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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이름은 여름 바다

 

쿠로키바 료는 혼다 류세이를 볼 때면 저도 모르게 눈을 찌푸리게 되었다. 마냥 불쾌한 것을 볼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 그래, 말하자면... 어두운 곳에 있다가 나와서 마주한 햇빛을 보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릴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혼다 류세이. 2학년들 사이에서는 그녀와 그 친구들을 통틀어 제 11석, 조명 밖의 요리사, 원탁 바깥의 요리사라고 한다지만, 쿠로키바의 시선에서 보기엔 그저 싸움이 두려워 꽁지 빼고 달아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 승부에 임하는 태도가 아니다. 속 편하게 친구 놀이나 하고 있으니, 경멸해야 마땅할 터다. 혹은 저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무시하는 것이 맞겠지. 그러나... 그녀에게만은 그럴 수 없었다.

 

어쩌면 그녀가 아리스를 닮아서일까. 혼다는 아리스처럼 머리가 희었고, 살짝 올라간 눈매가 고양이를 연상시켰다. 그러나 언제나 단정한 아리스의 머리와는 다르게 살짝 헝클어진 듯한 고수머리가 다르다. 붉은 아리스의 눈동자와 다르게 혼다의 눈동자는 깨끗하고 푸른, 그 옛날 찢어진 잡지에서 본, 깨끗하고 청명한 여름의 아침 바다색을 닮았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것이 다르다. 약간 장난스러운 웃음, 그리고 그 뒤에서 불타는 불꽃이. 료는 그 불꽃을 직시할 때면 말을 잃게 되었다.

 

11석. 먼저 식극을 거는 일이 없었지만 걸려오는 식극에는 모조리 이긴 넷에게 붙은 이명이 그것이다. 십걸도 당연히 유명하지만, 걸린 식극에는 응하나, 식극을 거는 일이 없는 그들 역시 학교 내에서는 제법 유명했다. 그들의 배경이나 집안 등의 소문이 도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으나, 혼다만은 그야말로 뜬소문이라 할 정도로 온갖 소문이 돌고 있었다. 집안이 마피아라거나, 졸업 후에는 이탈리아 마피아 보스의 아들과 결혼이 예정되어 있다거나, 사실 그녀가 뒷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빅 보스라거나 하는 등의.

 

그 소문의 진위여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중요할까. 료는 혼다를 보면 여름의 바다, 파도 위의 여름 햇살을 떠올리곤 했다. 자신이 있던 북쪽의 거친 바다와는 전혀 다른, 즐겁고 밝고 화사하지만, 언제 파도가 덮쳐올지 모르는 그런 바다.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며, 그런 눈부심에 눈을 찡그리게 되는 것이리라,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파도는 예고 없이 치는 법이다.

 

재미있는 요리를 하는구나? 하고 걸어온 말에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이다. 손님을 그렇게 몰아붙이는 요리라니. 하고 웃는 얼굴이 시야 안에 멍하게 담겼다. 멍하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조금은 멍청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를 압니까? 그러면 그녀는 파도 소리 같은 웃음소리를 낸다. 네 요리를 알아. 하고 답변이 돌아왔다.

 

오늘은 어쩐지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햇살이 따가운 날이더라니. 가을을 쫓아내고 여름이 제게 걸어온 느낌이었다. 료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차가운 손 끝이 이마에 콕 닿아,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뒤로 고개를 뺐다. 손을 뻗은 태양이 그곳에 있었다. 차갑고 새하얀 태양이었다.

 

너라는 요리사가 궁금한데. 알려줄래? 하고 천연덕스레 웃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료는 저도 모르게 작게 웃어버렸다. 늘 흐린 날이 이어지는 북구의 요리사에게는 드문 태양이다. 이끌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테지. 그래서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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