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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퍼즈

클리브 스테플(클리브X잭) X 리렌 아일라

* 연예인 AU로, 약간의 오프 더 레코드 느낌이 있습니다.

* 중간에 잡지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

 

1.

 

“수고하셨습니다. 촬영 감사했습니다.”

 

피곤함이 살짝 묻어나오는 몸이어도, 리렌은 촬영장의 모든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그녀는 꽤 이름이 있는 아이돌이었다.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알 정도는 아니지만, 그녀의 나이 또래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인기를 가지고 있는 정도. 딱 그 정도였다. 촬영장의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다 하고 나서야, 리렌은 대기실의 소파에 몸을 눕힐 수 있었다.

 

“이거, 이거. 마지막으로 인터뷰가 남았는데 이렇게 쓰러지면 곤란한데요?”

“누가 쓰러졌다고 그래요…. 인터뷰할 힘은 남아있어요.”

“얼굴에 ‘나 피곤해요.’ 라고 다 쓰여 있는데요? 흐음…. 제 사랑이 가득 담긴 애정표현을 잔뜩 받으면, 리렌이 제대로 힘낼 수 있을까요?”

“시, 시끄러워요….”

 

시끄럽다며 얼굴을 붉히는 리렌에게 클리브는 농담이라며 대꾸했다. 클리브는 리렌의 옆에 주저앉아,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서 말끔하게 접힌 종이를 꺼냈다. 인터뷰 예상 질문이에요. 대답, 미리 생각해두는 게 좋을 텐데. 클리브의 말에 리렌은 접힌 종이에 있는 질문 내용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질문 맞아요? 클리브가 장난치는 건 아니죠?”

“의심이 많은 아가씨네. 저는 일과 연관된 것에는 장난치지 않는다고요.”

“뭐, 그야 그렇기는 하지만. 질문들이 너무 부끄러운데….”

“전 좋은데요? 어디서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해보겠어요.”

 

클리브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어렵고 부끄럽다는 말을 반복하는 리렌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팔을 두르고는, 능청스러운 웃음을 뱉어냈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투덜거리는 듯한 리렌의 질문에 클리브는 리렌의 손에 들려있는 종이를 다시 자신에게 가져가며 대답했다.

 

“이 질문을 알려주지 않았으면, 인터뷰 현장에서 당황하는 귀여운 리렌을 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아-, 제 생각이 너무 짧았어요. 아쉬워라….”

“…됐어요. 얼른 인터뷰하러 가봐야 하지 않겠어요?”

“앗차차,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요? 어라. 같이 가요!”

 

소파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인터뷰 현장으로 걸어가는 리렌을 클리브가 뒤쫓았다.

 

 

 

2.

 

“반갑습니다. 오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그랑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네. 리렌 아일라라고 합니다.”

“네-. 클리브 스테플입니다. 이번 인터뷰 주제가 꽤 흥미롭던데, 오랜만에 재밌는 인터뷰가 될 것 같네요.”

“준비가 다 됐다면, 인터뷰를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그랑의 질문에 클리브와 리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클리브와 리렌의 앞에 앉은 말끔한 정장 차림의 여성은 수첩을 펴고, 인터뷰의 시작을 알리는 질문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3.

 

Q. 연예계에서 꽤 유명한 연인으로 알려졌는데, 둘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연애감정을 가지기 시작했나요? 사귄 시점은 정확히 언제부터인가요?

 

A. 리렌: 본격적으로 가지기 시작한 때라….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사귀기 시작한 때는 제가 후속곡의 뮤직비디오를 찍었을 때? 그때인 것 같아요.

클리브: 저도 본격적으로 연애감정을 가진 때는 흐릿하네요. 리렌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 때는 후속곡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좀 지나서 사귀게 됐어요. 사실 그 이전부터 열심히 좋다는 표현을 했지만요. (웃음)

 

 

 

Q. 그래도 연인인데, 서로 싸웠던 적이 있을 것 같아요. 혹시나 싸웠던 적이 있나요?

 

A. 클리브: 싸웠다는 말보다는….

리렌: 일방적으로 클리브가 화냈던 적은 한번 있어요. 그때 좀 무서웠는데.

클리브: 언제였더라?

