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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포장지를 뜯어 입에 문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무더운 여름이었다. 조슈아는 손부채질하며 서류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세었다. 학생회라는 위치가 도움이 될 적도 많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실이 더 많았다.

학생회실의 에어컨이 고장 날 게 뭐람. 임시방편으로 선풍기를 틀고 창문을 열었지만, 더위를 식혀주기에는 부족했다. 게다가 선생님이 미안하다며 사 온 아이스크림도 다 녹아버려 먹을 수 있는 거라곤 이거 하나뿐이었다. 손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은 그는 문득 시선을 돌려 제 맞은편에 앉은 이를 보았다.

등나무꽃을 연상하게 만드는 긴 머리카락을 평소와 달리 높게 올려 묶은 루시아는 땀을 뻘뻘 흘리며 서류를 훑어보고 있었다. 붉어진 볼과 함께 젖은 머리카락이 들러붙은 그 모습이 흉할 법도 하건만 조슈아의 눈에는 그저 예쁘게만 보였다.

이것도 중증이네. 그런 생각을 하며 조슈아는 선풍기의 각도를 조절하여 루시아에게 바람이 더 가도록 했다.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자 루시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조슈아를 보았다.

고마워. 그렇지만 네가 더 덥지 않을까, 조슈아. 다정한 그 목소리에 조슈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머리카락 때문에 그렇게 더워하면서도 남을 우선하는 저 모습이 싫었다. 물론 그것이 루시아의 장점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막대에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아이스크림을 한입에 베어 문 조슈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루시아에게로 향했다. 다시 서류를 보는 데에 여념이 없던 루시아는 조슈아가 바로 옆에 다가오고 나서야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조슈아? 조심스러운 물음에도 대답은 없었다. 루시아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뭐 필요한 것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땀을 잔뜩 흘렸음에도 불구하고 루시아의 주변에서는 은은한 라일락 향이 감돌았다. 자신이 더위를 먹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실제로 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조슈아, 혹시 너무 더워서 그래? 이제는 걱정 섞인 눈동자가 조슈아를 바라보았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정돈한 조슈아는 그대로 루시아에게 입을 맞추었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루시아의 눈동자가 커졌지만 그를 밀어낸다거나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아까보다 더 발갛게 달아오른 두 뺨을 감싸 쥔 조슈아는 제 입에 머금고 있던 것을 넘겨주었다. 녹아내려 미적지근해졌으나 딸기 맛이 감도는 그 액체는 조금 전 조슈아가 베어 물었던 아이스크림이었다.

루시아가 넘겨받은 액체를 삼키고 나서야 조슈아는 입술을 떼어내고 배부른 고양이처럼 웃었다. 나른하면서도 예쁜 그 미소에 루시아는 화도 내지 못하고 귀까지 붉어진 얼굴을 푹 숙이며 작게 웅얼거렸다.

 

 

“정말이지 약았어, 너. 누가 보면 어떡하려고 그래.”

 

“누가 없으니까 한 거지. 그리고 나한테 아이스크림을 양보하는 바람에 먹지 못했으니까 먹여주고 싶어서.”

 

 

조슈아의 말에 루시아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입 안에는 달콤한 맛이 남아 있었고 심장은 터질 듯이 두근거렸다. 큰일이야. 일에 집중하지 못하겠어. 루시아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기 위해 서류를 보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라는 것만 보일 뿐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안절부절못하는 루시아를 보던 조슈아는 제 자리에 있던 서류를 챙겨 그의 옆에 슬쩍 앉아 손을 잡았다.

땀에 젖어 축축한 두 손은 끈적거렸지만, 이상하리만치 불쾌감이 들지 않았다. 얼마 안 남았고 선생님도 이제 안 오실 것 같으니까 손잡고 해도 괜찮지? 쑥스러움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에 루시아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땀에 젖어 붉어진 얼굴과 부끄러움이 가득 남긴 눈동자. 아, 너도 나와 같구나. 그제야 루시아는 겨우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뽀뽀는 일이 끝나고 나서 해야 해. 덧붙이는 루시아의 말에 조슈아는 맞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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