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 뻗으면 잡아줄래? ”
코우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가 제게 우키타케라는 성을 준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우키타케 쥬시로, 소울 소사이어티 호정 13번대 대장. 그를 처음 본 건 코우가 사신이 된 후, 13번대에 들어간 날이었다. 그가 13번대 대장이 되기까지 쿄라쿠 슌스이와 함께 가장 오래 곁에서 지켜보았으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를 사랑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 몸이 좋지 않다는 부분만 빼면 성격이 좋고, 실력이 출중한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많았을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도 그의 곁에 남은 건 코우였다. 코우는 사신이 되었을 때, 성이 있었으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딴 성은 갖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고, 그녀의 성을 제대로 아는 건 1번대 부대장인 사사키로 쵸지로와 야마모토 겐류사이 뿐이었다. 어쨌든 사신이 되었을 때 받은 명단에 그녀의 온전한 이름이 있었을 것이었다. 추후 그들에게 부탁해 우키타케의 성을 받기 전까지 호정 13번대에 존재하는 모든 명단에 제 성을 지우길 부탁하자 그들은 이유를 알기에 부탁대로 코우라는 이름만 남겨주었고, 이후로 코우의 성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제 이름을 온전히 아는 두 사람은 성보다 이름을 불렀으니 코우에게 있어 그들이 제 이름을 안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이는 다시 말해 코우가 가장 오랜 시간 곁을 보낸 우키타케 쥬시로도 그녀의 성을 잘 모른다는 의미였다. 시간은 오래 흐르고, 결국 잊었다는 이유로 그에게 제대로 전한 적이 없었다. 쥬시로는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알 수 있듯이 그 이상 묻지 않았다. 이름으로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앞으로 평생을 성 없이 살아도 코우는 아무런 불만이 없을테고, 주변 사람들도 신경 쓰지 않았을 일이지만 시간이란, 결국 변화를 가져다주어 그들에게도 하나의 변화를 내놓았다.
‘ 우키타케 코우, 는 어떠한가. ’
평소처럼 웃는 얼굴로 말하는 탓에 코우는 아무 생각 없이 가질 수 있다면 좋겠네, 하고 답했고, 답을 들은 쥬시로는 그럼 결정되었군, 하며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코우는 그 종이를 받고 나서야 그가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종이 제일 위에는 ‘ 혼인 신고서 ’ 라고 써있었다. 무슨 결혼 이야기를 이렇게 하나 싶었지만, 그보다 먼저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의 성을 갖는 게 제게 있어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다.
‘ 싫어. ’
‘ 방금 전에는 좋다하지 않았나. ’
‘ 좋아, 당연히. 좋긴 한데, 무슨 의미인지 아니까 싫어. ’
‘ 별 다른 의미 없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건 나 또한 잘 알고 있으니 말야. ’
‘ 거짓말 하지 마, 쥬시로. ’
거짓말 하지 마. 코우는 같은 말을 내뱉었다. 두 사람이 연인이 되어 같이 시간을 보낸 게 100년은 이미 넘은 시간이라 해도 결혼을 한다거나 앞으로의 이야기는 크게 나누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우키타케 쥬시로의 몸상태가 얼마나 나쁜지 코우는 알고 있다. 정말 순수하게 결혼하자는 마음으로 말을 꺼낸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이유가 있는 게 느껴졌다. 분명 제 생각이 맞을 것이다. 우키타케 쥬시로는 자신이 죽은 이후 남게 될 코우를 위해 제 성을 권하였다. 자신은 언제까지고 살 수 없다. 그 사실은 호정 13대 대장이 된 이후로 오랫동안 가진 생각이었다. 가장 큰 확신을 갖게 된 건 쿠로사키 이치고라는 사신대행이 소울 소사이어티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한 이후부터였다. 많은 게 변할 것이다. 이미 그가 등장한 이후로 많은 게 변했다. 이변이 일어날 때, 호정 13대 인원에 큰 변화가 있었던 걸 우키타케 쥬시로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에 자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죽음을 견딜 수 있는지 고민하는 건 둘째치고, 제 연인이자 저를 믿고 곁에 있는 코우를 내버려둘 수 없었다. 제 건강 때문에 쥬시로는 나이를 꽤 먹었어도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제 삶을 호정에 바칠 거란 생각과 쿄라쿠처럼 많은 여성을 만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코우만을 바라볼 것이란 사실도 스스로가 가장 잘 아는 사실이었다. 결혼은 하지 않을 테지만, 그녀와 생을 보내고 싶다. 그녀가 스스로의 성을 싫어하는 걸 알고 있으니 결혼식은 올리지 않아도 같은 성을 갖는 일로 대신하고 싶었다. 이는 쥬시로의 욕심이었다. 죽고 나서도 제 성을 갖고 있다면 우리가 혼인을 했다는 사실은 남을테니까. 하지만 코우는 생각이 달랐다. 우키타케, 라는 성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 네가 죽으면 나도 죽어, 쥬시로. ’
‘ …그런 말 말아주게. ’
‘ 그럼 너는 왜 내게 네 죽음을 대비하란 거야? ’
우키타케 쥬시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제 욕심이 맞다. 그 사실을 피할 생각이 없다. 그리고 그만큼, 제가 욕심을 부린만큼 그녀가 제 부탁을 들어줄 게 분명했다. 자신이 그녀의 부탁을 거절한 적이 없는 것처럼 그와 반대로 그녀가 제 부탁을 거절하는 일은 없다.
