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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 스타즈!

타카미네 미도리 × 아사쿠라 피요코

   어, 그러니까… 안녕하세요, 엄마. 저 타카미네 미도리입니다.

 

   갑작스레 편지로 이야기하려니 조금 쑥스럽네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조금이 아니라 많이지만요. 어차피 맨날 집에서 보는 사이인데 왜 새삼스럽게 편지를 쓰냐고 물으신다면, 어머니의 날이라고 학교에서 강제로 편지를 쓰게 해서 말이죠.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날은 날이니까요. 엄마께는 처음 쓰는 편지이니만큼, 열심히 써보기로 했습니다.

   음, 일단은… 제가 매번 집에서 뒹굴뒹굴하기만 해서 죄송합니다. 아, 생각해보니까 이것도 거의 옛날이야기네요. 요즘은 집보다는 밖에 나가있는 경우가 더 많지요? 사실 부끄러워서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저, 여자친구가 생겼습니다. 형과 아빠는 이미 이 사실을 알고 계시지만요? 엄마는 여자니까, 부끄러워서 이야기하기를 많이 망설였네요. 그래도 조금 늦었지만 이렇게 편지로라도 전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아무튼, 지금부터는 제 여자친구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어차피 딱히 할 이야기도 없고 하니까요. 나중에 이 편지를 받으셨을 때에 야단치진 않으시겠죠? 설마.

 

   아, 잡소리는 여기서 끝내고 계속 이야기하겠습니다.

 

   우선, 제 여자친구는 저보다 한 살이 더 많습니다. 같은 유닛의 프로듀서 선배이죠. 하지만 만난 것은 그보다 조금 더 이전이었습니다. 제가 1학년이었을 적 학기 초 때, 기억하세요? 엄마가 '오늘은 반드시 비가 올 거다. 엄마를 믿어보라'며 제 가방 안에 우산을 넣어주셨죠. 그런데 제 가방에는 이미 우산이 하나 더 있었어요. 말씀 안 드렸으니까… 모르셨겠죠.

 

   그래서 얼떨결에 우산을 두 개나 가져가버린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방과 후엔 엄마가 말씀하셨던 대로 비가 잔뜩 쏟아졌어요. 부 활동과 이런저런 뒤처리 때문에 학교를 조금 늦게 나서게 되었는데, 학교 현관 앞에 우산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웬 여자 선배가 있더군요. 네, 그 선배가 바로… 네, 엄마가 예상하시는 대로.

 

   마침 우산도 두 개겠다, 곤란해하는 사람을 돕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우산을 하나 내밀었어요. 그러고는 왠지 부끄러워져서 뒤도 안 보고 쏜살같이 우산 펴고 뛰어가버렸죠.

 

   그런데, 모리사와 선배를 통해서… 아, 모리사와 선배는 누구인지 알고 계시죠? 매일같이 우리 집에 들락날락하는 그, 시끄러운 선배 말입니다. 이미 엄마랑 아빠랑은 친해질 대로 친해져버려서, 솔직히 말하면 좀…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튼, 모리사와 선배를 통해서 '유성대'에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모두와 모여 인사를 하게 된 날… 그 여자 선배를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아사쿠라 피요코…라고 밝게 웃으며 자신을 소개하더군요.

 

   운명…이라고 해야 하나? 솔직히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왠지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요 선배와 말도 트게 되고, 성으로 부르던 것을 이름으로 부르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피요 선배는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신기한 사람이었습니다. 엄마보다 더욱더 엄마 같은 모습으로 저를 대해주시곤 하셨거든요. 칭찬의 의미로 엉덩이를 토닥여주는 건 기본이고… 키 차이가 꽤 나는 편이었지만, 애써 발꿈치를 들어 쓰담쓰담도 해주시더군요. 엄마는 제가 중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잘 안 해주셨잖아요?

 

   뭐, 아무튼… 이 사람은 정말로 나를 어린애처럼, 아들처럼 보고 있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유성대의 첫 공연 '슈퍼노바'가 있고 난 후, 선배의 저를 보는 눈이 왠지 달라진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주변에서도 저희 두 사람을 보며 자주 속닥거리기도 했고, 다른 아는 선배들에게는… 눈치가 없다며 구박받기도 했지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별로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왜냐하면 귀찮았으니까요.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일이 터진 겁니다. 피요 선배가 제게 고백을 해온 거예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 감정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 선배와 일주일 동안 만나보았더니… 제대로 알 것 같더군요. 이것 또한 그리 쉽게 알아차린 것은 아니었지만요.

 

   그래도… 선배의 예쁜 미소를 보고 있자니, 제 마음이 굉장히 따뜻해지는 느낌이어서… 이게 무슨 감정인가 했더니, 확실히 좋아하는 것이 맞았습니다. 지금까지 느껴왔던 감정들과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어요.

 

 

   아무튼 그날 이후로 저와 선배는 제대로… 사,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아빠와 형은 이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좋아하시더군요. 미도리도 다 컸구나, 하면서. 그러니까, 엄마도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조만간 피요 선배를 정식으로 집에 데리고 와 소개해드릴 참입니다. 그러니까… 음… 기다려주세요.

 

   피요 선배는, 굉장히 착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제게 늘 웃어주시고, 좋아한다고 표현해주시고… 그 모습이 참 좋습니다. 반면에 저는 크게 표현을 하지 못해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부끄러우니까요. 엄마는 여자니까, 이런 저보다 훨씬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여자친구를… 마, 만족시켜줄 수 있을까요…? 이 편지, 보게 되신다면… 진지한 면담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저, 이만 줄이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피요 선배를 집으로 데리고 왔을 때 하기로 해요.

 

   있죠, 엄마. 저는 지금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지금까지의 삶이 완전히 무용지물이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말이에요. 왜 진작에 몰랐을까요, 이런 행복을. 진작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사람은 사랑을 해야 행복해지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피요 선배는, 늘 우울하게만 살던 제게 큰 구원이 되어준 사람이에요. 피요 선배가 사라진다면, 다시금 우울해서 죽고 싶어질지도 모르죠. 그만큼 저는 지금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아, 또 잡소리가 많았네요. 진짜로 이만 줄이겠습니다.

 

20XX년 XX월 XX일. 타카미네 미도리 올림.

 

P.S. 정말로 애인 자랑밖에 한 것이 없네요. 음… 진짜로 야단치시지는 않으실 거죠?

by. @MidoPiyo_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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