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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뻗으면 잡아줄래?”

 

 

하나비는 그 말을 듣자마자 오열하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던 그였는데 대사를 듣고 바로 흐느끼고 있었다. 옆에 앉아 있던 야마토는 하나비에게 휴지를 내밀었다.

 

 

“뚝.”

“아이고, 류지야! 류지야, 류지야. 아악, 류지 어떡해!”

“낫치는 오빠가 메인 주인공일 때는 안 울더니 서브 주인공일 때 우네. 주인공 차별이야?”

“하지만, 하지만 류지가 안쓰러운데 우짜냐고!”

“준코 씨가 낫치더러 서브 주인공에 붙잡힌 인생이라더니.”

 

 

하나비는 계속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 보던 야마토는 눈가를 슬슬 닦아 주었다.

 

야마토가 멜로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하나비는 곧 티저를 찾아보았다. 야마토가 나오는데다 서브 주인공이라는 말에 엄청난 기대감이 밀려들었다. 하나비는 유독 드라마나 영화 같은 매체에 등장하는 서브 주인공들에게 엄청난 애정을 쏟곤 했다. 그래서 여태 야마토가 드라마나 영화 속 주연으로 등장해도 별 대단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서브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그가 이끌어가는 스토리에 흠뻑 빠져들었다. 오늘 야마토와 함께 녹화한 마지막 화를 보면서 하나비는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다 울었어?”

“하, 진짜.”

“응?”

“하, 진짜. 아야메는 눈이 없나!”

“낫치 완전 드라마에 빠졌네.”

 

 

드라마 속 메인 여자 주인공인 아야메는 카페 지점장으로 카페 직원인 네 남자 사이에 둘러싸여 사랑받는데, 야마토가 맡은 류지가 그 중 하나였다. 류지는 소위 말하는 범생이에 바리스타였다. 성격은 평소 유순하지만 본색이 존재하는 편이라 하나비가 굉장히 좋아했다. 메인 남자 주인공은 지나치게 안하무인인 태도를 보여서 싫어하는 편에 속했지만 드라마 공식 사이트 댓글을 보니 하나비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다. 아무리 멜로드라마라도 어느 정도 선이 있는데 지나칠 정도로 무례하고 거만한 남자 주인공 대사에 원성이 자자했다.

 

 

“세이메이 성격 거지같은 거.”

“워워, 진정.”

“지한테 막말이나 하고 그랬는데 그걸 좋다고 카고 앉았다. 아이고, 답답해. 류지를 확 잡았어야지.”

“흠.”

 

 

야마토는 하나비가 들려주는 드라마 후기를 들으며 그 무릎에 가만 누웠다. 그에 하나비는 흠칫하다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 놀라?”

“순간 15화가 생각나가.”

“정말 몇 번을 본 거야. 장면을 다 외웠어?”

“드라마는 적어도 세 번은 봐야제. 마지막 화 방금 봤으니까 아예 정주행 할란다.”

“오빠는?”

“엉?”

“드라마 보는 동안 오빠 안 만날 거야?”

“나 그렇게 극한 드라마 마니아 아니거든?”

 

 

과연 그러려나. 야마토는 할 말이 많지만 딱히 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가만히 무릎을 벤 채 눈을 감았다. 아무도 없는 연습실에서 재방송 분을 본 그들은 금방 자기들 세상으로 빠져들었다.

 

 

“낫치.”

“와.”

“그러고 보니, 오빠가 나오는 건 다 본 거야?”

“뭐, 그제?”

“<미션>도 봤다고 그랬나?”

“응. 그건 와?”

“그 때 나는 전혀 몰랐지?”

“엉. 그 때는 내 친구가 주연 분이 좋다고 노래를 불러가 봤었제.”

“낫치도 그 쪽 때문에 열심히 봤겠네?”

 

 

말하는 걸 듣자하니 질투가 틀림없었다. 야마토는 은근히 심술을 부릴 때가 있었는데 그게 유키와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그랬다. 하나비는 그 말을 듣고 샐쭉 웃다 야마토를 향해 고개를 내렸다.

 

 

“난 니 때문에 보게 되던데.”

“어?”

“연기 잘해가 좋더라.”

 

 

야마토는 하나비 말에 몸을 일으켜 옆에 앉아서는 다시 물었다.

 

 

“그 뒤로 내 건 다 챙겨본 거야?”

“뭐, 연기 잘하는 아는 좋으니까. 배우가 연기를 잘해야제.”

“그건 그렇지. 응. 그렇고 말고.”

“니 뭔 말이 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오빠 열심히 봐 달라고.”

“싱겁긴.”

 

 

하나비는 별 것 아니라는 듯 대꾸하면서도 열심히 저를 봐 달라고 하는 그가 귀여워 뺨을 꼬집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저를 보는 야마토를 알면서도 그는 생글생글 웃기만 하다가 입술을 여러 번 얼굴 곳곳에 눌렀다 떼었다. 입술이 완전히 떨어졌을 때는 저녁노을이 조금씩 하늘을 덮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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