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쿠로코의 농구

코우지마 치아키×모모이 사츠키

   문이 닫히자마자 코우지마는 우선 들고 있던 샤프를 공책 위로 던졌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숨이 트이는 소리에 고개를 듣니, 늘 뒤통수만 보였던 앞자리에 있던 친구의 얼굴이 보여 씩 웃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라.”

 “내가 잘생기긴 했지?”

 “그래. 그건 인정한다.”

 

   평소와는 다른 반응에 무슨 일이냐며 뒤로 살짝 물러나 손바닥을 보이며 웃다가 다시 양팔을 책상 위에 얹어 턱을 괸다.

   창밖으로 들어온 빛에 눈이 부셔 살짝 찡그리다 아래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한창 체육으로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학생들이 보였다. 담당 교사를 보니 1학년이구나 하면서 앞에 있던 친구와 함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외모에 대한 이야기. 다음엔 성격이 어쨌느니 대화는 좀 더 세밀하게 파고들어 저번에 다른 선생님하고 데이트하는걸 봤다 등의 말이 오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화의 대상을 보려고 눈동자를 굴렸고 나쁜 짓을 한 것마냥 숨이 턱 막혔다.

   정확히는 나쁜 짓을 한 것이었지만 상대가 모르니 괜찮겠지, 다른 사람들도 하는 거니까 라며 가볍게 생각도 했었는데 그걸 상대에게 걸린 것처럼 입을 꾹 다물고 시선을 급히 땅 쪽으로 굴렸다.

 

 “그래서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치아키, 너 뭐하냐?”

 “어? 어. 아니.”

 “뭐가 있는… 아. 농구부 매니저네? 야, 야. 같은 반 애들이 너 쳐다보잖아.”

 “어? 응. 그래.”

 

   제 마음 수습할 새도 없이 자신을 보며 웃으며 손을 흔드는 여학생들에게 코우지마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코우지마의 이런 행동을 본, 같은 반 남학생들이 자기를 욕하는 걸 보고 속으로 욕하면서 조금은 큰 목소리로 인기가 너무 많아도 곤란한걸. 하며 웃으면서 손을 조금 더 높게 들어 흔들었다.

   반 학생들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모른 척 손을 흔드는 코우지마와 그런 코우지마를 빤히 쳐다보는 친구는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이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바로 눈동자를 운동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도 선생님과 대화 중인 여학생, 농구부 매니저인 모모이 사츠키가 그의 구세주가 될 것이란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헛기침을 두어번한뒤 가까이 있는 코우지마만이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치아키, 너 농구부 매니저가 어디가 좋아?”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잖아.”

 “기계냐.”

 “사츠키를 위해서라면 그렇게 불려도 좋아.”

 “누구나 알 수 있는 거 말고 더 없어? 자세하게 말해봐.”

 

   친구의 대답에 코우지마는 빠르게 눈동자를 친구 쪽으로 굴렸다. 쏘아보는 눈빛은 분명 그가 잘못 알아들었다고 깨닫게 해줬고 “다른 남학생들도 아는 사실 말고.” 라며 덧붙었다. 그제야 아아. 라는 의미 없는 말을 내뱉고는 이번엔 천천히 느긋하게 굴렸다. 데구루루 굴러가던 눈동자가 멈춘 곳은 행동에 따라 앞뒤로 살랑거리는 향기 없는 분홍빛의 머리카락과 그 앞에서 활짝 웃는 얼굴이었다.

 

 “자기가 맡은 일은 해내잖아. 나처럼 놀고만 있지 않고. 요리를 못 하는 것도 좋아. 여자라고 요리를 다 잘하라는 법도 없잖아? 물론 사츠키 앞에서 그런 등신 같은 소릴 하는 놈이 있다면 요즘 어떤 등신이 그 딴 소릴 하냐고 쪽팔리게 만들어줄 거지만. 또, 한결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게 멋있지.”

 “아.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했었지.”

 “…나를 좋은 선배로 생각해주는 그 마음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나 같이 재수 없고 성격 더러운 놈을 말이야.”

 

 

 

   선생님과의 대화가 끝났는지 같은 반 친구들 쪽으로 걸어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모이가 너무나 사랑스럽다는 듯, 행여, 쳐다보기만 해도 다칠까 봐 코우지마는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지난 2년간 함께했던 친구는 그런 코우지마를 처음 본다는 듯, 아니 처음이었다. 받는 사랑에 비해 주는 사랑은 적었으니까. 없었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일지도.

잠시 둘만의 쉬는 시간을 가진 듯 조용해지니 주변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학생들의 대화를 들으며 아, 그랬구나 하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다 급히 알아차리고는 바로 말을 이었다.

 

 

 

 “고백을 왜 안 하냐.”

 “사츠키랑 더 오래 있고 싶어서.”

 “무슨 소리야? 사귀면 더…….”

 

   

   이으려던 말을 멈췄다. 바보스러운 말을 할뻔했다고 자책의 의미로 제 뺨을 툭 치며 얼굴을 살폈다. 얼굴은 여전히, 표정도 여전히 시선도 여전히. 아까와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도 아니, 좀 더 신경 쓰였다. 들었으면서 듣지 않은척하는 행동이.

 

  “지금은 나 엄청 행복하거든?”

  “그래. 너 분에 넘치게 행복해 보이니까 위로 같은 거 안 할 거다.”

 

 

 

 

   대화하던 친구를 따라 고개를 돌린 모모이와 눈이 마주쳤다. 자신을 보며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모이를 향해 코우지마는 아까처럼 손을 들어 흔들었다. 자습시간. 선생님도 없고 학생들은 자신만의 공부를 하거나 웃고 떠들거나 하느라 바쁘니 몇몇 학생들은 그저 코우지마의 행동은 자신의 팬을 향한 작은 인사로 생각할 뿐이니 코우지마 역시 여유롭게 오히려 더 뻔뻔하게 행동했다.

   시계를 봤는지 수업시간이 끝난다는 것을 안 코우지마는 가방 속에서 지갑을 꺼냈다. 따뜻하지만, 더웠을 모모이를 위해 시원한 음료수라도 사줘야지. 그 생각만으로 즐거워 싱글벙글한다.

by. @Ryuaki0316_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