리렌: 후속곡 활동 전. 그러니까 타이틀곡으로 활동을 했을 때, 과로로 쓰러진 적이 한 번 있어요. 병원에 며칠 간 입원해있었는데, 병문안 온 클리브가 연락이 안 되길래 걱정했는데 입원했었느냐면서…. 뭐, 화내고 좀 잔소리했었죠. 말하고 보니 싸운 건 아니네요. (웃음)

클리브: 그건 잘못한 게 맞잖아요. 몸 생각 안 하고 활동한 건 혼나야 하는 게 맞으니까.

리렌: 저보다 저를 더 생각한다니까요. 그래서 몸 관리는 철저하게 하고 있어요.

 

 

 

Q. 이거 보는 앞에서 염장을 하시면…. 서로가 생각하는 서로의 장점이 있나요?

 

A. 클리브: 이거 다 말하라면, 30분도 넘게 걸릴 텐데요…. 농담이에요. (웃음) 뭐라고 해야 할까. 되게 여러 면에서 귀여워요. 본인은 안 귀엽다고 하는데, 그 모습마저 너무 귀엽거든요. 또, 자기 일 딱딱 잘하는 점? 그건 되게 예뻐요. 성격도 까다로운 느낌이 있기는 한데, 매력있는 느낌? 흔히들 말하는 ‘츤데레’ 라고 하나요? 아, 이거. 말할 게 너무 많아서 문제네요.

리렌: 이제 그만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옆에서 그런 말 듣는 거, 충분히 부끄러우니까….

클리브: 아직 덜 끝났는데요? 뭐, 남은 건 이따 가면서 말해주면 되니까, 상관없겠죠.

리렌: 저런다니까요…. (한숨) 아, 그런데 저도 클리브 장점이라면 말할 게 많네요. 뭐, 아까도 말했듯이 저를 되게 잘 챙겨줘요. 다정한 면이 많아서 좋아요. 그리고 연기할 때? 자기가 맡은 역할에 깊게 몰입하고, 연기하는 모습이 멋있죠. 좀 부끄러운 멘트일지도 모르는데…. 아, 진짜 내 남자친구 멋있구나. (웃음) 이라는 생각이 가끔 들 정도로요. 그리고 밝은 성격이랑 말투도 좋아요. 재치 있다고 표현해야 정확할 것 같아요. 제 눈에는…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말하고 보니 좀 부끄럽네요.

클리브: 나를 이렇게 좋아하고 있었으면서 표현은 왜 잘 해주지 않는 거에요?

리렌: 어, 얼른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요!

 

 

 

Q.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겠죠? 서로가 생각하는 서로의 단점이 있나요?

 

A. 클리브: 이건 딱 하나 있어요. 자기 몸 너무 안 챙기는 거. 과로로 쓰러진 그 일. 그 일 때문에 제가 걱정을 놓을 수 있어야죠. 다른 건 괜찮아요. 그냥 본인 몸이나 좀 챙기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리렌: 말이 많은…거? 정확히는 잔소리할 때 말이 너무 많아요. 나도 알고 있는데.

클리브: 걱정이 안 놓여서 그런다니까요. 다 리렌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에요.

리렌: 과보호에요, 과보호.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클리브: 저한테는 어린애 같은데요, 뭘.

 

 

 

Q. 연예인 커플이다보니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적은 편일 것 같습니다. 혹시 둘만의 시간이 생긴다면, 뭘 하고 싶으신가요?

A. 리렌: 일단 둘이 쉬면서, 데이트하고 싶어요. 여행도 가보고 싶어요. 외국도 좋고, 국내도 좋아요. 사실 평범한 연인들처럼 길거리도 걷고 싶고, 영화도 보러 가고, 음식도 먹고 싶어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막상 모두 하기 힘든 것들뿐이네요. 조금 아쉬워요. (머쓱한 웃음)

클리브: 저도 비슷해요. 그냥 영화보고, 길거리 데이트도 해보고. 홈 데이트도 해보고 싶어요. 보고 싶은 영화가 많거든요. 좋아하는 음식 잔뜩 가져다 놓고요. 뭐, 저는 리렌이랑 같이 있는 시간만 난다면 뭐라도 좋아요. 둘이 뭘 한다는 것보다는 같이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요. …아, 제가 하고도 좀 멋있는 말인 것 같아요. 안 그래요, 리렌?

리렌: 네, 뭐. 멋있네요.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클리브랑 있다면 뭐라도 좋을 것 같네요.

