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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치로~ 소이치로~”

유키노는 이제 막 문을 열고 사무실을 나서려는 시노노메를 불러 세웠다. 문을 열려던 손을 멈추고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 왜요.”

“그거 알아? 조금 있으면 카미야 생일이야...!”

“그렇군요...”

“그래서 말인데 부탁이 있어.”

“거절합니다.”

시노노메는 정색하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곧 장난스럽게 입 꼬리를 슬쩍 올리며 말을 덧붙였다.

“아쉽게도 요 일주일간은 바쁘거든요. 대신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아, 그렇지 아스란 씨가 유키노한테 요리를 알려주고 싶어 하던데... 이 기회에 배워보는 건 어떤가요?”

시노노메는 검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시노노메의 말에 유키노는 꽤나 놀란 듯 눈이 커졌다.

“...너, 대 대단하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전부 알고 있구나.”

“후후, 당연하죠. 오래된 친구잖아요?”

일단 저는 스케줄 때문에.. 지금 가볼게요. 시노노메는 아까 미처 열지 못한 문을 열었다. 끼이익 소리가 나는 문은 부드럽게 열리며 사람을 내보내고 다음에 들어올 사람을 맞이했다.

“어, 카미야 마침 잘 왔네요.”

“응? 무슨 말이야?”

시노노메는 대답을 하는 대신 그저 후후. 하고 웃어보았다.

“...? 아, 유키노 있었구나.”

“어, 아, 안녕? 너 혼자 왔어? 아스란 씨랑 마키오군은?”

“아스란이랑 마키오는 잠시 케이크 가게에 들렸다가온대.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아스란 씨한테 물어볼게 있어서…….”

유키노는 말끝을 흐렸다. 그것보다 다음 주 주말에 시간 있지? 유키노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했다.

“응. 그날은 오전에만 가게를 여니까.”

“다행이다…….”

“그런데 그날 뭐있던가?”

“……아, 그건 그날 가서 말해줄게.”

그럼 난 이만 다음 라이브를 대비해서 사전 답사 다녀올게. 유키노는 그렇게 말하며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카미야는 같이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유키노는 극구 말렸다. 길 잃어버리면 큰일이거든?

 

 

 

 

“자, 작은 눈의 주인이여.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그러게요. 어떡하죠? 이거 먹고 죽으면…….”

“그, 그런! 분명 구제할 방법이 있을지니... 일단 이 천사의 눈물을 급히 처방해보도록하지!”

아스란은 천사의 눈물. 그러니까 백설탕을 한 숟가락 요리에 첨가했다. 그러고 나서 잠시 졸인 뒤 맛을 보았다.

“오오! 이것은 꽤나... 작은 눈의 주인 주인이여, 어서 맛을!!”

“조, 좋아요 그럼... 헉! 아, 아 아스란 씨는 정말 천재에요! 요리의 천재!! 요.천!”

“앗, 그런 정도는.. 아니, 그렇다 이 몸은 어둠의 양식을 정제하는 자! 그런 이 몸에게 이정도 쯤은!”

의기양양하게 말하고 있는 아스란 이었지만 얼굴은 제법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유키노는 그런 아스란의 옆에서 더욱 더 칭찬을 퍼부었다. 물론 아스란이 부끄러워하는 것을 알고 더 그러는 거지만?

“감사해요. 덕분에 시간에 맞출 수 있을 거 같아요.”

“작은 눈의 주인의 선물을 받은 카미야는 분명 기뻐하겠지. 두 사람에게 멋진 생일이었으면 조, 좋겠어요…….”

 

 

 

“제대로 오고 있는 거 맞지?”

‘응, 걱정 마.’

“너인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하니…….”

‘하하.. 크흠, 아무튼 유키노 집에 가는 길은 확실히 외워뒀으니까.’

“뭐, 알았어. 그럼 조심해서 와~”

휴대 전화를 내려놓고 유키노는 손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시간이 조금 촉박하긴 하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이정도 까지 요리 준비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

“아스란 씨한텐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해야지... 물론 소이치로한테도. 좋아 그럼 다음엔...”

곳곳에 아스란의 글씨가 빼곡하게 적혀있는 레시피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유키노는 손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칼질을 하는 것은 여전히 문제가 많았지만 이정도면 못 봐줄 정도는 아니라며 스스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차근차근 요리를 진행했다. 흥. 올해 내생일 기대하겠어. 카미야 유키히로.

 

 

한참을 준비하고 있으니 현관 벨 소리가 들렸다. 문 열려있으니까 열고 들어와. 유키노는 현관 밖을 향해 그렇게 소리쳤다. 현관밖에 있을 사람은 곧바로 현관문을 열어 들어왔다. 현관문을 열자 바로 들어오는 풍경에 카미야는 진짜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때 놀랐지!”

“이거 전부 네가 혼자서 준비한 거야?”

“당연하지. ...물론 여기엔 아스란 씨의 희생과 소이치로의 희생이 들어있어…….”

“그런데 무슨 날…….”

“너 진짜로 모르는 거야? 진짜로?”

유키노는 카미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제 손을 카미야의 볼에 가져가서 양손으로 볼을 쭈욱. 잡아당겼다.

“네 생일이잖아. 바보야!”

“아야... 아, 그러고 보니 이맘때쯤이었지.”

“너 정말 너한테 관심이 없구나.”

“그런가? 하하하... 음, 그래도 네가 이렇게 챙겨주는걸. 이것대로 좋을지도.”

“뻔뻔해.”

“...고마워.”

카미야는 유키노를 그대로 껴안았다. 따스한 그의 손의 온기가 그대로 유키노에게도 전해졌다. 유키노는 가만히 눈을 감아 그의 체온을 그대로 느꼈다.

“아!! 식기 전에 먹어야해!”

유키노는 튕겨 나오듯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응? ...아하하. 그래. 그러자. 모처럼 만들어 준건데 식으면 아쉽지. 식후에 홍차는 내가 준비해도 괜찮지?”

“그래. 부탁할게.”

 

 

 

 

“어때? 생일은?”

“유키노 네가 있어서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 즐거운 거 같아.”

홍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카미야가 대답했다. 그의 갈색 눈동자는 유키노만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유키노도 그런 그의 눈을 마주보았다. 네가 즐겁다면 다행이야.

“이제 유키노가 있으니까 내 생일은 안 잊어버릴 거 같네. 후후, 고마워. 그런데 하나 네가 줬으면 하는 게 하나 더 있는데.”

“응? 뭔데?”

“이름으로. 불러줘.”

“…….”

“시노노메는 이름으로 불러주잖아? 그러니까 나도 이름으로 불러줘.”

“음, 으음... 자, 잠시만 기다려봐.”

유키노는 팔짱을 끼며 눈을 감은 채 엄청난 고민에 빠졌다. 머리로 혼자 이름을 부르는 상상을 해봤지만 역시나 어색하고 쑥스러웠다. 하지만 안 불러준다고 하기도 뭔가 눈치보인 달까... 유키노는 이윽고 다짐을 한 듯 눈을 떴다. 그리고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카미야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유 유.... 유! ...유키히로!”

“응.”

“생일 정말로 축하해 유키히로!!”

“응.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그, 그건 나도 할 말이거든! 내 생일 엄청 기대할거라구.”

“으음, 책임이 막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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