 있을 것으로 사료되어 건너뛰었습니다.
일곱 번째 《의식이라 불리는 것》은 특별히 제5의 서고와 파장이 맞아 저는 이 노래를 타고 돌아올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보고 말았던 것입니다. 제8의 서고를. 그곳에는 제9의 세계와 아주 똑같은 당신의 【편의상 남동생】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끌리듯 편의상 R.E.V.O.의 접속을 탈취했습니다. 편의상 R.E.V.O.에게는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를 방해한 것은 제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저의 사명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것이었습니다.
여덟 번째 지평, 그곳은 제9의 세계와 매우 흡사한 곳이었습니다. 밤의 장막, 땅거미 지는 바닷가, 그리고 홀로 서 있는 당신의 【편의상 남동생】. 푹 꺼진 눈가와 푸석푸석한 표정은 프로듀서 Revo 씨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Mais, juste un moment….
그곳에선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쏙독새의 별은 계속 불탔습니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불탔습니다.
지금도 아직 불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곳에는 쏙독새의 별이 없었습니다. 프로듀서 Revo 씨가 없었습니다. 【FLOWER ASATO】가 없었습니다. 서양골동다락방당이 없었습니다. 편의상 R.E.V.O.가 없었습니다.
8249☆의 ad921d60486366258809553a3db49a4a.
그곳에는 배니싱 스타라이트가 없었습니다. 별은 다 타버려 찰나의 반짝임조차 없었습니다. 있는 것이라고는 낡은 괘종시계와 옷장. 그리고 ↓ 검은 기억 ↓
「미안해… 엄마… 용서해줘… 이런 아이… 낳지 않는 거였는데……」
오래된 편지는 손때가 타 너덜너덜했습니다. 당신의 【편의상 남동생】은 새까만 눈으로 그것을 한참 내려다보았습니다 → 귀에 울리는 것은 산산이 깨지는 파도 소리 → 그 소음에 당신의 【편의상 남동생】의 발소리가 더해졌습니다 → 그는 천천히 바닷가 쪽으로 걸었습니다.
아아, 나는 예상했습니다. 어째서 제8 지평은 규정 지평이 아닌가. 어째서 Revo 님은 같지만 다른 세계로 넘어가 당신의 【편의상 남동생】을 만난 것인가. 제가 읽었던 인간들의 사고방식 3896512107114개의 공통점.
그것은, 안식을 바라는 것.
저는 그에게 손을 뻗었습니다. 머릿속이 온통 새하얗게 물들었습니다. 늦으면 안 돼, 늦으면, 제발, 안 돼! 잡히지도 않을 텐데 어쨌든 필사적으로 잡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 노력이 무색하게도 파도 소리를 집어삼킬 듯 커다란 소음이 그를 관통했습니다.
밤의 장막, 땅거미 지는 바닷가, 홀로 서 있는 당신의 【편의상 남동생】, 그리고── 찢어진 편지.
편지는 시원스러운 소리를 내며 갈기갈기 찢어졌습니다. 거침없는 손길로 편지를 찢는 당신의 【편의상 남동생】의 표정도 어딘가 시원해 보였습니다. 이윽고 그는 무언가를 외쳤습니다. 높낮이가 다르고 힘이 넘치고 기분이 좋아지는 말=리듬이었습니다. 그는 큰소리로 악을 쓰듯 노래하며 종잇조각을 공중에 집어 던졌습니다. 하늘로 날려진 하얀 편지지는 언뜻 별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순간, 제 귀에는 들렸습니다.
▒▒.
천사가 부는 나팔 소리처럼도 들렸습니다. 저는, 어째서인지 눈물이 흘렀습니다. 저는 잘못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편의상 남동생】은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틀린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한낱 불꽃이 아니었습니다. 언젠가 사그라들기 마련인 덧없는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편의상 남동생】은 재가 되어도 세상을 사랑할 사람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세상을 사랑할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의 【편의상 남동생】의 이름에 어울리는 단어는 단 하나뿐이었습니다. 기쁨의 외침, 탄생에 대한 찬양, 겨울의 희망이자 구원이자 사랑.
그리하여 저는 당신의 【편의상 남동생】의 이름을 ▒▒이라 지었습니다. 제9의 세계에서 그는 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하지만, 그의 탄생을 기뻐하는 저희에게 있어서는 이보다 더 좋은 이름은 없을 것입니다.
Merci, merci, monsieur ad921d60486366258809553a3db49a4a. 당신이 저에게 이 역할을 맡겨준 덕분에 저는 인간의 가능성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멜로디라는 것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당신과 당신의 【편의상 남동생】에게 무척이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Monsieur ad921d60486366258809553a3db49a4a, 아니, 이베르. 저는 이제 당신의 선택을 이해합니다. 지금이라면 진심을 담아 말할 수 있습니다.
Hiver, ▒▒, 0302 0101 1001 0304 0502 0105 0501 0902 0501 0301 0102.
관찰자 봄의 소녀=【편의상 모니카】로부터.
추신. 지금 제가 있는 제9의 세계에는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맞은편의 【FLOWER ASATO】에선 캐럴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인간들의 통상 시간 개념으로는 곧 크리스마스네요. ▒▒에게 크리스마스 파티를 권해볼 생각입니다. 그의 이름으로 놀리려는 의도는 없지만, 「이걸 패지도 못하고」라며 주먹을 꽉 쥐는 ▒▒의 표정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