 

 

 

Q. 뭔가 옆구리가 시리지는 느낌이네요. 상관없는 말은 여기까지 하고, 바라는 점은 없나요? 이런 걸 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거요.

 

A. 클리브: 아직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아까 단점에서 말했듯이 좀 더 자기 몸을 챙겼으면 하는 거? 아, 그리고 먼저 애정표현을 해주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완전히 하지 않는 건 아닌데,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고 싶어요. 계속 말했지만, 저는 어떤 모습의 리렌이라도 좋지만요! 그래도 적극적인 모습…. 꼭 보고 싶어요. 더 귀여울 것도 같네요.

리렌: 노력하고 있어요. 애정표현도… 열심히 해볼게요. 물론 제 선에서의 한계가 있겠지만, 클리브가 바라는 거니까요. 클리브한테 바라는 건, 음…. 너무 걱정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거? 그 일 이후로 충분히 챙기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미안하거든요. (웃음)

클리브: 너무 예뻐서 다른 사람이 뺏어갈까 봐 걱정하는 건요? (장난)

리렌: …….

클리브: 미안해요. 무리수였다.

 

 

 

Q. 드디어 마지막 질문입니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리렌: 언제나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 그리고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애정을 주는 것도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뭐…, 그냥 고맙다는 생각뿐이죠.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클리브: 왜 이렇게 리렌답지 않게 부끄러워합니까? (리렌: 아니거든요!) 아, 아. 미안해요. 흠흠. 뭐, 제가 할 말은…. 아, 저도 언제나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이랑….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저에게는 부모님과 가족을 제외하면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리렌: 부끄러운 말은 거기까지 해주시면 좋겠어요…. 어떻게 낯부끄러운 말을 그렇게 잘하는지도 모르겠네요.

클리브: 리렌이니까 제가 말하는 거에요. 내가 이 말을 하는 사람이 리렌말고 또 어딨다고 그래요.

리렌: 흠, 흠. 뭐, 할 말은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특별히 할 말이…, 더 있나요?

클리브: 없죠. 인터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건가요?

(그랑: 네. 이쯤에서 마무리해도 괜찮을 것 같네요. 수고하셨어요, 두 분 다.)

리렌, 클리브: 수고하셨습니다!

 

 

 

4.

 

“말 잘하네요? 부끄러워서 못할 것처럼 말하더니.”

“모르겠어요. 뭐, 그냥 솔직하게 대답한 것뿐이니까요….”

“호오-. 솔직하게? 리렌이 저에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니.”

 

클리브가 호탕한 웃음을 짓고는, 큰 손으로 리렌의 금빛 머리카락을 꾹 눌렀다. 키 작아져요. 투덜거리는 리렌의 말에 앗차차-, 실례. 하는 가벼운 말을 내뱉으며 손을 떼어냈다. 촬영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하던 잡지 기자가 떠난 촬영장은 둘의 발걸음 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했다. 촬영장을 벗어날 때까지 둘 사이에는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다. 그 침묵을 먼저 깨트린 것은 꽤 의외의 대상인 리렌이였다.

 

“그, 오늘. 인터뷰랑 촬영. 고생 많았어요.”

“아? 뭐, 평소랑 똑같죠. 그나저나 리렌이 먼저 인사를 해주다니, 새로운 느낌이네요?”

“먼저 표현해주는 게 좋다고 그랬잖아요. …사소하지만 이런 것부터 먼저 해보려고요.”

 

리렌이 얼굴을 붉히고는 볼을 긁적였다. 한 번에 고치는 것은 힘들겠지만요. 덧붙여진 리렌의 말에 클리브가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걸쳤다. 딱히 고치지 않아도 괜찮고, 이대로도 좋은데. 클리브는 목 끝까지 넘어올 뻔한 말을 삼키고는, 말없이 리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렇게까지 사소한 것 하나에도 신경을 쓰며, 맞춰가려는 사랑스러운 연인을 가만히 둘 수 없던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리렌은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게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는 클리브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왜 그래요? 아, 머리 싫으면 뗄게요.”

“아니. 그게 아니라, 문득 리렌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느껴졌거든요. 제가 어느 때에 했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사소한 것까지 챙기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서요.”

“…정말 부끄러운 말 하는 데에는 선수 같아요.”

 

다 진심인걸요. 클리브는 호쾌한 웃음을 얼굴에 걸었다. 그리고는 제 옆에 있는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연인의 어깨에 팔을 올려놓았다. 피곤할 텐데, 이만 가요. 클리브의 말에 리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둘의 모습이 방송국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by. @Clive_A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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