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도 안되는 말투, 설정, 상황이 나오지만 AU니까 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세요……ㅋ큐ㅠ
무가 가문에서 태어나 먼저 부모와 여린 동생을 잃고도 포기하지 않고 버티며 무인이 되었다. 가주뿐만 아니라 집안의 사람들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그는 가주의 뜻을 무시한 채 살기 위해 저와 무도를 함께했던 동기이자 친우인 공자의 호위가 되는 걸 택했다.
그 가문에서야 누가 호위를 맡아도 상관은 없었다. 공자를 감시하고 지켜볼 사람이 필요했지. 아니, 오히려 공자와 친한 사람이라면 저를 위해 가까운 사람을 배정했다 하면 자신을 더 좋게 생각해 말을 잘 들을 거라는 가주의 생각으로 데려온 것도 있다. 그쪽에서도 좋게 구슬리면 좋은 뜻인 줄 알고 따를 테니.
그가 들어오자 공자를 모시던 시종들은 그를 탐탁지 않아 했다. 당연하다. 계집이 그것도 저보다 어린 그가 공자의 호위가 된다는 것은. 그런데도 공자의 선택으로 계집인 그가 호위가 되었다. 가주의 예상과 맞게.
시끄러웠던 분위기도 그의 행동에 따라 잠잠해지고 어느 정도 함께 섞여 흘러가고 있었다. 무도를 함께한 공자가 가문의 압력으로 포기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그는 필요에 의해 먹이고 재우는 가축을 떠올렸다. 함께 검을 들고 있을 때만 해도 이런 얼굴을 하고 있는걸 예상하지 못했었다. 눈이 마주치니 그는 공자를 보다 급히 고개를 숙인다. 묶은 머리 타래가 살짝 흔들렸다. 눅눅한 무거움이 손등 위로 내려오자 염호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쳐다본다.
“날이 좋지 않네.”
“그렇군요.”
“지금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 염호 너… 날 쫓아낼 셈이야?”
“그럴 리가.”
염호의 대답에 답답했는지 숨을 길게 내쉬며 그는 염호가 들고 있던 붓을 빼앗아 들어 그가 적고 있던 글을 고쳐 준다. 무도를 익히기 전부터 해오던 것이라 쉽게 알 수 있었다. 다시 공자의 손에 붓을 쥐여주자 염호는 짧게 숨을 내쉬며 그를 쳐다본다. 자신과 그는 어찌 보면 엇갈린 상황에 처해있다는걸 다시 깨달았기에. 하기 싫은 것을 밀어낸 체 염호는 그의 허리춤에 채워진 검을 손가락 끝으로 툭툭 건드리자 몸을 바로 세운다.
“대감님도 너무 하시지. 네게서 검을 빼앗으려는 건 알겠지만 호위에게 네 검을 주다니.”
“내가 검을 쥐고 있으면 그때처럼 도망칠까 봐 호위에게 줘버린다면 포기하겠다 싶었겠지.”
“우리가 친했다는 걸 모르는 건가?”
“모를 리가. 알면서도 그러는 거지. 내가 제 말을 잘 듣게 하기 위해 널 부른 걸 테니.”
“집 밖으로도 나가지 못하게 하잖아. 답답하겠지만…”
그가 허리춤에 채워져 있던 검을 풀어 내민다.
“여기서라도 검을 휘둘러 보는 건 어때? 문밖에 서있을 테니까. 누가 근처로 오면 신호 보내줄게.”
머리로는 거절하려 했지만, 손은 어느새 검을 쥐고 있었다. 아닌 척 했지만 제 손에 맞는 제 검을 쥐니 늘어져있던 마음을 바로잡게 되는 것 같았다. 염호는 제게 검을 주고 밖으로 나가 문 옆을 지키는 제 호위를 보았다. 검을 놓기 전, 가문의 압력을 무시하고 저와 함께 목검을 쥐며 땀 흘리던 그때가 떠올랐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택한 것에 대한 만족을 하던 때를.
잠깐의 추억을 다시 보관하고 검집에서 검을 빼내어 들었다. 그때와 같은 자세를 잡아 앞뒤로 휘둘렀다. 염호의 얼굴은 점점 피면서 기쁜 마음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누군가 저를 쳐다보는 것도 모르고.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그가 등 뒤로 문을 두어 번 두드린 뒤 안으로 들어간다. 염호는 들고 있던 검을 검집 안으로 넣어 바로 그에게 검을 내주고 바로 검을 허리춤에 채운 뒤 함께 말려 들어간 옷을 정리한다.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를 알아챈 염호 역시 검을 휘두르느라 흐트러진 옷을 빠르게 정리한 뒤 붓을 잡아 들었다.
