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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

우츠키 아야×야치 히토카

어, 야치 상이랑 어떤 사이냐고? 음, 이거 말해도 되려나? 사귀고 있어. 언제부터 사귀었냐고? 음, 여름이었으니까 한 삼 개월 됐을 거야. 처음 만나기 시작한 날, 해가 진짜 엄청 쨍쨍했거든. 날이 많이 더웠어. 야치 상이랑 같이 하교를 하는데 야치 상 얼굴이 새빨개진 거야. 많이 덥냐고 물어보니까 엄청 놀라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게 아직도 생생해. 아, 나중에 가서 첫 만남에 대해서 얘기하니까 그때 내가 말을 걸어서 너무 놀라고 같이 걸어가는 게 너무 설렜대.

 

 

아, 이렇게 남한테 얘기한 게 처음이라서 많이 창피하고 또 쑥스럽네. 얼굴 많이 빨개졌어? 아아, 너무 창피해. 아니, 야치 상이랑 사귀는 게 창피한 게 아니라. 뭔가, 비밀로 간직하던 걸 이렇게 말하니까 너무 부끄러워.

사귀게 된 거 얘기해 달라고? 나 얼굴 빨개졌다고 놀리면 안 돼, 알았지?

 

 

처음엔 그냥, 카라스노 배구부 근처에 기웃기웃 거렸어. 진짜 예쁜 3학년 선배가 배구부 매니저라는 소리를 들었거든. 그냥 구경 삼아 간 건데, 야치 상이 뒤에서 나를 톡톡 치는 거야. 돌아봤더니 나를 보며 웃고 있었어. 아무 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놀랐어. 진짜, 진짜 놀라서 그냥 도망가 버렸던 것 같아. 그 이후에도 한 두세 번 정도 같은 일이 있었을걸. 뒤에서 톡톡 치고, 나는 도망가고. 왜 자꾸 도망갔냐고? 놀랐다니까, 엄청나게. 뭐, 그러면서 나는 야치 상 얼굴을 익혔어. 왜 여기 있냐고, 배구부 관계자 아니면 그만 좀 오라고 뭐라 할 법도 한데, 매번 웃으면서 말을 거니까. 이 애 참 착하구나, 싶었지.

그다음 만남은 아마 야치 상이 수돗가에 가서 물병을 씻고 있었을 때 일 거야. 어느 정도 아는 애다, 싶어서 나도 몰래 가서 살짝, 진짜 살짝 볼을 콕 했던 것 같아. 왜 그랬냐고? 음... 글쎄, 친해지고 싶었던 것 같아. 매번 도망갔던 게 미안하기도 했고. 근데 그게 무색하게도 야치 상, 너무 놀라서 얼굴도 새빨개지고 기절하려고 하더라. 뭐, 거기서 어떻게 할 방도가 없어서 그냥 웃고 인사하고 갔어. 그렇게 놀랄 건 없지 않나, 싶다가도 내가 보였던 반응을 생각하면 그것도 아니고.

그날이 야치 상과 나와의 사이의 터닝포인트였던 것 같아. 그 다음날, 야치 상이 날 불렀거든. 카라스노에서 제일 큰 느티나무 밑으로 와 달라고. 작은 편지를 주더라. 야치 상, 자기는 몰랐겠지만 그때 엄청 귀여웠어. 입술 꼬옥 깨물고 덜덜 떠는 게 티가 날 정도였거든. 얼굴은 터질 것처럼 새빨갛고. 근데 뭐, 나도 다를 게 없는 게, 야치 상이 좋아한다고 말하자마자 얼굴에 피가 몰리더라.

 

 

집에 가서 편지를 읽었어. 내용도 횡설수설하고, 예쁘게 꾸미긴 했지만 글씨가 미세하게 떨려 있어서 웃음이 나오더라. 근데 맨 마지막 줄에, '정말 좋아해, 미안해.'라고 쓴 그 한 문장만큼은 꾹꾹 눌러 썼더라. 이 애, 진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학교 끝나자마자 야치 상을 찾아갔어. 머리 색이 튀니까, 찾기 쉽더라. 심호흡하고 들어가서 편지에 대한 답을 했지. 뭐라고 했냐고? 긍정적인 답이었으니까 사귀고 있지요.

 

 


집 방향이 같아서 그 이후론 하교도 같이 하고, 점심시간에는 그날 만났던 느티나무 밑에서 같이 점심을 먹어. 아, 주말마다 만나서 데이트도 해. 첫 데이트 때 영화관 갔던 얘기 해줄까?

 

 

야치 상, 엄청 귀여운 옷 입고 왔었다? 진짜야, 귀엽고 예쁜 원피스 입고 왔었어. 꽃의 요정 같더라. 얼굴 빨개졌다고? 몰라, 이젠.

 

 

그날 봤던 영화, 공포영화였던 기억이 나. 솔직히,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야. 헤헤, 그래도 사귀는 사이니까. 그땐 손도 안 잡았었을걸. 영화가 시작되고, 불이 꺼지면서 같이 팝콘을 먹기 시작했어. 커플 콤보 시켜서 한 통으로 둘이 나눠먹었을걸. 야치 상 한 번, 나 한번, 하면서 서로 눈치 보면서 먹다가 내가 손을 뻗는데 야치 상 손이랑 딱 마주쳤어.

 

 

처음 스킨십 한 거라서, 심장 엄청 두근두근 뛰고, 공포영화고 뭐고 아무것도 눈에 안 들어왔어. 영화관이 어두워서 다행이지, 얼굴도 엄청 빨개졌을 거야. 지금이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기분이 너무 묘해서, 팔걸이 끝에 있던 야치 상 손, 슬쩍 잡았어. 손 정말 부드럽고, 너무 따뜻했었어. 그렇게 영화 러닝타임 두 시간 동안 손잡고 봤던 기억이 나. 그리고 영화 보고 나오는 길에 야치 상 얼굴을 보니까 나처럼 새빨개졌더라. 눈 마주치고 둘 다 푸스스 웃고. 그날 길 걷는 내내 손잡고 있었

 

 

어. 진짜, 진짜 좋았어.

 

 

창피하다고 다 말해놓고 신나서 이 얘기 저 얘기 다 해버렸네. 이제 교무실 가 봐야 한다고? 잠깐, 오늘 한 얘기, 야치 상한테는 비밀이야. 암만 다 얘기했다고 하더라도 본인 앞에선 부끄러우니까. 아, 야치 상! 언제 왔었어. 왔으면 얘기해 주지. 바로 나갔을 텐데. 빨리 신발 갈아 신고 올게, 잠시만 기다려!

by. @lovelyS2lovely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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