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6.png

 

손 뻗으면 잡아줄래?

 

 

겨우 내뱉은 말에는 슬픔이 사려있었다. 제 앞의 그를 보고 있을 분홍빛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았다. 정말로 누군가 잡아 주지 않으면 무너져 내릴 거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과연 그 누가 무시를 할 수 있을까.

 

 

“걱정 마. 난 늘 네 옆에 있어.”

 

 

벤치에 앉은 채로 문뜩 올려다본 밤하늘엔 별이 많았다. 달이 밝았다. 그런 밤하늘을 보고 있으니 카미야는 생각했다. 나도 그에게 있어서 저런 별 같은, 달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 걸까? 밤하늘을 밝게 빛나게 해주는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넌, 항상 날 생각 해주는 구나.”

 

 

그의 마음의 소리가 들린 것은 아니었을 테지만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카미야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리곤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예전부터 유키노 너한테 쭉 말해왔다고 생각하는데... 널 좋아하니까.”

“...항상 궁금해서 왜 나 같은 걸 좋아하는 거야? 늘 상처만 줬는데!”

“하지만, 난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는걸. 그리고 이런 건 말로 설명 할 수가없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그렇게 시키는 거니까. 사람은 참 신기하지?”

“그런 식으로 웃으면서 얼버무리지 마…….”

 

 

유키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얼굴이 조금 빨개져 있는 것 같았다. 카미야는 제 옆에 앉아있는 그런 그녀를 말없이 안아주었다. 사람의 체온 은 정말로 따스했다. 마음이 편해지는 온도라는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가 있었다.

 

 

“하지만 귀찮지 않아? 봐! 나 늘 칭얼거리기만 하고…….”

“하하하, 괜찮다고 말하는 건 정말 너의 모든 행동이 괜찮다는 말이야. 그리고 이렇게 의지해주는 거 기분이 은근 좋거든. 귀엽기도 하고...?”

“어,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게나 할 수 있어?!”

 

 

아까의 진지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유키노 본인의 마음이 조금은 여유로워졌기 때문일까? 다소 농담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얼굴은 여전히 눈물이 맺혀있었지만, 슬퍼보이진 않았다.

 

 

“이제 좀 괜찮아졌어? 그건 그렇고 네가 이렇게 의지해주니까 정말 좋네. 늘 혼자서 앓았으면서.”

“그야... 그야,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잖아! 항상 사람 좋은 소리만하니까! 아, 몰라! 이제 귀찮다고 해도 매일 칭얼거리고, 화풀이하고 다 할 거야!”

“물론 언제든 환영이야.”

 

 

이번에는 유키노가 그에게 안겼다. 심장 소리가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 심장소리는 어쩐지 마음이 편해져 금방이라도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너무 피곤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그에게 잔뜩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거겠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자. 밖에 너무 있으면 감기 걸려.”

“아, 응. 그런데 너 집까지 잘 돌아갈 수 있어?”

“뭐, 어떻게든 되겠..지?”

“안될 거 같은데……. 음.. 그냥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고가.”

“어, 으응?”

“....아니, 아니!!! 이상한 뜻으로 한 거 아니야...! 그러니까 너희 집까지 거리도 꽤 되고 밤도 늦었고…….”

“하하, 걱정 마 무슨 뜻으로 한 말이 알 고 있으니까.”

 

 

유키노는 괜히 얼굴이 달아올라 주먹을 쥐고는 그를 때렸다. 물론 아프진 않았다. 한참을 씩씩거리다 유키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가자.”

 

 

유키노는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카미야는 그가 내민 손을 잡아주었다.

 

 

“그래도, 이대로는 뭔가 아쉽지 않아?”

“....빠, 빨리 걷기나해.”

 

 

밤하늘의 별빛은, 달빛은 오늘따라 더욱 밝게 빛나고 있는 것만 같았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