‘ 난, 싫어… 네가 없는데 내가 그 성을 가져봤자… ’
‘ 코우, 난 네가 나와 부부로 남고 싶다. 정말 안되겠나? ’
‘ … … ’
코우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연인이 스스로의 죽음을 예감해 그 사실을 제게 알려주는데,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어찌 그럴 수 있는가. 하지만 그가 어떤 마음으로 권했는지 아는데, 계속 거절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 넌… 매번 나를 슬프게 해. ’
‘ 미안하네, 난 너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
*
우키타케 코우는 우키타케 쥬시로를 바라본다. 내민 손은 거두지 않았다. 그가 제 손을 잡을 때까지 기다릴 모양이었다. 그의 대답은 정해져있다. 코우는 이를 알고 있다. 그가 자신을 거절할 리가 없다. 우키타케 코우는 기껏 해야 우키타케 쥬시로의 어깨까지 오는 키였기 때문에 그녀의 손은 자연스럽게 올라간 상태였다. 갑자기 단 둘이서 산책을 하자 권하더니 이제 손을 잡아달라 제게 내민다. 그녀에게서 툭 튀어나오는 집착은 쥬시로에게 있어 곤란한 일이었지만, 거절할 이유가 되지 못했다. 이는 모두에게 상냥한 우키타케 쥬시로가 아니라 우키타케 코우의 남편 우키타케 쥬시로였기 때문이었다.
“ 그야 물론이다. 네 손을 내가 그저 지나갈 리가 없지 않는가. ”
“ 다른 사람 손도 그렇게 덥석 잡을 거야? ”
“ 그건… 조심해보겠네. ”
“ 말만 잘 하지… ”
우키타케 쥬시로는 우키타케 코우가 내민 손을 잡는다. 네가 뻗는 손이라면, 어디서든, 언제라도 자신이 잡아줄 것이다. 죽음이 다가오는 나날들마다 그녀와 보내는 시간은 그 어느 순간들보다 소중하다. 우키타케 쥬시로는 우키타케 코우가 자신을 떠날 수 있지만, 자신이 먼저 보내지 않게 그녀에게 13번대 7석을 권하였다. 그가 죽더라도 그녀에게 어떤 부담도 가지 않도록, 그와 마찬가지로 그녀가 죽어도 자신에게 큰 타격이 없도록 내린 결정이었다. 시바 카이엔이 죽어 대장을 놓지 못했던 순간처럼 자신도 그녀도 짐을 지지 않길 바란 건 우키타케 쥬시로의 마지막 욕심이었다. 우키타케 쥬시로는 잡은 손을 이끌어 제 입에 맞추었다.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저는 이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 오늘도 사랑하네, 코우. ”
*
쿄라쿠는 무덤 앞에서 이름을 바라본다. 결국 끝을 보고만 전투에 호정 13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키타케 쥬시로가 예상한대로 그 변화에 자신도 속해 있었다. 예상한 결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죽었고, 단지 그의 곁에 무덤 하나가 더 있을 뿐이었다.
“ 다음에 또 오마, 우키타케. ”
우키타케 쥬시로 곁에 있는 또다른 무덤에 우키타케 코우라는 이름이 써있었다. 뻗은 손은 그 누구도 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