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춘다운 일.
사쿠사 키요오미는 그다지... 영화같이 달콤한 청춘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그의 학창시절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배구였고, 그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춘이라고 할 나이에, 흔히들 청춘이라고 하면 생각할만한 것들-뜨겁고 풋풋한 사랑, 친구와의 다툼-절교-화해, 무작정 떠나는 여행... 뭐, 그런 것들.-을 만끽하지 못한다고 해서 아쉬울 것은 없었다.
코모리를 통해 우연히 하게 된 배구였다. 달리 할 것이 없어 시작했고, 시작한 이상 건성으로 하고 싶지 않았다. 하나씩, 하나씩. 매일, 똑같은 것을 똑같이. 그리고 자신과 다른, 또 다른 회전을 만났다. 그 때는 조금 즐겁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연히, 그 애를 만났다. 사쿠사는 가만히 카스미를 떠올렸다.
아리모토 카스미는 별났다. 밝았고, 이리저리 튀었고, 애들 사이에서 웃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학교 안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타고 올라가, 가지 끄트머리에 매달린 손가방을 가지고 내려오던 모습을, 아직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런 그녀였지만 조리 실습 때만은 달랐다. 항상 가벼운 웃음을 한가득 품고 있던 그 연갈색 눈동자가 무언가에 완전히 몰입하여, 눈빛 자체가 바뀌던 그 모습이 짙게 남았다.
그녀는 주에 두 번, 배구부가 사용하고 있는 체육관에 방문했다. 가끔은 빼먹을만도 하고, 도시락이 조금 소홀하거나, 지난번에 먹었던 간식과 같은 것을 가져올 법도 하건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런 점이 편안했을까. 어느 날이었을까. 여름이었던가, 아니, 조금 날이 시원해진 가을이었을까. 왜 매번 이렇게 공들이는 거야? 힘들지 않아? 하고 코모리가 물었었다. 아리모토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곤, 멋쩍은 듯 웃어보였다.
“어디서 읽은 말인데... 좋아하는 말이거든. 언제 그만둬도 후회가 없는 삶을 살라고. 마지막이라는 건 큰 의미니까. 오늘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있어 나에 대한 마지막 기억으로 남아도 괜찮도록 말이야.”
수줍은 듯 뱉은 그 말이 제법 깊게 뇌리에 남았었다. 그래서 이이즈나 선배의 말을 들었을 때 그녀 생각이 났던가. 마지막.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것도 꽤 시간이 흘렀다. 졸업식 날의 그녀는 정말로 후련해 보였었지. 이게 마지막이어도 후회 없다는 듯한 그 표정이 눈 앞에 어른어른했다. 그녀는 대학교에 진학했고, 자신은 프로 배구팀에 들어갔다. 기다려도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다. 그래.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얼굴이 좋다며 말했던 그 때도 그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을 대했다. 그래도 조금은 기대를 했을지도 모른다. 이 허탈감은 그것에서 오는 것일까. 사쿠사는 괜시리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화면 가운데에 인스타그램 앱이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다.
원래는 이런 것에 관심 같은 것도 없겠으나, 미야 아츠무와 히나타에 의해 깔게 된 것이다. 막상 깔고 보니 아리모토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삭제하지 못하고 있지만. 문득 생각이 나서 접속해 보면, 최근 피드에 아리모토의 사진이 올라온다. 팔로한 사람이 무스비 사람들과 아리모토 뿐이니 당연한 일인가. 친구들과 팀플 끝나고 한 잔! 발랄한 어조로 쓰여진 말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렇구나, 청춘... 청춘이지.
한 번도 대학 생활이 부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자신은 배구가 하고 싶었고, 그 결정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녀의 시간에 자신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 이런 감정, 이런 느낌이었나.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졸업식 날의 그녀는 이제는, 아무 미련도 남아있지 않다는 듯 웃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사쿠사는 눈을 꾹 내리감았다. 자신의 마지막 모습이 그녀에게 어떻게 남아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그녀에게 있어 저의 마지막 기억이길 원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은 채 후회만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겠지.
사쿠사는 작게 숨을 뱉고, 사진 아래에 다음에는 나랑 가자. 짧게 댓글을 달았다. 한 발씩 다가가다 보면, 언젠가는 후회하지 않을 마지막이 오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