조금 뒤, 시종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와 고개를 숙인다. 자신을 부르는 건가 싶어 몸을 일으키려는데 염호가 아닌 호위를 찾은 사람이 있다는 말에 그는 염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나가자 문을 닫고 시종을 따라 나간다.
그림자가 움직이는 걸 보고 잠깐의 여유가 생겨 창밖을 보며 쉬고 있었다. 주변이 조용하니 집안 다른 곳의 소리가 바로 들린다. 시종들이 모여 청소나 대화하는 걸 들으면서 웃고 있었다. 조금은 그가 없는 게 허전하다고 느끼면서. 그가 있다면 언제든지 이런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도 몸의 열이 식히지 않았다. 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다시 한번 잡았던 검의 표면을 느낀다.
그때였다. 잠깐의 행복을 떠올리다 큰 소리가 들리더니 날카로운 소리가 이었다. 수군거리는 소리에 자리를 방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성큼성큼 문 앞으로 다가온 그가 방안으로 들어와 인사를 올린다. 무슨 일로 나갔다 온 걸까 물으려다 그의 얼굴에 염호는 질문을 하지 않고 시종에게 약을 가져오라 시켰다. 손에 힘이 들어간다. 화가 나지만 자신은 화를 낼 수 없었다. 꽉 쥐고 있던 손을 그가 손으로 펼쳐준다. 손이 상하면 안 된다고. 염호는 더 꽉 쥐다 손에 힘을 뺀다.
손가락 끝에 묻은 약을 바르자 아픈지 눈을 찡그린다. 당황한 손을 보고 계속하라 하니 염호의 손이 다시 상처 위로 올라간다. 누가 본 것인진 몰라도 그것이 가주의 귀에 들어가고 본인이 아닌 바로 그를 호위하는 아랫것을 벌하였다. 아마 그전까지 있었던 시종이 한 행동임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그는 누군가가 보기엔 억울할 수 있는 벌을 받고도 대응을 하지 않았다.
“대감님의 뜻을 거역해서 벌을 받은 거야. 네 잘못이 아니야.”
“얼굴까지 때리다니…”
“그건 좀 놀라긴 했어. 네가 검을 쥐는 게 진짜 싫긴 한가보다.”
발개지고 퉁퉁 부어오른 뺨을 보면서 염호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제 호위가 되지 않았다면 이런 취급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그저 그 생각뿐이다. 그런 염호의 생각을 읽었는지 그는 숨을 짧게 내쉰 뒤 검지로 이마를 민다. 뒤로 밀린 머리가 잠깐 뒤로 갔다가 원래 자리로 돌아오자 그가 소리내 웃는다.
“이런 걸 무서워 했으면 네 호위를 맡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그만둬.”
“내가 그만두면 대감님 말만 들으면서 살려고? 숨은 쉬면서 살 수 있겠어?”
“네가 아픈 것보단 나아.”
염호가 무슨 뜻으로 말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그는 다시 한번 웃었다. 호위가 되었는데 아픔에 겁을 먹을 리가 있겠나. 저를 걱정하는 게 친우로서 하는 말이라고만 생각을 했는지 그는 몸을 일으키려니 염호는 그를 막아 못 일어나게 붙잡는다. 하지 말라고는 진작부터 했었다. 그만둘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미리 말한 사람이란 것도 알고 있었고.
“약 아직 덜 발랐어.”
자신이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그저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것뿐이라는걸.
“넌 너무 물러.”
“네가 딱딱한 거겠지.”
다시 손가락에 약을 묻혀 힘을 주어 꾹꾹 누르자 그만두라며 얼굴을 뒤로 빼더니 몸을 일으킨다. 뒤쪽을 바라보니 다른 그림자가 보인다. 아무래도 호위까지 감시를 붙이려는 건지 염호 역시 따라 일어난다.
“감사합니다. 공자님.”
제게 거리를 두며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밖으로 나가 문 옆에 선다. 그림자가 움직임에 따라 그가 무슨 행동을 하는진 알 수 있었다. 그저 그림자로 봐야 하는 게 싫었다. 충분한 먹물이 있음에도 먹을 들어 벼루에 움직여 갈았다. 여러 번 문지르자 녹아 나와 끝이 닳아가는 걸 보면서.