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뻗으면 잡아줄래?”
감히 말하건대, 마예홍은 농담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저 한 마디는 그가 심사숙고한 끝에 꺼낸 회심의 한 마디였고, 그 나름대로 ‘멋있겠지’라는 확신이 들어 내뱉은 말이었단 말이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돌아온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어??”
“아니…, 그렇게 놀랄 것 까진 없다고 생각하는데. 낙천.”
“어어, 너무 뜬금없어서 나도 모르게 그만.”
전혀 두근거리지 않았단 말인가. 하나도 부끄럽지 않단 말인가! 마예홍은 얼떨떨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낙천도인을 보며 이마를 짚었다.
그래. 생각해 보면 낙천도인은 늘 이런 사람이었지. 본인은 스스로를 로맨틱하다고 여기고 있는지 몰라도, 그가 본 낙천도인은 언제나 생존에만 필사적이라 그 외에 생존에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이래저래 놓치고 사는 박복한 도사였다.
‘이런, 이런. 아무리 죽다 살아났다고 해도 전혀 먹히지 않을 줄은.’
마예홍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흙먼지가 묻은 소매를 털었다. 오늘은 다행스럽게도 상처 없이 끝났지만, 역시 ‘그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어쩌다 제가 점찍은 여인은 봉신세계에서도 손꼽는 강자의 눈에 든 걸까. 물론, 자신조차도 낙천도인을 눈독들이고 있으니 이렇게 불평하는 게 적반하장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도와줘서 고마워. 매번 통천교주 님 에게 신세를 지네.”
“그거, 스승님에게 고마운 거야 나에게 고마운 거야?”
“둘 다지. 물론.”
낙천도인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지만, 마예홍은 그 대답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 분명 그가 위험할 때 마다 이변을 눈치 채고 제자들을 보내 구해주는 건 제 스승, 통천교주가 맞다. 하지만 10번 중 8번 정도는 제가 오는데, 이 점에 대해서 정말 이상하게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단 말인가!
이쯤 되면 둔한건지 일부러 저러는 건지 모르겠다. 하늘만 보며 한숨을 푹 내쉬던 그는 결국 진실을 상대에게 직접 말하기로 결정했다.
“저기, 낙천. 이상하게 생각 해 본적 없어?”
“뭘?”
신공표의 공격으로 엉망이 된 머리를 정리하는 낙천도인이 악의라곤 없는 얼굴로 대답한다.
저 표정을 보니 일부러 모른 척 한 건 아닌 것 같지만, 고의가 아니라고 하니 오히려 맥이 빠진다. 저 혼자 열심히 열을 낸 거 같아 민망해진 마예홍은 머리를 긁적이고 시선을 돌렸다.
“매번, 까지는 아니라도…. 대부분 구하러 오는 게 나인 거.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 아냐? 절교에는 뛰어난 도사가 많고, 스승님이 부탁하면 명을 수행할 선도는 한가득 있는데 굳이 매번 내가 오는 게 조금은 이상할 법도 하잖아?”
마예홍의 말에 낙천도인은 잠깐 생각에 잠기는 가 싶더니, 이내 무엇이 문제냐는 듯 당연한 얼굴로 답해왔다.
“네가 나 보고 싶어서 오는 거 아니었어?”
“…어?”
“아니야? 아니면 말고. 나야 다른 사람이 와서 구해줘도 상관없지만, 네가 오는 편이 마음 편하지만.”
피식 웃으며 답한 낙천도인은 머리장식을 바로 꽂고, 마예홍의 손을 잡았다. 긴 시간 수련해서 단련된 손은 여기저기 굳은살이 생겨 부드럽다곤 할 수 없었지만, 마예홍은 그 손이 주는 온기가 너무나도 부드러워 상대의 손이 거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뭐어, 매번 오는 게 귀찮으면 너희 사저나 사매에게 떠넘기고 와도 돼. 그 외에도 사람은 잔뜩 있을 테고.”
“…아니. 절대로 내가 올게. 응. 다음에는 꼭 손잡고 도망가자. 사랑해, 미인 씨.”
“알겠으니까 진정해. 예홍,”
제 속도 모르고 낙천도인은 아름답게도 웃는다. 그 아름다운 미소에 오늘의 노고도 다 잊어버린 마예홍은 낙천도인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흐뭇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