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체콥과 드림주는 동료 관계며 체콥이 드림주를 좋아한다는 설정입니다.
손 뻗으면 잡아줄래?
체콥은 저와 다르게 파란 셔츠를 입은 그를 떠올렸다. 저와 비슷한 나이에 동생이 함께하기로 했다며 친하게 지내 달라고. 만약 동생이 먼저 손을 뻗으면 잡아주지 않겠냐고. 걱정하는 누나와 다르게 그의 동생은 따르게 엔터프라이즈호에 적응하고 잘 지냈다. 첫 비행이라 긴장을 조금 하긴 했었지만 조용한 성격의 동생과는 제법 마음이 맞아 친구가 되었고 가끔 둘이서, 더 가끔은 그와 셋이서 술을 마시곤 했다.
비행을 하다 보면 많은 일을 겪는다. 안에서는 밖에서든 좋은 일도 있는가 하면 좋지 않게 끝나는 일도 있었다. 친구의 경우엔 좋지 않게 끝이 났다. 우주선이 부서지면서 저보다 다른 동료를 살리기 위해 움직였고 결국 우주선 밖으로 밀려나 어딘가로 사라지게 되었다. 찾기엔 이미 늦었고 그가 남긴 물건만이 그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창밖, 까만 우주를 바라보면 많은 생각이 드는데 그러다 친구를 떠올리곤 한다. 함께 있던 시간이 길진 않았지만 좋은 사람이었고 친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었다. 부탁을 받았지만, 그 부탁을 하지 않아도 되었어도 친해졌을 거라고. 떠올리면 괜히 마음만 좋지 않아 방 밖으로 나와 걸음을 옮겼다. 실내를 돌아다닌다면 마음이 조금은 편할까 싶어서.
아마 그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휴게실 창밖을 보던 그가 빨개진 눈으로 저를 맞이한다. 그렇게 아끼고 사랑했던 동생을 떠나보냈으니. 눈이 마주치자 그가 먼저 시선을 피해 다시 창밖을 본다.
“미안해.”
“전 괜찮다니까요.”
동생이 죽고 그는 제일 먼저 체콥을 찾아가 사과부터 했다. 챙겨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마음이라도 덜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그런 것 같았다. 체콥은 괜찮다고 했다. 그 후로 저를 대하는 걸 보며 괜찮은가 했지만 이렇게 동생을 떠올리면 본인과 마주치면 사과를 해왔다. 자신의 탓도 아닌데. 부탁을 해도 마음이 맞지 않으면 친해지지 않았을 거다. 그렇게까지 붙잡고 말할 사람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사과를 하는 걸까.
휴게실에 조명이 잠깐 꺼졌다. 체콥은 조명이 꺼지기 전, 다시 울먹이던 눈을 떠올려 그의 얼굴 쪽으로 손을 뻗어 눈가를 엄지로 쓰다듬었다. 엄지 끝에 묻은 물기에 입술을 깨물었다. 미안함이 아닌, 그저 저를 좋아해 주는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봐줬으면 좋을 텐데.
“고마워요. 좋은 친구를 소개해줘서.”
“나야말로 내 동생과 잘 지내줘서”
손을 살짝 내려 어깨를 잡아당겼다. 제 쪽으로 딸려오는 몸을 체콥은 그대로 안았다. 놀랐는지 어깨가 크게 들썩였지만, 그는 크게 우는 소리를 낸다. 꺼졌던 조명이 켜짐에도 울음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열리는 문으로 들어오던 다른 대원이 놀라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 했지만 울고 있는 그와 체콥의 눈이 빨간 걸 알아차리고 말없이 뒷걸음질을 치며 밖으로 나간다.
“진정됐어요?”
“응. 고마워.”
그가 쥐고 있던 술잔 안에든 얼음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맑게 울렸다. 아껴 먹으려 숨겨놓은 술을 마셔서라도 진정이 된다면 상관없었다. 한잔 마신 뒤로 가만히 쥔 체 술 위로 둥둥 떠다니는 얼음만을 빤히 쳐다본다. 가끔 셋이서 마신 적은 있지만 둘이서 마신 건 처음이다. 허전한 마음에 술잔을 입에 가져가려다 도로 내려놓는다.
체콥은 반 정도 마시고 더 마시면 안될 것 같아 일단 술병부터 다른 곳에 숨겨놓았다. 친구를 잃은 슬픔이 동생을 잃은 슬픔보다 약하진 않겠지만 강하지도 않을 거다. 입술이 다시 떨려오는 걸 보니 분명 제 동생을 떠올린 게 분명했다. 술을 마시면 괜찮을까 했지만, 본인이 술 자체를 마시질 않으니까.
어떻게 해야 할까. 그가 좋아하는 남자가 자신이었다면 그를 달랠 수 있을까? 동생의 친구인 저를 동생처럼 생각하는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 게 조금은… 많이 슬펐다. 다른 방법으로 그를 대할 수 밖에 없는 게. 체콥은 술잔을 쥔 그의 손 바로 옆에 손바닥을 보이게 내밀었다.
“내가 지금 손 뻗으면 잡아줄래요?”
“응.”
체콥의 대답에 웃으며 손을 얹자 체콥이 꽉 쥐어 잡았다. 늘 신선한 온도를 유지하는 실내에서 따듯한 온기가 손에 닿자 그 역시 제 동생을 떠올리며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